한국불교의 젠더화된 기복신앙론과 가족주의 구조 / 조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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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교와젠더연구소 작성일20-09-16 12:20 조회2,950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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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의 젠더화된 기복신앙론과 가족주의 구조
조승미(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1. 서언 : 불교의 젠더화된 기복신앙 담론 ‘치마불교’
‘치마불교’는 근현대 한국종교 문화 담론에서 독특한 성격을 갖는 용어이다. 한국의 주요 제도종교 의 기복신앙문제는 광범위하게 비판되고 연구되는 주제인데, 유독 불교에서만 기복신앙을 젠더화된 표현으로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치마불교’가 언급된 여러 용례를 검토해 보면, 그 성격을 보다 종합 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민족에게 창조력을 부여한 불교가 토속신앙과 야합함으로써 기복불교 혹은 치마불교로 타락해 갔고---” (동아일보 1966.11.17)
“치마불교, 기복불교로 대표되는 여성불자들도 간화선이 진정한 불자가 되는 수승한 수행방편 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불교신문, 2007)
즉, 치마불교는 ‘기복불교’와 동의어로 사용되면서, ‘토속신앙’과 야합한 ‘타락’한 불교형태로 쓰였 으며, 이를 극복한 형태로 제시된 것은 ‘남자신도의 비율이 높은’, ‘거사모임’, 대학강좌의 ‘불교학개 론’ ‘진정한 불자가 되는 수승한 수행방편 간화선’, ‘사회참여’ 등이었다. 이런 용어들은 보다 남성적 이고 ‘근대적’이며 ‘진정한’ 고등종교의 속성을 대표하는 것들이다.
‘치마불교’라는 젠더화된 기복신앙 담론이 한국불교에서 지속적으로 유포되고 있다는 것은, 서양종 교로서 문명을 대표하며 성장해온 기독교에 대한 경쟁 혹은 열등의식을 한국불교가 아직 떨쳐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여성적인 것으로부터의 탈피심리를 표출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보이고자 하는 한국 불교계의 남성중심적 성격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기복불교 논쟁은 예초에 엘리트적 관점에서 시작되었는데 이런 시각은 최근까지도 큰 변화없이 재 현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관점이 일찍이 1920년대 한 여성불교지도자에게서도 발견되는 점이다. 1) 또한 여성운동가들에게서도 볼 수 있다. 한 여성학자는 기복신앙을 하는 종교여 성들에게 성찰적 자각을 요구하면서, 이를 위한 대안으로 여성학 교육을 제안하기도 했다.2) 즉, 기복 불교 논쟁에서 ‘여성’은 없다. 불교여성은 남성중심적인 시각에서 ‘치마’로 타자화되어 버렸고, 엘리 트주의 관점에서 심지어 여성운동가에 의해서도 계몽의 대상일 뿐이었다.
출처: 한국종교학회 2014년 추계 한국종교학대회 자료집 (201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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