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미래 100년의 비전 : 교단 운영-시급한 출가자 감소 대응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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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5-08-08 09:24 조회26회 댓글0건본문
시급한 출가자 감소 대응책
한국불교 미래 100년의 비전 : 교단 운영
1. 심각한 출가자 감소의 현실
2024년 초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노력을 통해 2022년 61명에 불과했던 출가자가 2023년 84명으로 37.7%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소개하였다. 그리고 올해에는 더욱 적극적인 출가 장려 사업과 승가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하였다.
2022년 출가자 수가 61명으로 급감한 것은 큰 충격을 주었다. 출가자 수가 많았던 1999년 532명, 2000년 528명과 비교하면 약 9~10배 정도가 축소된 결과이며, 10년 전인 2012년 출가자 수 212명과 비교해도 71% 감소한 수치였다. 2000년대 초반 정점에 도달한 이후, 출가자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그런 와중에 출가자 수가 100명 이하로 내려간 상황을 목도하게 되었다. 입산 출가한 행자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중도 포기하는 사례도 이전보다 증가하였다. 이런 원인이 복합적으로 결합하면서 당시에 ‘출가자가 전혀 없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교계를 짓눌렀다. 이를 생각하면, 2023년 성과에 대한 교육원의 자평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출가자(성직자) 감소가 한국불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출가자 규모 확대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 적절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성직자 지원 감소(또는 예비 성직자 감소)는 오늘날 모든 제도종교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다. 우리가 직면한 출가자 축소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변화에 따른 사회구조적 현상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 원인으로는 ‘탈종교화’와 ‘인구 감소’가 제기된다.
탈종교화는 세속화(및 탈세속화)와 연결되는 매우 논쟁적인 종교사회학 개념이다. 거칠게 정리하면, 근대사회로 이행한 이후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은 감소하였고, 최근의 사회 변화 속에서 종교에 대한 인식과 태도 등은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제도종교가 큰 영향을 받는 현상이 탈종교화로 이해된다. 그 가시적 지표로 종교인구 및 성직자(출가자) 수 감소가 제시된다.
한국사회의 인구는 저출산고령화를 주요 원인으로 하여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결혼과 자녀 출생은 이미 선택사항이 되었고, 자녀 수는 1.57명으로 축소되었다(《2021 가족과 출산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1). 또한 최근의 종교 현황 조사는 잠재적 출가 대상자 규모가 급격하게 축소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젊은 세대의 종교인구 비율은 감소하고 있으며, 그중에서 불교의 점유율은 28%에 불과하다(《2023 한국인의 종교현황》 한국갤럽 · 목회데이터 연구소, 2023). 이러한 한국적 현실에서 이전과 같은 출가자 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2. 출가자 감소가 초래하는 문제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출가자 감소는 다양한 문제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우선, 승가교육 질적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교육원도 여기에 주목하고 승가교육의 질적 향상을 계속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연구프로젝트와 학술 세미나 지원이 그것이다. 하지만 교육기관 개편에 대한 계획은 언급되지 않았다. 종단은 행자교육원과 승가대학 등을 합쳐 기본교육 체계를 재정비한다는 계획을 이후에 발표하였지만, 추가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출가자 감소가 미치는 또 다른 영향은 승가의 고령화이다. 조계종단은 종헌에 사부대중 공동체를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 사찰 운영과 의례, 법회, 신도교육 등 많은 영역을 출가 승려 중심으로 운영한다. 기후 위기와 경제위기, 사회문화적 위기 속에서 출가 수행자들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도 늘고 있다. 또한 최근 불교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가 있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으며, 일부는 좀 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새로운 종교성의 하나로 ‘불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받는 불교는 기성의 ‘한국불교’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한국불교에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요구하며, 기존과는 다른 모습의 불교를 요구한다. 다양한 사회의 기대와 변화에 응답하기에 한국불교는 급격하게 늙어가고 있다(출가자 감소에 따른 사부대중의 역할 재정립도 중요한 주제이지만,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2018년 기준으로 법랍 30년 이상 출가자 비율이 50%를 넘는다. 지금 추세에 극적인 반전이 없다면, 약 10년이 지난 2035년에는 65세 이상 출가자의 비율이 70%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한국불교, 새로운 100년 설계를 위한 제안》 대한불교조계종 백년대계본부, 2019).
한국불교에서 발견되는 몇몇 문제는 ‘출가자 수 감소’보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출가자 수 확대 정책’에 의해서 발생하고 있다. 여러 출가 유형 중에서, 핵심 출가 유형인 청년 출가는 만 19세 이상 만 30세 미만이고 일반 출가는 만 31세부터 만 50세 이하이다. 출가 연령 제한은 몇 번의 변화가 있었다. 2002년에 출가 연령을 50세에서 40세로 조정했다가, 2005년에 다시 50세로 완화하였다. 2018년에는 은퇴출가 제도를 도입해 출가 연령을 65세로 확대하였다. 은퇴출가는 자격 규정과 운영 규정이 기존 출가 유형과 다르지만, 51세 이상의 출가도 가능해졌다.
우리는 출가 연령 조정이 출가자의 자질 문제 및 출가자 수 규모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02년 출가연령 조정은 40~50대 출가자들에게서 다양한 문제가 발견되어 추진되었다. 문제의 내용을 당시 종단의 발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종단의 승가교육을 관장하는 교육원과 출가자의 자격을 심사하는 행자교육원 갈마위원들은 IMF 이후 고령 출가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엄격한 행자교육 과정에서 분위기도 흐리고 중도 탈락 비율도 높으며, 구족계 수계 이후에도 수행과 교육, 교화 과정에 승가 공동체 일원으로서 위계와 화합에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의견을 모으고 중앙종회에 교육법 개정을 청원한 바 있습니다.
— 〈출가 연령 40세로 조정되다-제154회 임시중앙종회 폐회〉(대한불교조계종, 2002.09.11. www.buddhism.or.kr)
당시 40~50대 출가자 비율은 20%로 IMF 이전인 1995~1997년의 비율 8~9%보다 2배 증가하였다. 출가 연령을 완화한 이후 40~50대 출가자들의 비중이 더욱 늘었다. 매우 아쉽게도 40~50대 출가자들에 대한 긍정적 평가보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은 것이 사실이며, 이 출가를 ‘생계형 출가’로 규정하기도 한다. 이는 소위 ‘세상 경험’이 출가 승려로서의 삶에 긍정적 기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3. 현실에 대응하는 대책 수립을
이제까지의 관찰과 발견, 고민은 출가 관련 종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한다. 세상의 조건과 환경이 바뀌었음을 수용하고, 즉 출가자 감소가 사회구조적 요인에 의한 현상임을 받아들이고 출가자 규모 축소를 전제로 한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간략하게 두 가지 첫째, 원력에 따른 출가를 이끄는 출가 교육 둘째, 출가 교육과 승가교육 통합을 위한 교육체제 개편을 제안한다.
첫째, 진정한 출가가 이루어지도록 출가 장려가 아니라 ‘출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통적으로 출가를 위대한 포기와 위대한 선택으로 이야기하며, 포기와 선택에 이르게 한 내적 동기를 구세대비(求世大悲)의 원력이라고 설명한다. 고통과 모순이 가득한 삶에 대한 투철한 문제의식에 근거한 치열한 고뇌의 과정을 거친 이후, 포기와 선택이 곧 출가이다. 청년 싯다르타의 출가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출가를 “미혹과 고통을 생산하는 중생적 삶을 버리고 깨달음과 해탈을 내용으로 하는 부처의 삶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도법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아름다운 인연, 2004).
출가자는 구세대비의 원력으로 위대한 포기와 위대한 선택을 한 존재여야 한다. 진정한 출가를 돕기 위해, 출가 장려 사업은 출가 교육으로 전환되고 출가 교육은 승가교육에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승가교육의 대상과 목표는 수정되어야 한다. 현재 조계종단의 승가 기본교육 대상은 행자교육을 이수한 사미 · 사미니이며, 교육목표는 ‘비구 · 비구니에게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고 인천의 사표로서 지혜와 원력을 함양하는’ 것이다. 지금의 승가교육은 출가를 결행한 이후 시작한다. 잠재적 출가 대상자 규모가 감소하는 현실에서, 구세대비 원력의 출가자를 늘리고 이들의 자질과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출가를 발심하는 단계도 승가교육에 포함해야 한다. (예비)출가자를 비교적 이른 나이대부터 발굴하고 양성하는 방식으로 출가와 승가교육 체계가 전환되어야 한다. 구세대비 원력의 문제의식을 확립하고 출가자로서의 삶을 자문하고 답을 구하는 출가 교육을 제도화 · 체계화하기 위해서는 승가교육의 본질적인 개혁이 요구된다. 이는 곧 두 번째 제안으로 이어진다.
둘째, 출가자 감소라는 현실에서 사찰의 기능과 역할이 변화하고 있음을 수용하고, 출가자 발굴과 양성을 위한 교육을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기관에 전담시켜야 한다.
승가교육기관 개편은 오랜 기간 논의되고 있다. 교육을 위해 요구되는 정원을 기본교육 기관들이 충족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식에는 대다수가 같이하지만, 교육기관별 이해관계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한 논문은 사찰에 상주하는 출가 대중이 적은 오늘의 현실에서 사찰에서 교육 기능을 담당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분석한다(자현 〈조계종 기초교육의 변화와 행자의 퇴사 문제 검토〉 《한국교수불자연합회지》 2021, 21). 이를 받아들인다면, 승가 기본교육을 전통강원 중심에서 현대식 교육기관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이 기관에서 출가 교육에서 행자교육, 승가교육까지 담당해야 한다.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그리고 새로운 현대식 승가교육기관에서는 승가 정체성 교육과 현대식 교육 모두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나아가 새로운 종교성 시대에는 종단 정체성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는데, 교육 역량을 특정한 교육기관에 집중함으로써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부처님은 승가의 규모가 60명이 되었을 때, 둘이 아닌 혼자서 전법을 떠날 것을 독려하였다. 당시 출가 승려의 자질에 대한 부처님의 믿음을 반영한 것이라는 어느 스님의 해석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처음도, 중간도, 끝도 좋은 전법을 할 수 있었고, 중생(시민)의 자질을 파악할 능력과 사회 속으로 기꺼이 들어갈 용기도 있었다. 잠재적 출가 대상자들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출가 대중의 양에 집중하는 정책은 한계에 이미 다다랐다. 전법 선언을 이끌었던 60명의 승가 대중처럼 높은 자질과 역량을 목표로 하는 ‘출가-행자-승가’ 교육을 기대한다. ■
이명호 dubiouslife@hanmail.net
사회학(한양대학교)과 사회복지학(동신대학교)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한양대 등에서 강의하였고, 경희대에서 학술연구교수로 활동하였다. 현재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산하 인드라망연구소에서 생태문명(생명평화)과 문명전환 등을 연구하고 있다.
출처: 불교평론 100호 특집, 202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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