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종교지형에서의 종교 이동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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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종교지형에서의 종교 이동에 관한 연구
<초록>
이 연구에서는 한국 종교지형에서 종교이동의 현황에 관해 살펴보았다. 한국의 종교이동 상황에 관해 알아보기 위해 2008년과 2018년
한국종합사회조사 자료를 사용하여 응답자들의 어린시절 종교와 현재의 종교 사이에 일치 여부를 중심으로 집단을 분류한 뒤 이를 종교별로 나누어 각각의 종교이동 비율이 어떠한지 살펴보았다. 조사 결과
대체로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종교이동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는 종교이동 비율이
53%로 조사되었지만, 한국종합사회조사 2008년 조사와 2018년 조사에서는 종교이동 비율이 각각 48.4%와 42.9%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사회 종교이동 비율이 다른 사회에서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한국사회가 확산종교 중심의 종교지형에서 제도종교 중심의 종교지형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종교지형이 제도종교 중심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유동적인 종교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종교 정체성이나 무종교 정체성을 유지한 사람도 존재하고 있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종교 인구의 비율이 50% 밑으로 내려간 것은 종교 인구 성장의 한계점에 다다랐기 때문인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와 다른 종교 인구 조사를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탈종교화 현상이 확대되면서 종교 인구의
감소세가 강화될 것이란 주장도 있지만 한국 종교지형에서 확산종교
또는 비제도종교의 영향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종교와 무종교, 또는 종교 사이의 이동이 반복되는 흐름이 강화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에서는 전체 종교지형에서의 종교이동 상황을 살펴보려고 했고 각각의 집단이 가진 사회경제
특성을 살펴보았다. 향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집단의 특성이 사회, 정치, 경제에 대한 의견의 차이에도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분석을 통해 한국 종교지형에서 종교이동 현상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Ⅰ. 들어가는 글
한국 종교지형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종교
인구가 계속 증가해 왔다는 것이다. 해방 직전까지 한국의 종교 인구는 10% 미만 수준이었지만 해방 이후 산업화 및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빠르게 증가하여 1990년대는 50%를 넘어서기도 했다(강인철, 1997; 김종서, 2013; 김철수, 2013). 종교 인구가 증가했다는 것은 무종교 집단에서 종교 집단으로 이동한 사람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해방 후 한국 종교지형의 특징은 높은 종교이동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종교지형의 특징이 높은 종교이동률이라면 한국 종교지형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사회의 종교이동에 관해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지금까지 진행된 한국 종교이동 연구에 관해 살펴보면 대체로 종교
인구 성장과 관련된 것이 많았다. 종교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종교 성장의 원인을 분석하거나 개종에 관한 연구들이 진행되었던 것이다.
종교 인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종교이동으로 인해 가족
구성원의 종교 구성이 변화하게 되면 가족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했기
때문에 종교이동과 관련하여 가족의 종교가 일치하는지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기도 했고 관련하여 자녀의 종교사회화의 관점에서 연구가
진행되기도 했다(은기수, 2001; 은기수·한내창, 2002; 이한나·김정석, 2013; 한내창, 2005; 2010; 김병수·신인철, 2013; 최현종, 2011).
이러한 연구들은 한국사회 종교지형에서의 종교이동 연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들이 지속될 필요가
있지만 최근에는 종교이동에 관한 연구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종교 성장이 정체되고 종교이탈 인구가 늘고 있는 것과 연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종교이동을 종교 성장의 관점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에
종교 성장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종교이동에 관한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종교가 쇠퇴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종교이탈 현상도 종교이동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종교이탈은 제도종교에서 무종교 또는 비제도종교로의 이동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강인철, 1997; 임영빈·정재영, 2017).
한국 종교지형에서의 종교이동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종교개종, 종교이동, 종교이탈 현상을 전체 종교의 관점에서 분석하면서 실제 종교이동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고 종교를 이동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반대로 종교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또는 종교를 이탈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의 종교이동은 제도종교를 중심으로 종교지형이 재편되는 과정을 거쳐 왔기 때문에 서구사회의 종교이동 연구 방식을 통해 한국의 종교이동에 관해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비교 연구를 위해서는 여러 나라에서 사용하는 조사 방식과 동일한 관점에서 한국의 종교지형에서 나타나는 종교이동에 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한국의 종교지형은 한국
고유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서구의 관점만으로는 한국 종교지형에서의 종교이동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한국 종교지형은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사회 제도종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과거부터 존재해 왔던 비제도종교의 특성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 서구사회와는 구별되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전통사회에서도 불교와 같이 독립된 교리, 시설, 의례, 전문 성직자 집단 등을 가진 제도종교가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뚜렷한 종교소속감이나 종교정체성을 가진 신자 집단이 발달하지 않았고 제도종교와 비제도종교 사이의 경계도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구 중심의 제도종교와는 차이가 있다. 한국 종교지형은 근대화과정에서 서구에서 들어온 제도종교를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고 한국사회의 전통 종교와 서구 제도종교가 공존하기 시작했다. 서구 제도종교는 한국의 제도종교와 특성이 달라 한국 종교지형에서는 낯선 것일 수밖에
없었지만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고 해방 이후에는 한국 종교지형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전통 한국사회에서 뚜렷한 종교 정체성이나 종교 소속 없이 다원화된 종교지형에 익숙했던 한국인들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제도종교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제도종교의 종교성을 내면화하기도 했다. 비제도종교나 전통 제도종교도 서구식 제도종교의 틀에 따라 변화했고 새롭게 나타나는 신흥종교들도 제도종교의
형태를 갖추고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종교지형이 서구의 제도종교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제도종교와 비제도종교의 관계는 종교와 무종교의 관계로 인식되기도
했다. 한국사회에서 비제도종교에 속했지만 제도종교에 속하지 않아
무종교인으로 여겨졌던 사람들은 최근 무종교인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실제로는 종교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강조되기도 했다.
한국의
무종교 인구는 서구사회에서처럼 신의 존재를 믿지 않거나 종교에 소속되기를 거부하는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영혼이나 귀신의 존재를 믿기도 하고, 제사나 고사 등의 종교 의례에 참여하는 경우도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서구사회의 무종교인은 제도종교에서 무종교로 이탈한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비제도종교에서 제도종교로
이동하지 않아 무종교인으로 분류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렇게 한국 종교지형에서의 무종교 집단은 제도종교를 접할 기회가 없어 제도종교에 포함되지 않아 무종교 인구로 분류된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한국 무종교인 가운데는 비제도종교와 관련된 종교성을 갖고 있거나 비제도종교의 종교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경우 많기 때문에 한국 종교지형에서의 무종교인은 비제도종교 또는 확산종교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종교지형에서는 과거 비제도종교 또는 확산종교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사회의
종교지형은 서구사회에서와 같이 종교 vs. 무종교의 관점과 함께 제도종교 vs. 비제도종교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먼저 한국 종교이동의 현황과 종교이동 집단의 특성에 관해 살펴보려고 한다. 이를 위해 종교개종, 종교이동, 종교이탈 등의 기준으로 종교이동 집단을 분류한 후 종교를 이동한 집단과 유지한 집단의 차이는 무엇이며 종교를 이동한 시기를 기준으로 집단의
특성에 차이가 있는지 등을 살펴보면서 한국에서의 종교이동이 갖는
특성에 관해 알아보려고 한다.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한국 종교지형에서의 종교이동을 제도종교 관점에서 무종교에서 종교로의 이동으로 보는 관점과 함께 비제도종교에서 제도종교로의 이동으로 보는 관점도 같이 참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하려고 한다.
출처: 임영빈, <종교와 사회> Vol. 13, No. 1 (2025)pp. 149-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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