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주의 위기와 한국종교: 저항 민주주의에서 국경을 넘어 개입 민주주의로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5-06-10 16:15 조회83회 댓글0건첨부파일
-
미얀마 민주주의 위기와 한국종교, 저항 민주주의에서 국경을 넘어 개입 민주주의로.pdf (669.5K) 0회 다운로드 DATE : 2025-06-10 16:15:23
본문
미얀마 민주주의 위기와 한국종교: 저항 민주주의에서 국경을 넘어 개입 민주주의로
초록 열기/닫기 버튼
종교는 점차 국제정치 영역에서 중요한 행위자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국제문제를 다룸에 있어 종교의 역할은 무시되고 있다. 오늘날 세계 시민들은 군부 쿠데타와 집단적 인권유린이라는 미얀마 민주주의가 붕괴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과거 군부쿠데타 정권 아래서 유사한 고통을 겪은 한국인들은 미얀마의 시민저항에 공통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 최근에 기독교교회협의회, 천주교주교회의, 불교 조계종 같은 한국의 주요종교 단체들은 미얀마의 정치적 위기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나아가 민주화운동에 연대를 선언하였다. 종교는 근본적으로 일국을 초월한 국제적 조직체이기에 다른 문화와 인종 간에도 공통의 연대성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종교의 국제적 정체성은 종교 공동체들 사이에 도덕적 책임감을 가지게 한다. 이것을 함께 나눈 종교인들은 개신교인, 가톨릭, 그리고 불교 사이의 전통적 적대감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운동의 종교적 자원동원으로서도 작용하게 된다.
본 논문은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한국의 종교단체들이 국경을 넘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 현상에 주목하면서 사회운동에 있어 종교의 중요성을 연구할 것이다. 자국민의 인권을 유린하는 불량국가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개입이라는 새로운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 종교들은 근현대사에서 독립과 민주주의를 위해 사회 참여의 수많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종교의 사회참여는 국제정치학 분야에서 ‘신앙이 기초된 인도주의적 개입’(faith-based humanitarian intervention) 이론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연구는 한국 종교가 처음으로 국제적으로 인도주의적 개입을 하게 되는 과정을 기술한다. 종교가 민주주의 위기에서 민주화를 실현시킬 수 있는 자원동원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한 나라의 종교가 국경을 넘어 국제 정치의 갈등 해결과 인권 증진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연구할 것이다.
VI. 나가며: 다시 미얀마의 종교
근대국가는 절대주권의 보장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근대국가의 완성은 보편적 인권의 확립으로 완성된다. 정치적 자유와 인권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근대 민주국가인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 기본적 인권 침해가 발생한다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미얀마 민주주의 위기에서 보여준 한국종교계의 입장이다. 세계인권선언의 기초자 자크 마리탱은 현대 국가의 우상화 현상을 경고하였다(Maritain, 1951). 한때 제국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진 개별 민족국가들이 자국민의 인권 보호에 대한 책임을 잊어버리고 국가 스스로 우상화되어 절대화될 때 인권의 희생을 거리낌 없이 요청한다.
그러나 국가의 주권은 16세기 유럽의 종교 개혁가들이 말했듯이 인민주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이념은 세계 형성의 도구 중 하나이다. 이념의 담지자들이 역사의 어느 순간에 희생과 위험을 감수하면서 구제도와 지배계급에 대항하여 집단적 행위를 감행할 때 역사의 경로는 바뀌게 된다. 역사 구조적 조건이 충족되었다고 사회변동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 시기와 방향은 새 이념으로 정체성을 확립한 사람들이 새 체제를 향한 사회적 행위로 결정된다. 앙시앵 레짐은 새 체제가 세워지고 난 후에야 사라진다.
근대주권국가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고 발전, 번영하게 하는 것은 인민주권 이념의 실현에서 시작된다. 물론 이념의 발생이 각 사회 자체의 내적인 변증법적 갈등과 추동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동시에 민주주의 이념은 끊임없이 전 세계로 한 지역에서 국경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고 확장되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미얀마의 민주화 과정을 볼 때 현재는 외부로부터의 이념의 전파와 운동자원들의 동원이 요청된다.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후퇴를 경험하고 있으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열망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도 서구유럽과 한국 사회가 고통스럽게 거쳐 온 역사의 경로를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인민주권 이념을 사람들이 듣고 의식화하여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고 희생과 위험을 무릅쓰고 역사의 경로를 바꿀 집단적 행위를 감행해야 한다. 서구의 식민지였던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독립하면서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완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권위주의로부터 방해 받고 그 속도가 더딘 이유는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고 그 방해물을 제거해야 한다. 기독교 역사가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중세 신성로마제국으로부터 해방을 촉발시켰고 지금도 끊임없이 분화, 발전하는 개신교의 강점은 ‘항상 개혁’(semper reformandum)이라는 구호에 집약된다고 하였다(맥그래스, 2009: 746). 각 시대와 사회의 다양한 상황과 도전에 맞서 성서를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해 왔다는 것이다. 개신교는 자신만이 갖고 있는 내부 자원들을 바탕으로 혁신과 갱신과 개혁을 단행할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을 갖고 있어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다고 하였다(맥그래스, 2009: 767).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원하는 미얀마 사람들과 종교계가 곱십어 보아야할 부분이다. 특히 수천 년간 미얀마가 역사의 부침을 겪을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던 불교계는 이제 현대 민주국가로의 진로가 막혀서 내전과 난민들로 공동체의 해체 위기에 처한 미얀마를 위해 깊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버마족을 넘어 샨족, 카렌족, 로힝야족 등 소수민족을 아우르는 전체 미얀마를 위한 불교 교리의 새로운 해석과 혁신이 필요한 때이다. 상가를 지극 정성으로 오랜 세월 섬겨왔던 버마 사람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에서는 권위주의 정권이 정치적 경쟁 세력 들을 가혹하게 탄압할 때 시민사회 내에서 유일하게 자율적 공간을 확보하고 있던 것은 종교계였다. 초국가적 종교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종교 기관들의 지원을 받고 이에 더해 이미 갖춰진 운동 자원들을 동원하여 종교 특유의 초월적 심판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새로운 도덕적 가치인 인권과 인민주권의 의식화를 통해 새 정치 질서를 선언하고 변혁에 저항하는 세력에 맞서 저항의 맨 앞에 서 있었다. 오로지 시민사회 내에서 종교만이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이 열렸던 순간에 종교인들은 피하지 않고 응답을 한 것이다.
모든 사회는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해 공동체의 몰락과 해체 위기를 맞이할 때마다 새로운 가치로 정체성을 확립한 집단에 의해 사회 구조와 질서를 재정립하여 존속과 번영을 지속한다. 이것이 실패한 사회는 퇴보하고 사라진다. 한국의 종교계와 적극적으로 연대하여 군부 권위주의 체제로부터 민주주의의 연꽃을 피워 중생을 살려내는 새로운 이념의 담지자 계층이 미얀마 국내에 승가 공동체 말고 무엇이 있을까. 미얀마와 한국 시민사회는 이제 어떤 나라도 갖지 못한 동일한 민주주의 이행 경험을 공유하게 되었다. 앞에서 언급 하였듯이 본 연구는 앞으로 나올 미얀마 민주주의 이행에 대한 비교 정치 연구의 선행연구임을 밝힌다. 예상해 보건대 미래 어느 때에 미얀마가 민주주의로 이행하였든 아니면 다른 어떤 체제로 변화 되었든 결정적 요인들 중의 하나는 ‘인민주권’ 이념의 시민 의식화의 정도와 확산 여부일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