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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깡의 욕망이론 읽기 - 과학인가 종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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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교와젠더연구소 작성일24-05-13 17:05 조회43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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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깡의 욕망이론 읽기 - 과학인가 종교인가 


김현주 중원대학교 

 

< 목 차 >

I. 들어가며 

Ⅱ. 무의식과 언어 

Ⅲ. 욕망, 욕구, 요구 

Ⅳ. 실재계와 대상 ‘a'-욕망의 동인 

Ⅴ. 나가며 

                                        

I. 들어가며


본 논문은 자끄 라깡의 정신분석학 담론을 준거의 틀로 삼아 인간의 욕망구조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라깡은 정신분석학을 인간의 욕망과 주체에 관한 학문으로 정립시켰다. 라깡의 이론에서 욕망과 주체, 대상 ‘a’의 관계는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의 틀 안에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혀 서로를 구속한다. 라깡의 욕망은 언어적 주체의 분열에 의해 욕구와 요구의 빈틈에 의해 생겨난 비언어적 상징이며, 그 의미화를 통해 주체에게 욕망을 되돌리고, 주체로 하여금 무언의 욕망하는 거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초월화된  기표이다. 

 

그것은  스스로 움직이면서  모든 의미화  과정(signifying  chain)을 움직이는 무엇이다. 인간의 가장 심오한 차원을 여는 욕망은 언어의 무한한 연쇄 과정 속을 부유하며 완전한 존재가 되기 위하여 갖추어져야 할, 그러나 항상 결핍되어져 있는, 기표를 움직이는 힘이며 언제 어디서나 쉬지 않고 움직이는 삶의 동력인 것이다. 항상 상징적 구조를 띠고 작동하는 욕망은 파괴할 수 없으며 욕구에 의해 영향 받지 않는다. 따라서 라깡의 사유체계에서 인간의 욕망은 신적 조망을 공유한다. 또한 그의 정신분석학적 담론은 과학적 담론이 아니라 과학이 어떤 조건아래에서 가능한지, 혹은 과학적 담론의 성격이 어떠한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과학적 주체를 대신한다.

 

욕망을  해석하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  다르게 변모해 왔다. 소크라테스 이 후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치는 동안 욕망은 통제와 탈주의 굴레에서 인간이 억제하거나 중용의 도를 따라 절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언어, 법, 질서의 틀 안에서 억압되어왔다. 이러한 욕망이 탈 이데올로기 시대를 맞이하여 장르간의 경계 허물기와 상호 교류, 주체의 해체 및, 탈 중심화의 영향에 놓이게 되었다. 고도의 소비자본 사회인 오늘날의 모든 분화된 영역들 간의 단단한 구획과 벽이 전면적으로 해체되는 탈 분화시대와 함께, 바야흐로 일상적 삶의 모든 영역에 경제의 논리가 침투하는 고도의 소비자본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 가운데 현대 사회의 물적 토대에 대응하려는 새로운 인식방법과 세계관이 등장하였다. 그 선두로, 자아와 실존에 대한 화두가 생겨나면서 인간의 욕망이 일상적 삶의 모든 영역에서 사람들을 포획하는 이른바‘욕망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이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물질문명이라는 기표에 담긴 이룰 수 없는 욕망을 향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욕망의 주체들에 다름 아니다.

 

자끄 라깡(Jacque Lacan)은 주체의 개념에 무의식을 포함하여 과학의 상관항인 근대 의식철학의 좁은  주체  개념을  새롭게  확장하였다. 그는  프러이드(Sigmund  Freud)에 의해  신경장애  환자라는 특수한 대상을 다루는 지극히 제한적이고 개별적 학문으로 출발한 정신분석을 모든 인접 학문의 연계를 통해 관계적이고 상대적인,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인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하나의 과학으로 정립되어야 함을 주장하였다. 

 

정신분석학적 담론은 과학적 담론이 아니라 그것은 과학이 어떤 조건아래에서 가능한지, 혹은 과학적 담론의 성격이 어떠한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전통적으로 철학이 취했던 입장을 대신한다. 프러이드가 정신분석을 신경적 환자를 이해하고 치료하기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정신 의학 내지는 실천의 도구로 정의했다면 라깡은 프러이드의 문제의식을 철저히 발전시켜 정신분석학을 인간의 욕망과 주체에 관한 학문으로 정립시킨 것이다.

논문⌜정신분석학의 공격성⌟(Aggressivity in Psychoanalysis)에서 라깡은 정신분석학이 독단적 이라는 비난에 대응하여 정신분석학은 항상 변화할 준비가 되어있으며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음을 강조한다.1) 정신분석학은 그 연구 대상인 인간 주체의 속성대로 여러 가지 다른 변화 단계들의 살아있는 징표를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이것은 열린 체계이고 항상 도전을 받아들이며 이론적 발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정신분석이 독창적인 산물이 아니라 오히려 프러이드의 이론을 확고한 형태로 재해석함을 밝힌다. 처음부터 라깡은 정신분석이 종교적 담론보다도 훨씬 더 과학적 산물임을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정신분석학은 무의식에 관한 혹은 무의식에 근거한 과학이 아니라 다른 개별 경험 과학들의 작용 구조를 갖고 특히 ‘인간 행위 양식이 어떤 논리적 바탕위에 서 있는가를 보여주는 학문분과이다. 따라서 정신분석은 무의식의 존재를 경험적으로 임상적으로 증명하고 무의식의 작용 방식에 관한 도식이나 틀, 혹은 공식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이것은 주체, 사회관계의 망, 과학  등 총체성을  간직하고  있다는  어떤  체계  내에서의  틈새나  결핍을  찾아내는  것이다(홍준기 114). 

 

무엇보다도 라깡의 정신분석학이 여타의 다른 학문과 갖는 변별적 특성은 주체의 문제를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있다. 과학적 주체는 하나의 구성물의 주체로 이미 안다고 가정되는 주체를 다룬다는 점에서 정신분석적 주체와 구별된다. 이것은 과학적 성과들이 발견되면 사람들은 이 성과들에 객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과학의 주체를 과학 작업과정이나 성과로부터 분리해 그 주체가 마치 처음부터 과학의 객관적 타당성을 보증하기 위해 과학 작업 외부에 존재했던 것처럼 가정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과학의 객관성을 입증하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경우로 관찰하고 실험하는 주체가 관찰 및 실험의 대상과 분리되지 않고 이것과 같은 영역에 놓여있다면 과학의 객관적 타당성이 결코 보증되지 않기 때문이다.

 

철학적 주체는 과학의 본질적 상관항인 의식 주체를 체계화시키는 하나의 형이상학적 담론의 주체를 말한다. 데카르트의 코기토(cogito)2)적 의식 주체가 여기에  해당한다. 여기에 반해 정신분석학적 주체는 과학의 주체가 결코 완전한 인간을 형성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무의식을 포함하는 분열된 주체인 점에서 위의 두 주체와 구분된다. 이것은 라깡의 이론이 전통 의식 철학이 지향해온 목표 및 역할과 어떻게 다른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데카르트 이후 근대 의식 철학의 과제가 주체가 마치 처음부터 전지전능한 완전한 주체였다는 것을 제시하는 것 내지는 추후적으로 완전하게 만드는 것이었다면 라깡은 정신분석 담론만이 이러한 형이상학에 빠지지 않는 유일한 학문임을 강조한다. 이 담론은 과학적 작업과 이를 수행하는 주체의 성격이 어떤지를 밝히며 사회구조, 인간행위의 메카니즘에 관한 분석적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인간을 행동과 담론 및 구조의 복합체로 이해, 선천적인 것과 획득된 것,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다룰 것을 지향한다(Ogilvie 164). 

 

이러한 맥락에서 정신분석학은 근대의식 철학이 해왔던 역할과 위치를 대신하며, 전지전능한 ‘신의 관점’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철학적 담론과도 구별된다. 데카르트 이 후 근대 의식 철학자들이 대상의 성립을 가능케 하는 논리적 전개인 ‘선험적 주체’를 도입하여 인식론의 혁명적 전희를 낳았다면 라깡은 더 나아가 이들이 도입했던 선험적 주체의 논리적 전제 조건을 무의식에 두었다. 즉 그에 있어서 선험적 주체의 선험적 조건은 바로 인간의 무의식인 것이다.

 

본 논문은 이러한 라깡의 정신분석학적 담론의 틀을 준거로 삼아 인간의 욕망구조를 분석하고자 한다. 죽을 때 까지 멈출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은 라깡의 패러다임 안에서 욕망구조를 분석하는 과정상 비로소 이해될 수 있다. 라깡의 이론에서 욕망은 본질적으로 언어처럼 구조화된다. 인간의 가장 심오한 차원을 여는 욕망은 언어의 무한한 연쇄 과정 속을 부유하며 완전한 존재가 되기 위해 반드시 존재하는, 그러나 항상 결핍의 상태로 기표를 움직이는 힘이다. 언제 어디서나 쉬지 않고 움직이며 상징적 구조를 띠고 작동하는 욕망은 파괴할 수 없으며 욕구에 의해 영향 받지 않는다. 따라서 라깡의 욕망이론은 정신 분석의 작업과 인간에 대한 신적 조망을 동시에 보여준다. 또한 그의 담론에서의 욕망의 주체는 과학적 담론을 넘어, 과학이 어떤 조건아래에서 가능한지, 혹은 과학적 담론의 성격이 어떠한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과학적 주체를 대신한다.

 

출처. 2017년 한국종교학대회 

[분과발표 2_ 신종교라깡의  욕망이론  읽기  -  과학인가  종교인가] 114p ~ 1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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