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온라인 시대의 개신교 신앙 / 신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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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교와젠더연구소 작성일20-09-04 10:19 조회2,758회 댓글0건본문
I.
“우리는 지금 전혀 다른 기독교인이 되어가고 있다!” 아주 오래 전에 “전자시대와 종교”라는 주제에 관심 가지고 읽었던 책에서 본 구절이다. 종교개혁 이후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 그리스도인이 남긴 기록으로 기억한다. 급변의 요인은 “책”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이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로 “책”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전보다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을 통해서 모두가 “일점일획의 그름도 없이” 문자적으로 똑같은 신앙고백이 가능해졌다. “책”이라는 문서 매체는 예전과 교육을 포함해서 기독교 신앙의 핵심으로 되었다. 언급한 구절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전에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길을 걷던 신앙인의 당혹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요즘 많이 당혹스럽다. 어쩌면 500년 전 한 신앙인이 가졌던 느낌을 반복하는 듯하다. 코로나로 인해 강요된 변화 때문이다. 코로나는 우리 삶의 전 영역에서, 개인부터 지구공동체까지 변화를 가져왔다. 사스와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는 이런 상황이 앞으로 반복될 것이며, 우리는 이들의 변종이나 신종과 더불어 살게 될 것이다. 개신교 신학대학 소속의 목사인 필자도 일상의 변화 속에 있다. 강의와 예배가 온라인으로 바뀌고, 국내외 학회와 회의는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일상 활동의 거의 전부가 랜(LAN)과 와이파이(WiFi)를 통하는 온라인 삶이 되었다. 온라인 교육은 이전에 다소 맛을 보았지만, 온라인 종교생활은 전혀 새롭다. 비록 온라인화가 신앙생활이 외부 변화 압력에 대응한 것이지만, 이것은 한국 개신교의 구조와 성격의 변화를 동반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와 한국교회”를 주제로 개신교 안에서 논의가 과잉이라 할 정도로 빈번하지만, 필자의 제한된 미시적 경험을 기반으로 현황과 전개를 가늠한다.
II.
개신교인의 종교 생활에서 일차적인 변화는 예배 영역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일부 교회는 여전히 현장 예배로 모였지만, 상당수의 개신교회가 온라인 예배로 변경했다. 상황이 조금 나아진 지금도 현장 예배와 온라인 예배를 병행하고 있다. 다른 예배나 기도회, 모임은 거의 중단되었고, 새벽기도회의 경우는 목회자가 묵상이나 기도를 위해 녹음이나 영상을 온라인으로 전달했다. 현장 예배의 경우도 방역당국이 권장하는 물리적 거리두기 기준에 맞추면서 참석 가능한 숫자가 평소의 3분의 1정도다. 예배 중 헌금은 계좌 이체를 통한 온라인 헌금으로 바뀌었다. 온라인 예배가 몇 달 지속되면서 교회 재정이라는 현실 문제로 인해 온라인 헌금이 공식화된 것이다.
교회가 바이러스 전파와 확산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현실 인식이 이런 변화를 수용한 셈이다. 이런 변경 과정에서 교단 총회의 권고 사항은 있었지만 최종 결정은 각 교회가 개별적으로 내렸다. 이 과정에서 중앙집권적 성격을 지닌 가톨릭교회나 조계종이 통일된 행동 지침을 실행한 것과 달리 개신교는 개교회주의 특징을 드러냈다.
신앙생활의 온라인화로 개신교 신앙은 루비콘강을 건넌 듯하다. “감히 어떻게?”에서 “이렇게 해도 되네요!”, “이것도 괜찮네요!”가 되었다. 과거에는 감히 생각도 못한 것들이 이제는 그래도 되는 것으로, 조만간에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을 듯하다.
개신교 신앙생활에서 보다 중요한 변화는 기존의 신앙 양태를 뒷받침했던 담론 체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공식 담론으로 인정되거나 수용된 것들의 정당성과 당위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수면 아래 있던 빙산의 대부분이 서서히 물 위로 떠오르는 것 같다. “주일성수”와 “예배당 중심주의” 담론에 대한 질문과 성찰이 그것이다.
그동안 “주일성수”와 “예배당 중심주의”는 한국 개신교의 금과옥조였다. “주일성수”는 일요일을 주님의 날이니 거룩하게 지킨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거룩한 시간”인 주일에 “거룩한 공간”인 예배당에서 “거룩한 사람들”인 교인들이 예배로 모이는 것을 넘어서, 일상을 “성과 속”으로 분리하는 상징 어구였으며, 여기에는 성스러운 영역과 속된 영역의 구별과 차별이 전제되어 있다. “주일성수”는 “예배당 중심주의”와 동전의 양면 관계이다. 지금까지 한국 개신교는 신앙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이 “예배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당위에 붙잡혀있다. “주일성수”하는 “예배당”은 구원의 장소이며, 구원이 확산되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 거룩한 곳이 질병이 확산될 수 있는 장소, 전염의 근원지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등장하였다. 구원과 질병 발생의 동시적 가능성으로서 “예배당”은 신앙생활에서 “예배당 중심주의”에 질문을 제기한다.
신앙생활의 양식이 바뀌면서, 지금까지 그것을 정당화한 담론과 정당화 방식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몸”과 “일상성”, “공동체성”에 대한 관심이 그것들이다. 무엇보다도 신앙에서 “몸”을 간과해 온 개신교에 몸의 중요성을 각인시킨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영혼과 육체의 강건을 축복이라고 선포했지만, 몸을 위해 일하는 것은 그다지 환영받거나 격려할만한 일이 아니었다. 몸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물질적 활동, 건강과 질병에 대한 의학적 관심,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내 몸의 역할 등을 이제야 주목하게 되었다. 또한 생계로 인해 “주일성수”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불편한 사실로서 다만 암묵적으로 용인될 뿐이었다. 그런데 코로나는 “주일성수”의 예외를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용인하는 계기를 가져왔다. 또한 온라인 예배는 “예배당 중심주의”를 넘어선 예배를 맛보게 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교회에서 예배 형식의 변화는 “주일성수”의 신념보다는 전염과 감염을 방지하려는 의학적 근거에 따른 것이다. 코로나 앞에서는 교회도 목회자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자각과 한국사회 전체의 안전이라는 사회적 압력은 “종교 예외주의”나 “목회자 특별주의”를 해소시키고 있다. 한국교회에서 신앙적, 교리적 합리성보다는 일상적, 사회적, 과학적, 상식적 합리성이 이전보다 더 중요하게 작동할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되고 있다.
III.
현재 코로나로 인한 한국 개신교회의 변화는 전자매체 시스템을 통해서 실행되고 있다. “인쇄술”에 기대고 “책”을 통해 성장해 온 개신교가, 코로나라는 우발적 상황을 맞아 폭발적으로 성장해 온 전자매체와 “온라인”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종교개혁으로 출현한 개신교가 또 다른 모습으로 갱신해 나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국교회가 온라인에 기반을 둔 변화와 갱신의 길을 걷는다면 두 가지 측면을 어떻게 고려할지 궁금하다. 하나는 교회가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의 사회적 관계 욕구나 욕망을 어떻게 채워줄 것인가? 인간의 사회성은 생명 역사의 과정에서 각인된 본능이다. 가족제도부터 국가까지, 동호회부터 주식회사까지, 정당부터 종교까지, 이것들은 인간의 사회성을 구현하는 여러 기제이다. 그런데 혈연을 기반으로 친족공동체를 제외하고, 나머지 모두는 특정 신념에 따른 인위적 구성물이다. 종교는 이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인간의 사회성을 실현시키는 구성물이다. 개신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오프라인 시대에 형성된 개신교회의 신앙 체계가 “언택트 시대”, 온라인 시대에 인간의 본능적 사회성을, 교인들의 사회적 욕구와 욕망을 어떻게 구현시킬 수 있을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간의 사회성과 관련된 것으로 “플랫폼으로 교회”이다. 사실 서구 역사에서 그리스도교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했다. 신앙뿐만 아니라, 물적 자원의 생산과 소비, 온갖 지적 담론의 생산과 전달, 정치적, 사회적, 예술적, 종교적 행위가 이루어진 플랫폼이었다. 한국 개신교회도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했다. 교회는 예배를 위한 신앙공동체이지만, 동시에 사교와 교육, 사업, 복지 등이 실현되는 매체이기도 하다. 과거 서구 역사에서 차지했던 비중보다는 못하지만, 한국교회도 일정 정도 플랫폼 기능을 수행해 왔다. 온라인 신앙 시대에도 교회가 여전히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는 교회의 앞날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예배당에서 모이는 예배는 다시 시작했지만, 온라인 예배와 병행하는 상황에서 주일을 보내는 것은 여전히 당혹스럽다. 게다가 온라인이 일상이 될 세상에서 목회자가 될 학생들을 온라인으로 교육하는 것은, 매체에 맞춰 방향과 내용과 방식마저 새로 구성해야 하니 곤혹스럽다. 자발적 선택이 아닌 외부의 압력으로 시작된 변화지만,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다. 우리는 지금 전혀 다른 기독교인이 되어가고 있다!
신재식_
호남신학대학교 교수
jshin@htus.ac.kr
저서로 《예수와 다윈의 동행》,《종교전쟁》(공저) 등이 있고, 논문으로 <그리스도교에서 본 마음과 몸: 정경을 중심으로>, <한국개신교의 현재와 미래>등이 있다.
출처: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뉴스레터 629호 (2020.06.02)
http://www.kirc.or.kr/hermeneut/hermeneut_03.php?mode=view&tblname=BBS_21&page=1&seqid=960
“우리는 지금 전혀 다른 기독교인이 되어가고 있다!” 아주 오래 전에 “전자시대와 종교”라는 주제에 관심 가지고 읽었던 책에서 본 구절이다. 종교개혁 이후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 그리스도인이 남긴 기록으로 기억한다. 급변의 요인은 “책”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이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로 “책”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전보다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을 통해서 모두가 “일점일획의 그름도 없이” 문자적으로 똑같은 신앙고백이 가능해졌다. “책”이라는 문서 매체는 예전과 교육을 포함해서 기독교 신앙의 핵심으로 되었다. 언급한 구절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전에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길을 걷던 신앙인의 당혹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요즘 많이 당혹스럽다. 어쩌면 500년 전 한 신앙인이 가졌던 느낌을 반복하는 듯하다. 코로나로 인해 강요된 변화 때문이다. 코로나는 우리 삶의 전 영역에서, 개인부터 지구공동체까지 변화를 가져왔다. 사스와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는 이런 상황이 앞으로 반복될 것이며, 우리는 이들의 변종이나 신종과 더불어 살게 될 것이다. 개신교 신학대학 소속의 목사인 필자도 일상의 변화 속에 있다. 강의와 예배가 온라인으로 바뀌고, 국내외 학회와 회의는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일상 활동의 거의 전부가 랜(LAN)과 와이파이(WiFi)를 통하는 온라인 삶이 되었다. 온라인 교육은 이전에 다소 맛을 보았지만, 온라인 종교생활은 전혀 새롭다. 비록 온라인화가 신앙생활이 외부 변화 압력에 대응한 것이지만, 이것은 한국 개신교의 구조와 성격의 변화를 동반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와 한국교회”를 주제로 개신교 안에서 논의가 과잉이라 할 정도로 빈번하지만, 필자의 제한된 미시적 경험을 기반으로 현황과 전개를 가늠한다.
II.
개신교인의 종교 생활에서 일차적인 변화는 예배 영역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일부 교회는 여전히 현장 예배로 모였지만, 상당수의 개신교회가 온라인 예배로 변경했다. 상황이 조금 나아진 지금도 현장 예배와 온라인 예배를 병행하고 있다. 다른 예배나 기도회, 모임은 거의 중단되었고, 새벽기도회의 경우는 목회자가 묵상이나 기도를 위해 녹음이나 영상을 온라인으로 전달했다. 현장 예배의 경우도 방역당국이 권장하는 물리적 거리두기 기준에 맞추면서 참석 가능한 숫자가 평소의 3분의 1정도다. 예배 중 헌금은 계좌 이체를 통한 온라인 헌금으로 바뀌었다. 온라인 예배가 몇 달 지속되면서 교회 재정이라는 현실 문제로 인해 온라인 헌금이 공식화된 것이다.
교회가 바이러스 전파와 확산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현실 인식이 이런 변화를 수용한 셈이다. 이런 변경 과정에서 교단 총회의 권고 사항은 있었지만 최종 결정은 각 교회가 개별적으로 내렸다. 이 과정에서 중앙집권적 성격을 지닌 가톨릭교회나 조계종이 통일된 행동 지침을 실행한 것과 달리 개신교는 개교회주의 특징을 드러냈다.
신앙생활의 온라인화로 개신교 신앙은 루비콘강을 건넌 듯하다. “감히 어떻게?”에서 “이렇게 해도 되네요!”, “이것도 괜찮네요!”가 되었다. 과거에는 감히 생각도 못한 것들이 이제는 그래도 되는 것으로, 조만간에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을 듯하다.
개신교 신앙생활에서 보다 중요한 변화는 기존의 신앙 양태를 뒷받침했던 담론 체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공식 담론으로 인정되거나 수용된 것들의 정당성과 당위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수면 아래 있던 빙산의 대부분이 서서히 물 위로 떠오르는 것 같다. “주일성수”와 “예배당 중심주의” 담론에 대한 질문과 성찰이 그것이다.
그동안 “주일성수”와 “예배당 중심주의”는 한국 개신교의 금과옥조였다. “주일성수”는 일요일을 주님의 날이니 거룩하게 지킨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거룩한 시간”인 주일에 “거룩한 공간”인 예배당에서 “거룩한 사람들”인 교인들이 예배로 모이는 것을 넘어서, 일상을 “성과 속”으로 분리하는 상징 어구였으며, 여기에는 성스러운 영역과 속된 영역의 구별과 차별이 전제되어 있다. “주일성수”는 “예배당 중심주의”와 동전의 양면 관계이다. 지금까지 한국 개신교는 신앙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이 “예배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당위에 붙잡혀있다. “주일성수”하는 “예배당”은 구원의 장소이며, 구원이 확산되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 거룩한 곳이 질병이 확산될 수 있는 장소, 전염의 근원지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등장하였다. 구원과 질병 발생의 동시적 가능성으로서 “예배당”은 신앙생활에서 “예배당 중심주의”에 질문을 제기한다.
신앙생활의 양식이 바뀌면서, 지금까지 그것을 정당화한 담론과 정당화 방식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몸”과 “일상성”, “공동체성”에 대한 관심이 그것들이다. 무엇보다도 신앙에서 “몸”을 간과해 온 개신교에 몸의 중요성을 각인시킨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영혼과 육체의 강건을 축복이라고 선포했지만, 몸을 위해 일하는 것은 그다지 환영받거나 격려할만한 일이 아니었다. 몸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물질적 활동, 건강과 질병에 대한 의학적 관심,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내 몸의 역할 등을 이제야 주목하게 되었다. 또한 생계로 인해 “주일성수”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불편한 사실로서 다만 암묵적으로 용인될 뿐이었다. 그런데 코로나는 “주일성수”의 예외를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용인하는 계기를 가져왔다. 또한 온라인 예배는 “예배당 중심주의”를 넘어선 예배를 맛보게 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교회에서 예배 형식의 변화는 “주일성수”의 신념보다는 전염과 감염을 방지하려는 의학적 근거에 따른 것이다. 코로나 앞에서는 교회도 목회자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자각과 한국사회 전체의 안전이라는 사회적 압력은 “종교 예외주의”나 “목회자 특별주의”를 해소시키고 있다. 한국교회에서 신앙적, 교리적 합리성보다는 일상적, 사회적, 과학적, 상식적 합리성이 이전보다 더 중요하게 작동할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되고 있다.
III.
현재 코로나로 인한 한국 개신교회의 변화는 전자매체 시스템을 통해서 실행되고 있다. “인쇄술”에 기대고 “책”을 통해 성장해 온 개신교가, 코로나라는 우발적 상황을 맞아 폭발적으로 성장해 온 전자매체와 “온라인”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종교개혁으로 출현한 개신교가 또 다른 모습으로 갱신해 나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국교회가 온라인에 기반을 둔 변화와 갱신의 길을 걷는다면 두 가지 측면을 어떻게 고려할지 궁금하다. 하나는 교회가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의 사회적 관계 욕구나 욕망을 어떻게 채워줄 것인가? 인간의 사회성은 생명 역사의 과정에서 각인된 본능이다. 가족제도부터 국가까지, 동호회부터 주식회사까지, 정당부터 종교까지, 이것들은 인간의 사회성을 구현하는 여러 기제이다. 그런데 혈연을 기반으로 친족공동체를 제외하고, 나머지 모두는 특정 신념에 따른 인위적 구성물이다. 종교는 이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인간의 사회성을 실현시키는 구성물이다. 개신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오프라인 시대에 형성된 개신교회의 신앙 체계가 “언택트 시대”, 온라인 시대에 인간의 본능적 사회성을, 교인들의 사회적 욕구와 욕망을 어떻게 구현시킬 수 있을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간의 사회성과 관련된 것으로 “플랫폼으로 교회”이다. 사실 서구 역사에서 그리스도교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했다. 신앙뿐만 아니라, 물적 자원의 생산과 소비, 온갖 지적 담론의 생산과 전달, 정치적, 사회적, 예술적, 종교적 행위가 이루어진 플랫폼이었다. 한국 개신교회도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했다. 교회는 예배를 위한 신앙공동체이지만, 동시에 사교와 교육, 사업, 복지 등이 실현되는 매체이기도 하다. 과거 서구 역사에서 차지했던 비중보다는 못하지만, 한국교회도 일정 정도 플랫폼 기능을 수행해 왔다. 온라인 신앙 시대에도 교회가 여전히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는 교회의 앞날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예배당에서 모이는 예배는 다시 시작했지만, 온라인 예배와 병행하는 상황에서 주일을 보내는 것은 여전히 당혹스럽다. 게다가 온라인이 일상이 될 세상에서 목회자가 될 학생들을 온라인으로 교육하는 것은, 매체에 맞춰 방향과 내용과 방식마저 새로 구성해야 하니 곤혹스럽다. 자발적 선택이 아닌 외부의 압력으로 시작된 변화지만,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다. 우리는 지금 전혀 다른 기독교인이 되어가고 있다!
신재식_
호남신학대학교 교수
jshin@htus.ac.kr
저서로 《예수와 다윈의 동행》,《종교전쟁》(공저) 등이 있고, 논문으로 <그리스도교에서 본 마음과 몸: 정경을 중심으로>, <한국개신교의 현재와 미래>등이 있다.
출처: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뉴스레터 629호 (2020.06.02)
http://www.kirc.or.kr/hermeneut/hermeneut_03.php?mode=view&tblname=BBS_21&page=1&seqid=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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