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순례: 욕망, 레파토리, 역사 -크레타 여신순례의 경우 / 김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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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교와젠더연구소 작성일20-09-11 14:16 조회2,592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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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순례: 욕망, 레파토리, 역사 -크레타 여신순례의 경우
김명숙(서울대)
Ⅰ. 들어가는 글
서구의 여신운동은 1970년대 초 제2물결 페미니즘의 흐름 속에서 미국에서 시작된 페미 니스트 영성운동이다.1) 이 운동은 기독교와 유대교 등 남성유일신을 중심으로 한 가부장제 종교들을 거부하면서 여신을 중심상징으로 채택해 대안적 영성을 추구해왔다. 간단히 말해 페미니즘의 통찰과 미국사회 신종교 전통들(emergent religious traditions)이 결합된 것이 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가부장제가 시작되기 이전 전(前)역사 시기의 평화롭고 조화로웠 던 여신숭배시대와 여신문명을 하나의 이상(ideal)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이성적 논리에 의 거한 신학적 설명체계보다는 의례를 통해 여신을 구현하고 체험하며 결속감을 느끼는 일에 더 가치를 두고 관심을 쏟는다. 극단적으로 말해 의례 자체가 여신학(thealogy)이라고 할 수도 있다.2)
여신순례는 여신운동이 북미대륙과 유럽, 오세아니아 지역으로 확산, 발전하면서 세계 곳 곳에서 빈번하게 실행되고 있다.3) 순례는 거의 모든 종교전통들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실천행위지만 여신운동에서 그 중요성은 질적인 차원을 달리한다. 첫째는, 여신운동이 신학 보다 의례를 전면에 세우는 데서도 드러나듯, 무엇보다 체화된 지식과 영성, 몸의 영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이상으로 제시된 고대의 여신 신앙과 문명을 ‘확증’해 주는 역사적인 기록도, 배타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경전도 없는 상황에서 역사적으로 인정되거 나 가정된 “신성한 장소”를 찾는 순례는, 순례자들에게 그들이 찾고 느끼는 신성함에 객관 적 권위를 부여해 주는 유일한 신앙의 요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캐스린 라운트리(Kathryn Rountree)는 여신순례가 전통적인 종교적 순례와 중첩되는 부 분이 많으면서도 고유의 독자성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우선 여신순례는 터너가 말한 순례의 특성을 공유해 역치적 현상을 보일 뿐 아니라 터너가 제시한 것보다 더 급진적으로 반구조 적 성향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순례자들이 단순히 규범적 사회질서나 일상생활로부 터 단기간 놓여나는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가부장제 사회질서를 영원히 전환시키려는 정 치적 목적을 따르기 때문이다. 여신순례는 모든 종교적 순례처럼 헌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 지만 일정 수준 페미니즘적 해방의 기획이자 저항이기도 하다.
출처: 한국종교학회 2013년 후반기 학술대회 자료집 (201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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