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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교회 신자(가나안 성도)와 중층신앙: 탈종교 시대 한국 개신교의 현상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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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5-05-13 12:56 조회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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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교회 신자(가나안 성도)와 중층신앙: 탈종교 시대 한국 개신교의 현상과 미래

 

<초록>

 

이 논문은 대한민국에서 개신교의 제도교회로부터 벗어났으나 신앙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탈교회 신자(소위 ‘가나안 성도’)들에 관한 연구이다. 연구의 목적은 이들을 관련 개념들과 비교하고, 한국적 상황에서 고찰함으로써 보다 심화된 이해를 시도하는 것이다. 논문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 한국의 탈종교와 탈개신교 상황을 세계적인 흐름과 연결하여 설명한다. 둘째, 서구의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spiritual but not religious)’ 개념과 그레이스 데이비(Grace Davie)의 ‘소속 없는 신앙(believing without belonging)’ 개념을 한국의 탈교회 신자와 비교 분석한다.

 

 셋째, 한국 고유의 종교성인 ‘중층신앙’ 관점을 통해 탈교회 신자들의 미래가 유럽의 탈교회 신자들과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다. 이를 통해 이 논문은 한국의 탈교회 신자들이 독특한 종교적 상황에 놓여 있으며, 특히 탈교회 신자들의 존재는 서구의 개념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이들의 미래는 다종교적인 한국의 맥락 속에서 중층신앙적 영성의 재발현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한다.

 

Ⅰ. 서론 

 

이론의 여지없이 현재 대한민국은 탈종교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주요 종단들의 교인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하락세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에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종교인 수라는 것이 항상 증감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감소가 왜 그리 대단한 문제인가?’ ‘종교인 감소는 세계적인 현상 아닌가?’ 이러한 질문들은 정당하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들에 내재된 전제들처럼 한국의 탈종교화 현상은 단순하지 않다. 먼저 종교인 수가 증감을 반복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근대 이후 한반도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20세기 초반 종교인 수가 집계된 이래 그 숫자는 아주 약간의 증감과 정체 기간이 있었지만 대부분 증가세에 있었다. 그런데 이 증가세가 100여 년 만에 처음 하락세로 변화했다. 그리고 그것은 20여 년째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목도하고 있는 지속적인 종교 인구 감소는 대한민국의 역사상 매우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많은 이들의 짐작과 달리 세계 종교인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아래에 그 내용을 더욱 소개하겠지만, 세계적으로 기독교, 이슬람, 힌두교 등 주요 종교의 신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주요 종단 신자 수의 총체적 감소를 겪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은 세계적인 추세와 상반되는 면이 있다. 따라서 이를 관심있게 관찰하고 분석할 중요한 학문적 필요성이 있다. 본 연구는 특별히 대한민국의 탈종교화 현상의 선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개신교의 탈교회 현상에 대해 다룬다. 

 

그 중에서도 소위 ‘가나안 성도’로 불리는 탈교회 신자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이들은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0 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교회에 등록이 되어 있지 않거나 아니면 등록되어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출석을 거의 하지 않는 ‘비출석’ 혹은 ‘비소속’ 개신교인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개신교인으로 부르는 이유는 이들이 제도교회를 멀리하면서도 여전히 분명한 개신교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탈교회 신자에 대한 조사 및 연구는 이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주제는 대체적으로 그들의 규모, 그들이 교회를 떠난 원인, 현재의 삶과 대안 등이다. 먼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는 5 년 마다 대규모 양적 연구를 통해 가나안 성도의 실체를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가장 최근의 보고는 2023년에 발간되었다(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2023). 

 

연구 논문들도 계속 나오고 있는데, 최근에는 가나안 성도들의 삶과 정체성에 대한 연구(박성원·권수영, 2017; 서도원, 2022), 교회 밖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에 대한 연구(김현준, 2017), 가나안 신자들의 영성 훈련(이주형, 2023; 2024) 및 목회 방향에 대한 연구(현한나, 2022) 등이 소개되었다. 하지만 이들에 앞서 ‘가나안 성도’의 존재와 특징을 세간에 널리 알렸으며, 이들에 대한 심층적이고 학문적인 접근이 가능하도록 기반을 제공해 준 것은 정재영의 연구이다. 그는 이미 2010년 심층 면접 조사를 통한 결과를 두 편의 논문으로 발표하였고(2013; 2014), 이를 다시 『교회 안 나가는 그리스도인』(IVP) 이라는 단행본으로 출판하였다(2015). 

 

또한 2018년도에는 826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새로 업데이트된 연구 결과를 <가나안 성도 신앙의식 및 신앙생활 조사발표>라는 보고서를 통해 제시하였다(2018). 본 연구는 이러한 연구 자료들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시도한다. 먼저 연구자의 주된 접근 방식은 탈교회 신자들을 ‘탈교회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많은 경우 이들에 대한 연구는 대체로 교회 중심적인 시각에서 이뤄졌다. 다시 말해 목회적, 신학적 관심을 가지고 이들에 대한 돌봄, 대안적 신앙생활, 다시 교회로 돌아오거나 개념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방법 등이 주로 이뤄졌다. 하지만 본 연구는 이들에 대한 보다 공정하고, 사회적인 이해를 위해 교회나 신앙을 참조해야 할 규범으로 상정하지 않는다. 더불어, 연구자의 또 다른 관심은 탈교회 신자를 국제적인 맥락과 담론 속에 연결하여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먼저 세계의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의 탈종교 및 탈개신교 현상을 살펴보고, 이어서 탈교회 신자들을 서구 담론에서 등장한 두 가지 유사개념—‘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spiritual but not religious)’과 ‘소속 없는 신앙(believing without belonging)’—과 비교하여 이해를 시도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이들의 탈교회 영성을 한국인들의 고유한 종교성의 하나로 여겨지는 ‘중층신앙’과 연결하여 여러 가설적 질문을 던져본다. 이러한 세 가지 작업을 통해 본 연구는 한국의 탈제도교회 개신교인들에 대한 다각적이면서도 심층적인 이해를 구성하고, 이들에 대한 확장된 논의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출처: 이정철, 종교와 사회(Asian Journal of Religion and Society) Vol. 13, No. 1 (2025):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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