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종교화 시대, 청년여성과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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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탈종교화 시대, 청년여성과 종교
<초록>
청년들의 탈종교화가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 청년여성신자들은 종교문화 내 성별화된 규범과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더 주변화되고 있다. 본 연구는 종교의 쇄신과 여성들의 참여가 어떠한 문화와 제도적 맥락에서 가능한가에 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20-30대 개신교, 불교, 천주교 청년여성신자 12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실시하였다. 이를 통해 청년여성신자들이 마주하는 종교문화의 성불평등 조건과 경험은 무엇이며, 종교 규범과 개인의 삶의 양식, 가치관과는 어떠한 지점에서 충돌하는지 밝히고자 하였다.
연구분석 결과, 청년여성신자들은 종교의 교계 구조, 전통적인 성관념에 정초한 교리나 사변적인 신학보다 그들이 실제로 종교문화 안에서 체험하는 성불평등 현상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그들은 가부장제로 인한 전통적 성불평등 관행과 폐쇄적 정상가족 중심의 교리를 거부하고 있으며, 종교 안과 밖(일반 사회)의 성평등 인식과 감수성의 온도차를 경험하고 있었다. 아울러 청년여성신자들은 현재 우리 사회의 변화된 다양한 삶의 형태를 수용하지 못하거나 폐쇄적 종교 규범만을 강요하는 배타성에는 반감을 느끼는 공통점을 보였다. 요컨대 본 연구는 청년여성신자들의 성불평등의 경험, 인식과 그 대응을 살펴봄으로써 청년여성들의 탈종교화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여 종교공동체의 제도적 성찰과 소통에 대한 요청을 함께 논의하였다.
I. 들어가는 말
최근 청년들의 탈종교화는 두드러지게 심화되고 있다(송재룡, 2020;
오세일, 2020). 2000년대 이후, 20-30대 청년층의 탈종교화는 종교인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한국갤럽조사연구소, 2021). 이처럼
탈종교화는 불안정한 지위에 놓여있는 청년들에게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종교영역의 성별화된 규범과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청년여성들은 더 주변화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 청년여성들은 연령과
성별의 차등적이고 교차된 위치로 인해 목회, 사목, 포교에 있어 제일
소외된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남녀 차별, 성별 고정관념, 성인지
감수성 등에 민감한 청년여성들의 요구를 특수한 개인의 문제로만
환원시킨다면 청년여성들의 탈종교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오늘날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종교의 필요성이나
유용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종교의 폐쇄성이나 경직성, 형식성에 대한 의문을 갖고 종교를 떠나기도 한다(Taylor, 2007; Putnam and Campbell,
2012). 즉, ‘세속화’라는 큰 흐름의 사회변동과 더불어 종교조직의
불평등과 보수성, 제도의 불합리성, 교리와 세계관과의 충돌 등이
중층적이고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청년층의 탈종교화 추세는
가속화되고 있다(송재룡, 2020; 박진희·오세일, 2020).
따라서 본
연구는 청년들의 탈종교화 추세 속에서 특히 청년여성신자1)들이
종교영역 내에서 마주한 성불평등 경험과 인식이 그들의 여성주의적
가치관 혹은 성평등의식과 어떻게 충돌하며 그들의 종교문화적
배경에서 어떻게 구성되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종교를
향한 요청은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이는 어떠한 함의를 갖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흔히 종교와 여성에 대한 논의는 페미니즘 단체와 종교계의 대립
및 갈등과 같은 사회문제로 가시화된다. 가장 보수적이라고 여겨지는
종교조직의 성불평등 문제는 페미니스트들의 주요 공격대상이 되어
급진적 페미니즘 운동과 종교계의 대립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Arendt, 1995; 버틀러, 2008). 물론 성평등의 요구는 인류애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계를 향한 ‘급진적 페미니즘’의 비판적 시각은 종교계의 입장을
고려할 때, 다음의 세 가지 지점에서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Nussbaum, 1999; 2014; 카스텔, 2008). 첫째, 종교조직에 소속되어
있는 여성들의 다양한 종교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여성 종교인들이
가부장제의 억압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상정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급진적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여성종교인들은 페미니즘적 계몽과 해방의 기획 대상이거나 반대로 철저하게 무관심의 대상이 된다. 둘째, 종교의 전통과 종교성을 유지한 채 제도적 변화를 요구하는
여성종교인들의 존재와 그들 고유의 목소리를 제외하는 것이다. 여성종교인 중에는 종교적 가르침을 개인 윤리지향으로 충실히
따르거나 종교적 세계관의 가치를 최우선의 삶의 가치로 여기는
여성종교인도 존재하며, 이와는 달리 종교적 신념 아래 종교 생활과
가르침에 충실하면서도 동시에 관습적으로 재현되거나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특정 사안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여성종교인도 있을 수
있다. ‘여성종교인’이라는 동일 집단을 가정하면서 여성종교인들의
개별화된 시각과 인식의 차이 및 행위의 주체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교차성(intersectionality)의 관점을 간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종교조직의 보수성을 강조한 나머지 종교의 전통과
제도를 적대시하여 해체하거나 타파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종교는 오랜 역사 안에서 상징적 의미체계를 구축했고, 예배·미사·법회와 같은 고유한 예식을 행하여 공통의 신앙을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성스러움과 초월성의 의미뿐만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도덕과 가치를 담지해왔다(뒤르켐, 2020; Bellah, 1991; Habermas,
2010). 그러나 역사적으로 특수한 상황에서 종교는 여러 갈등과
반목의 주제가 되기도 하고 이로 인해 분열이 조장되기도 하였으며, 포스트-세속 사회의 맥락에서 종교적 가치와 보편적 의미를
보전하려는 노력과 종교의 전통과 제도를 해체하려는 시도 간의
갈등은 ‘문화 전쟁(culture war)2)을 초래하기도 한다(Habermas, 2008).
한편, ‘미투 운동’이나 ‘페미니즘 리부트’는 종교의 성불평등에 대한
문제 제기와 변화의 요청을 촉발하기는 했으나 종교계에서는 아직
제도와 관행의 쇄신으로 수용하지 못한 상태로 여겨진다. 특별히 종교조직 안의 여성들(종교조직의 여성 성직자와 종교공동체에 소속된
신자)의 변화를 향한 요청에 비하여, 종교공동체의 변화를 향한
제도적 논의와 성찰은 아직 미미한 수준으로 보인다(강석주, 2019;
양혜원, 2019; 최현순, 2021).
따라서 본 논문은 오늘날 한국사회의
청년여성신자들이 경험하는 종교 내 성불평등의 상황과 맥락을
분석하고, 그들이 종교조직의 구조적 위치와 문화적 관행 안에서
종교적 정체성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둔다. 종교와 여성 간의 ‘관계’에서 종교적 위계에 관한 비판적 논의는
종교학·신학의 분야 안에서 주로 이루어졌으며, ‘가부장제’, ‘권위주의’에 대한 이론적 논의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어 이에 대한
경험 분석을 다룬 종교 사회학적 연구는 매우 부족한 편이다(이숙진, 2007; 강호숙, 2016). 게다가 종교와 여성에 관한 교의적, 이론적
논의들은 주로 종교집단 내에서 여성의 수동적 위치 혹은 피해의식을
강조하거나 종교 내 여성들의 지위를 향상해야 한다는 원론적
주장이나 교계 비판으로 흐르고 있다.
그러나 본 논문은 ‘탈종교화
시대에 종교공동체의 쇄신 차원에서 성평등의식의 재고와 젠더
감수성의 향상은 어떻게 가능한가?’, ‘청년여성신자들의
종교공동체로의 참여는 어떠한 문화적, 제도적 맥락에서 가능할
것인가?’와 같은 실제적이며 실천적인 질문에 천착하고자 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종교와 여성에 대한 그간의 이론적 논의와 시대
사회적 변화의 중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목받지 못했던
청년여성신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한다. 이는 청년여성신자들의 탈종교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동시에 종교를 향한 청년여성들의 실질적
요구에 관한 탐구이기도 하다.
청년여성신자로서 경험하는 성불평등의
구체적 지점, 그 인식과 대응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자 다음의 연구
질문을 제기한다. 첫째, 한국의 3대 종교(개신교, 불교, 천주교)의
청년여성신자들이 마주하는 종교문화의 성불평등 경험의 구조적
맥락은 무엇이며, 개인의 가치관과 종교의 세계관은 어떻게 충돌하는가? 둘째, 청년여성신자들의 성불평등 경험 중에서
탈종교화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요인들은 무엇이며, 이들은 그것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가? 셋째, 성불평등 경험과 그 인식은 종교별로
어떠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형성하는가?
요컨대, 본 논문은 청년여성신자들의 구체적인 경험을 통하여
종교를 향한 그들의 요청은 무엇이며, 종교공동체는 진정한 이해와
소통을 포함하여 어떻게 청년여성들과 동반할 수 있을 것인가를
모색하고자 한다. 글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2장에서는 종교와 여성에 관한
선행연구들의 논의와 방향을 살펴본다. 3장에서는 성과 속의 경계에
있는 청년여성신자들의 긴장과 취약성, 종교적 정체성에 대해
논급한다. 4장에서는 연구 방법에 대하여 설명한다. 5장에서는 종교적
세계관과 종교문화 안에서 불평등의 경험이 어떻게 인식되고
대응되는가를 살펴보고 이들의 요청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분석할
것이다. 6장에서는 본 연구의 의의와 함의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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