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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기도집: 유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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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2-02-10 14:59 조회1,5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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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경 

 

그 때에 부처님이 문수보살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유마힐에게 가서 문병하여라.”

문수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상인(上人)에게는 말을 건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는 실상의 이치를 깊이 통달하여 법문을 잘 설하며 변재가 막힘이 없습니다. 지혜 또한 걸림이 없으며 일체 보살의 법식을 다 압니다. 모든 부처님의 비밀스러운 법문을 두루 통달하였으며 모든 마군을 항복 받아서 신통자재하게 잘 노닐며 지혜와 방편을 이미 다 이뤘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성스러운 뜻을 받들어 그분에게 가서 문병하겠습니다.”

 

문수보살이 그의 방에 들어가니 아무 것도 없고 유마힐 홀로 침상에 누워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에 유마힐이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문수보살이시여, 오지 않고 오셨으며 보지 않고 보십니까?”

“그렇습니다. 거사여, 온다 해도 온 것이 아니며 간다 해도 가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온다는 것은 어디로부터 오는 바가 없으며, 가는 것은 이를 곳이 없으며, 본다는 것도 실상은 보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 일은 잠시 이쯤에서 그만두고 거사님, 병은 참을 만합니까? 치료는 차츰 차도가 있습니까? 더 심하지는 않습니까?

세존께서 걱정하시면서 간곡하게 물으셨습니다. 이 병은 무슨 원인으로 생긴 것입니까? 병이 난 지는 얼마나 되었습니까?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습니까?”

 

유마힐이 대답하였다.

“무명으로부터 애착이 생겨서 나의 병이 생긴 것입니다.

또 일체중생이 병이 들었기 때문에 나도 또한 병이 들었습니다.

만약 일체중생의 병이 나으면 나의 병도 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살은 중생을 위해서 생사에 들어갑니다. 생사가 있으면 병이 있지만 만약 중생이 병을 여의면 보살도 병이 없어집니다.”

 

문수보살이 말하였다.

“거사님의 병은 어떤 모습입니까?”

“나의 병은 형상이 없어서 볼 수 없습니다.”

“이 병은 몸과 합한 것입니까? 마음과 합한 것입니까?”

“몸과 합한 것이 아니니 몸 모양이 없는 탓이며 또한 마음과 합한 것도 아니니 마음은 환영과 같기 때문입니다.”

“지대 ․ 수대 ․ 화대 ․ 풍대(地 水火 風) 4대 중에 어디에 속한 병입니까?”

“이 병은 지대의 병도 아니지만 또한 지대를 떠난 것도 아닙니다.

수대, 화대, 풍대도 또한 이와 같습니다. 그러나 중생의 병은

사대로부터 생기므로 그러한 병이 있으므로 저도 병이 들었습니다.”

 

문수보살이 유마힐에게 물었다.

“보살은 어떻게 병든 보살을 문병해야 합니까?”

 

유마힐이 대답하였다.

“몸의 무상함을 말하되 몸을 싫어하여 버리라고 말하지 아니합니다. 몸이 괴로운 것이라고 말하되 열반을 좋아라고 말하지 아니합니다. 몸은 무아(無我)임을 말하되 중생을 가르쳐 인도함을 해야 합니다. 몸이 공하다고 말하되 마침내 적멸한다고 말하지는 아니합니다. 과거의 죄를 참회하라고 말하되 과거에 빠져있기를 말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기의 병으로서 다른 이의 병을 연민히 여기며, 지나간 세상에서 한량없이 고통받던 줄을 알아서 일체 중생을 이익되게 할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닦은 복을 기억하여 청정한 생활을 생각하며, 근심 걱정을 하지 말고 항상 정진하며 마땅히 훌륭한 의사가 되어 여러 가지 병을 치료할 것이니 보살은 이처럼 병든 보살을 문병해서 기쁘게 해야 합니다.”

 

“거사님, 병 있는 보살이 어떻게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까?”

병 있는 보살은 이런 생각을 해야 합니다. 나의 이 병은 지난 세상의 허망한 생각과 거꾸로 된 마음과 번뇌로부터 생긴 것이요, 진실한 법이 아니거늘 누가 이 병을 앓겠는가?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대가 화합한 것을 몸이라 부르는데 사대는 주인이 없기에 이 몸도 나라고 할 것이 없습니다. 또 이 병은 나라고 하는 집착으로 말미암아 생긴 것이므로 나라는 집착을 버려야 합니다.

이미 병의 근본을 알았으면 곧 나라는 생각과 중생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법에 대한 생각을 일으켜야 합니다. 마땅히 이러한 생각을 할지니, 여러 법이 모여서 이 몸이 되었다, 생기는 것도 법이 생기는 것이요 없어지는 것도 법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또 이 법은 서로 아는 것이 아니어서, 생길 적에도 내가 생기노라 말하지 아니하고 없어질 적에도 내가 없어진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저 병 있는 보살이 법이란 생각을 없애기 위하여서는 마땅히 이런 생각을 할 것입니다. 이 법이란 생각도 뒤바뀐 것은 큰 걱정이니 반드시 여의어야 합니다.”

 

“어떻게 여읠 것입니까?”

“나와 내 것이란 생각을 여의어야 합니다.”

“어떻게 나와 내 것이란 생각을 여읠 것입니까?”

“두 가지 법을 여의어야 합니다.”

“어떤 것이 두 가지 법을 여의는 것입니까?”

“안의 법과 밖의 법을 생각하지 말고 평등한 행을 할 것입니다. ”

“어떤 것이 평등입니까?”

“나라는 것도 평등하고 열반도 평등한 것입니다.”

 

“어찌하여 그러합니까?”“나와 열반이 둘 다 공하기 때문입니다. ”

“어찌하여 공하다 합니까?”

“이름만 있으므로 공한 것이며,

그리하여 이 두 가지 법이 확정한 성품이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평등함을 얻게 되면 다른 병은 아무 것도 없고 공하다는 병만 있나니, 공하다는 병도 역시 공한 것입니다.

 

이 병 있는 보살은 받을 것이 없으므로 모든 받을 것을 받으며, 불법을 갖추지 못하였더라도 받는 것을 없애고 증득을 취하지 않습니다. 설사 몸에 괴로움이 있더라도 나쁜 곳에 있는 중생들을 생각하여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일으켜야 합니다. 

 

나를 이미 다스릴 수 있게 되면 마땅히 일체 중생도 다스리되 그 병만 제할지언정 법은 제하지 말 것이며,

병의 근본을 끊기 위하여 교화하고 지도할 것입니다.”

 

유마경, 문수보살문질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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