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문화비평학회가 주관하고 한국종교문화연구소가 주최하는 2016년 하반기 정기 심포지엄이 오는 11월 19일(토)에 개최됩니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동아시아의 제의와 희생”이며, ‘희생제의(sacrifice)’를 키워드로 하여 동아시아의 종교문화를 새로운 시각에서 재조명해 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기획되었습니다.
희생제의는 그동안 종교학, 인류학, 사회학 등 여러 학문 분과에서 많은 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온 분야입니다. 특히 종교학 영역에서는 그 태동 시기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희생제의가 핵심 주제 중의 하나로 취급되어 왔으며, 종교학 이론의 상당수가 희생제의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희생제의에 대한 기존의 연구에서 분석 대상으로 삼은 자료는 대부분 유럽이나 인도, 아프리카 문화권의 종교의례입니다. 이는 희생제의 이론 자체가 서구에서 시작된 까닭에 서구학자들의 필요성과 흥미, 그리고 접근의 용이성에 따라 자료가 선택되었기 때문에 초래된 결과일 것입니다. 그러나 희생제의는 모든 문화권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거의 모든 종교의례의 기본적인 양식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또 희생제의는 대부분의 종교전통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의례이면서, 문화권에 따른 차이 또한 큰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희생제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문화권의 사례를 다양하게 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곧 기존에 연구된 자료들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문화권에서도 새로운 자료를 발굴하여, 여기에 기존 이론을 적용, 검증해보고 문제점을 수정함으로써 좀 더 세련된 희생제의 이론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동아시아 문화권의 희생제의에 대한 연구는 이러한 작업에 특히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중국종교 및 한국종교를 전공하고 있는 종교학자들이 모여 보편적 종교의례 양식으로서의 ‘희생제의(Sacrifice)’라는 틀을 통해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종교전통, 곧 고대 종교, 유교, 도교, 불교의 의례를 재조명해 보고 이들의 특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발표될 논문은 모두 5편입니다. 임현수는 <상대(商代) 제사 희생에 반영된 신, 인간, 동물의 관계>에서 갑골문에 기록된 동물 희생과 인간 희생을 분석함으로써 중국 고대 사회에서 정립된 신, 인간, 동물의 관계를 추론합니다. 이연승은 <중국 고대 제의들에 사용된 피의 의미>라는 논문을 통해 《예기(禮記)》, 《주례(周禮)》, 《좌전(左傳)》 등 유교(儒敎) 경전과 그 주석에 나타나는 ‘피의 의례’의 종교적 의미를 묻고자 합니다. 이욱은 <조선시대 유교 제사의 확산과 희생의 변용>에서, 조선후기에 이르러 유교 제사가 민간에 확산되면서 일어난 ‘탈희생제의화’의 과정을 고찰함으로써 한국 유교의례의 특징과 그 종교사적 의미를 분석합니다. 최수빈은 <제물(祭物,sacrifice)과 사제(司祭, sacrificer)의 기능과 의미를 중심으로 살펴본 도교 희생제의>라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이 발표에서 그는 도교의 희생제의인 재초(齋醮)의, 유교나 불교와 다른 고유한 구조와 특성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리고 Sem Vermeersch는 <사리를 만드는 제의: 선불 교에 있어서 죽음의 의례화>라는 논문을 통해 ‘진상’과 ‘사리’를 불교 희생제의의 결과로 다루면서 그 종교적 의미에 대한 해명을 시도합니다.
이처럼 이번 심포지엄의 발표자들은 제사라고 하는 동아시아 종교의 희생제의가 보여주는 고유성과 특수성을 각 종교전통별로 역사적 · 문화적 변이에 따라 추적하고 분석하여 그 특성을 드러내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는 동아시아 종교의 의례에 대한 기존과는 다른 접근방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동아시아의 종교문화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동아시아 종교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희생제의에 대한 기존의 연구 성과에 동아시아의 사례를 추가함으로써, 세계 여러 문화권에 나타나는 희생제의의 보편성과 다양성을 비교, 분석하기 위한 자료를 제공하고, 나아가 희생제의 이론을 보다 정치하게 수립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내용을 토론할 이번 심포지엄에 선생님을 초대하오니, 바쁘시더라도 참석하셔서 자리를 빛내주시기 바랍니다.
2016. 11.
종교문화비평학회 회장 박규태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장 장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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