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에서 종교문화라는 개념의 등장과 문제점
발표: 장석만 (종교문화비평학회)
종교전통 중심의 종교사 서술에 대한 비판과 종교문화라는 개념: 종교의 개념적 조건은 세속과는 다른 종교 영역의 환원불가능성을 주장하면서 그 안에 여러 하위 범주, 즉 기독교, 불교, 이슬람, 유대교, 힌두교, 유교, 도교 등을 포섭하는 것이다. 그래서 종교학은 종교현상의 보편성을 주장하는 방향과 그 하위 범주의 종교전통을 연구하는 것으로 나누어진다. 소전 종교학의 특징은 후자가 지닌 신학적(교학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전자에 치중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의 영향력 있는 “종교문화”라는 개념도 이런 맥락에서 출현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한 검토를 다루고자한다.
2. 만남의 지평, 그 열림과 닫힘 ―엘리아데의 현상학과 해석학 성찰 발표: 김현자 (서울대학교)
엘리아데는 자신을 종교사가이자 종교현상학자로 자칭한다. 실제로 그는 『종교사 개론 Trait d'histoire des religions』과 『종교적 믿음과 관념의 역사 Histoire des croyances et des ides religieuses Ⅰ, Ⅱ, Ⅲ』를 저술했으며, 또 『성과 속 Le sacr et le profane』의 성격을 직접 종교사 일반 입문 L'introduction gnrale l'histoire des religions으로 규정했다. 『탐색 The Quest』으로 영역된 책의 원 제목도 『기원에 대한 향수, 방법론과 종교사 Nostalgie des origines, Mthologie et histoire des religions 』이다. 이들은 종교에 관한 그 이전의 다른 연구들과 구별되는 엘리아데의 종교 연구의 특성을 보여주는 주요 저작들로 간주된다. 하지만 엘리아데는 종교사가로서 보다는 흔히 현상학자와 해석학자로 인식되며, 그래서 그의 사상도 주로 현상학과 해석학의 맥락에서 연구되고 있다. 종교사가-엘리아데가 별로 거론되지 않는 까닭은 엘리아데 자신도 말했듯이 그가 서술하는 종교사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종교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엘리아데는 인류의 종교적 경험들을 표현하는 구체적인 역사적 자료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는 역사가 야기한 수많은 변이들과 차이점들을 기술하고 변화와 생성의 물적 조건들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성(聖 le sacr)과 조우하는 인간의 경험에 주목하여 종교 경험 특유의 색조들을 일반화하여 설명한다. 다시 말해서 종교사가로서의 엘리아데는 현상학적 관점에서 종교 자료들을 해독하는 해석학자이다. 그런데 엘리아데의 해석학은 구조적 해석학과 창조적 해석학이라는 두 다른 층위에서 전개된다. 성스러움이 드러나는 다양한 양태들을 통해 종교적 인간 특유의 존재방식을 설명하는 과정이 구조적 해석학이라면, 탈성화된 현대사회에서 은폐되고 위장된 성현의 가치와 의미를 부각시킴으로써 현대인이 역사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작업이 창조적 해석학이다. 현상학의 지평에서 구조적 해석학의 방법으로 그가 갈무리한 것이 바로 원형의 반복, 또는 신의 모방이라는 종교인의 존재 방식 ― 엘리아데는 이를 고대 존재론이라 표현했다 ―이며, 그의 창조적 해석학은 그 지향에서 종교사의 범위를 넘어선다. 제한된 지면으로 엘리아데의 사상 전반에 대한 성찰은 지나치게 피상적이 될 수 있으므로, 이번 발표에서 나는 엘리아데의 현상학과 구조적 해석학의 과정을 구체적 예들을 통해 성찰함으로써 종교사가로서의 그의 연구방법과 고대 존재론이 열어주는 지평과 닫혀 있는 지평을 검토하려 한다. 삶의 경험들은 엄청나게 다양해서 모든 일반론은 그것이 설명하고자 하는 사실이나 현상들의 일부를 놓치게 마련이다. 엘리아데의 종교 현상학과 구조적 해석학을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성찰하는 작업은 그가 놓친 사례들이 아니라 그가 예증한 사례들로써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엘리아데는 프로이트나 뒤르케임 식의 연구는 종교의 본질적 특성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엘리아데의 현상학과 구조적 해석학이 그가 비판하는 다른 ‘환원적’ 연구방법들보다 종교인의 삶의 방식의 본질을 보다 잘 이해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그가 종교 경험에서 비본질적인 것으로 간주했던 어떤 것이 오히려 종교에 내재해 있는 또 다른 본질적 요소는 아닌지를 되짚어보겠다.
3. 관리인(caretaker)과 비평가(critic) 사이에서: 한국 기독교를 보는 정진홍의 시선
발표: 이진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한국 기독교계는 종교학자 정진홍의 소리를 듣기 위해 만남의 자리를 자주 마련하고 있으며 정진홍은 종교학자의 자리에서 한국 기독교에 대해 나름의 발언을 하고 있다. 기독교계를 청중으로 하는 정진홍의 발언에는 일정한 ‘긴장’이 감지되는데 이는 종교학자가 종교의 ‘관리인’인가 ‘비평가’인가 하는 종교학의 정체성 논쟁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 글은 종교학자 정진홍의 시선에 포착된 한국 기독교의 풍경과 그러한 풍경을 읽는 그의 시선 속에 내재한 긴장의 구조를 탐색해 본다. 구체적 분석 대상은 종교다원주의 및 토착화 논쟁, 한국 기독교의 성장, 신학과 종교학의 관계 등에 대한 정진홍의 말과 글이 될 것이다.
4. 틈새의 종교학과 상상의 시학 : 소전학에 있어 종교예술문학 발표: 박규태 (한양대학교)
긴 호흡의 글쓰기로 사유의 깊이를 드러내는 소전학은 인식의 논리를 바깥에서부터 껴안으면서 그 틈새의 사이로 언뜻 언뜻 새어나오는 상상의 내적 열림을 지향한다. 소전 종교학이 예술과 문학의 향취를 차마 거부하지 못하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 본 소고는 이와 같은 소전학이 ‘틈새의 종교학과 상상의 시학’이라는 표현으로 응축될 수 있다고 보면서, 거기서 종교와 예술 및 문학의 불가결한 연대성을 읽어내려는 시도이다.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소전학에서 종교와 예술과 문학은 그 각각이 하나의 환원불가능한 틈새로서 모든 꽉 차 있는 것 즉 자명성과 객관성과 자기완결성을 주장하는 ‘덫’으로서의 학문성에 대한 극적이고 래디칼한 저항의 매듭으로서 기능한다. 그러면서 종교와 예술과 문학은 인간의 삶과 세계를 구성하는 세 가지 범주인 이성과 감성과 상상, 또는 그것들의 밑그림이자 변주곡이라 할 만한 시간과 공간과 기억, 경험과 고백과 상징, 말짓과 몸짓과 생각짓, 물음과 해답과 되물음 등의 동심원적 파 장으로 끝없이 퍼져나간다. 그 요동치는 고요한 물결이 닿는 곳은 다름 아닌 시인의 집이다. 물론 그 집은 더 이상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 변방과 중심이 교차되면서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며 허물어지고 다시 지어지기를 무수히 되풀이하는 ‘정직한 열림’의 자리이다. 그것은 ‘완전한’ 열림일까? 본 소고의 시선이 던지는 궁극적인 물음은 바로 이것이다.
5. 신화와 역사: 의미 형성의 두 지층
발표: 임현수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신화는 정진홍의 학문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가 신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일은 그의 학문세계를 조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정진홍의 신화 연구는 두 가지 관점에서 조명할 수 있다. 첫째 정진홍은 신화를 해석학의 맥락에서 규명하고자 한다. 그에 따르면 신화는 고백의 언어이다. 신화는 사실의 지평 너머에 있는 의미의 세계를 지향한다. 둘째 신화는 무엇보다도 역사를 비교의 한 축으로 삼고 논의되는 경향이 있다. 신화와 역사의 관계는 간단하지 않은 듯하다. 신화와 역사는 단순히 사실이냐 허구냐의 대립을 넘어 의미와 진리를 중심으로 교차하고 있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주제들을 중심으로 정진홍의 신화 연구가 지닌 의의와 한계를 파악하고자 한다.
6. 몸짓 현상학의 한 탐구: 그리스도교의 기도 행위를 중심으로
발표: 박상언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 글의 물음은 “몸짓의 현상학”이란 어느 종교학자의 발언에서 시작한다. 의식, 의례, 제의, 예식 등의 여러 용어에 나름의 의미를 담아 어떤 종교적 행위의 현상을 설명하고 있는 학계의 관행에 비추어볼 때, 이 표현에는 종교적 행위가 몸짓으로 비롯되고, 따라서 몸짓의 해명이 이루어지 않고서는 종교 현상으로서의 종교적 행위는 충분히 서술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이 글은 그러한 학문적 발언에 대한 소극적인 대답이다. 몸짓의 현상학을 위한 이론과 구체적인 사례 분석들에 관한 충분한 검토는 이 글에서 이루어지 않는다. 그보다는 ‘기도의 현상’에 관한 탐구를 통해 종교학에서 ‘몸짓의 현상학’의 자리와 그 의미를 살펴보는 데 목적이 있다. 논의의 영역은 세 가지이다. 첫째, 하나의 종교현상으로서 기도에 관한 종교학적 논의가 이루어지 않는 원인을 모색하면서 기도에 관한 종교학의 주요 논의를 살펴볼 것이다. 둘째, 현상의 드러남과 감춰짐의 움직임 속에서 몸짓으로서의 기도 현상을 어떻게 서술할 수 있는지를 논의할 것이다. 셋째, 서술하는 나의 몸짓과 서술되는 너의 몸짓의 ‘거리 조정’이 빚는 현상과 그 의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7. 죽음에 관한 일곱 가지 이야기: 정진홍의 죽음론
발표: 이창익 (한림대 생사학연구단)
이 글은 1980년대 이후 정진홍 교수의 죽음에 관한 논의가 갖는 학문적 맥락을 서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는 왜 죽음에 관한 연구를 자신의 종교학의 주요한 테마 가운데 하나로 택한 것일까? 죽음의 종교학 내지는 죽음의 문화학은 종교학의 문화비평적 기능과 어떠한 관련성을 갖는 것일까? 정진홍 교수의 죽음론이 현재의 종교학 연구에 제공하는 사색의 단초는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면서 죽음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어 서술하고자 한다.
8. 경험과개념: 민간신앙 인식에의 물음
발표: 이용범 (안동대학교)
한국 민간신앙과 관련된 소전 종교학의 지속적인 관심은 그것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착종된 인식의 대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민간신앙에 대한 새로운 물음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소전 종교학에서 던지고자 하는 민간신앙 인식에의 물음은 무엇이고, 그러한 물음을 통해 드러나는 민간신앙의 모습과 그것이 한국 민간신앙 연구에서 갖는 의미를 밝히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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