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조원씩 쏟아붓고도 출산율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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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4-03-12 19:25 조회4,917회 댓글0건본문
연 10조원씩 쏟아붓고도 출산율 제자리
저출산, 성평등으로 풀어라
여성 사회적 지위 낮은 국가, 출산율도 낮아
성평등이 근본 해법… 정책 방향 수정해야
▲ 정부가 출산장려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출산율에 큰 변화가 없어 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6일 서울시내 한 종합병원 신생아실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신생아 수가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합계출산율 역시 4년 만에 1.2명 아래로 떨어져 또다시 초저출산국에 진입했다. 정부가 출산장려정책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백약이 무효’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말 발표한 ‘2013년 출생·사망통계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아이는 43만6600명으로 전년(48만4600명)보다 9.9%(4만8000명) 줄어들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말하는 조(粗)출생률도 8.6명으로 전년보다 1.0명 감소했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19명밖에 되지 않았다. ‘초저출산’의 기준선인 1.30명 아래로 다시 떨어진 것이다. 201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7명으로 한국은 OECD 34개국 중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다.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추진하면서 연평균 1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출산율에 큰 변화는 없다. 이에 따라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전문가들은 결혼 문화와 고용환경이 확 바뀌지 않는 한 해법이 없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출산정책연구센터 센터장은 “1980년대와 달리 지금은 여성 고용률이 높은 국가가 출산율이 높다”며 “프랑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의 경우 여성 고용률이 높아지면서 출산율도 높아졌다.
일·가정 양립 정책이 자리잡지 못한 한국은 유럽에 비해 출산율도 반토막, 고용률도 반토막인 상태”라고 지적했다. 모성보호가 제대로 안 되는 기업문화도 문제다. 육아휴직은커녕 출산휴가조차 마음 편히 못 쓰는 비정규직 여성들에게 둘째를 낳는 일은 사치스러운 일인 것이다.
결혼문화가 달라지지 않는 한 출산율 회복은 어렵다는 목소리도 높다. 법률혼이 지배적인 한국에선 출산은 결혼을 전제로 한다. 혼인신고를 마쳐야 제도적으로 부부임을 인정받을 수 있다. 동거와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냉대가 극심하다.
반면 프랑스, 스웨덴, 영국 등 출산율을 회복한 유럽 국가들은 동거부부 등 다양한 가족을 인정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센터장은 “고비용·과소비가 심해지면서 결혼이 굉장히 어려워졌다. 집안 대 집안의 결합이라는 인식도 여전해 쉽게 결혼을 못 하다보니 저출산 현상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사실혼에 대해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 혼인으로 보고 상속이나 자녀 문제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주은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지금까지의 저출산 정책은 결혼한 부부를 대상으로 출산장려금 지급, 보육료나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을 해왔다. 하지만 결혼한 여성들은 한두 명씩은 낳는다. 이제는 결혼에 매력을 못 느껴 비혼을 선택한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결혼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법은 물론 단순하지 않다. 경기 불황과 청년 실업으로 허덕일 뿐 아니라 일명 ‘시월드’로 불리는 시집살이나 여성에게 전가되는 집안일에 부담을 느껴 연애보다 커리어에 더 주력하는 고학력 여성들이 많다. 여성들의 학력 수준이 높아졌고 남녀 간 권력관계가 급변하는 전환기라 연애문화 역시 크게 달라졌다.
조 조사관은 “육아휴직 확대나 보육료 지원을 해도 출산율은 늘지 않을 것”이라며 “영아보육시설 확대는 현실성 있는 정책이다.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성평등)”라고 강조했다.
선진국인데도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낮은 대표적 국가가 이탈리아, 독일, 한국, 일본이고 이들 국가는 출산율 또한 낮다. 여성 경제활동률이 낮을 뿐 아니라 남녀 임금격차가 크고 여성 임금 수준은 낮다. 일본의 저출산 회복이 실패한 것은 보육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제라도 ‘성평등’을 저출산 정책 목표로 잡으면 남성 의식 변화부터 여성들이 불공평하게 전담하는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에 대한 대안 등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여성신문 (2014-03-05)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mus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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