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속옷 착용도 금지돼

 

비구니 스님들은 제도적 차별뿐 아니라 관습적으로도 심각한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일부 교구본사의 경우 큰 절에 행사가 있을 때 산내 암자에 살고 있는 비구니 스님들을 강제동원해 다각과 공양 준비 등을 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공적인 일로 회의에 참석해서도 허드렛일을 하기 일쑤이고 발언권도 제한될 뿐 아니라 법랍에 상관없이 비구스님들에겐 허리를 숙여 인사해야 하는 게 불문율처럼 굳어지고 있다.

 

심지어 한 비구니 스님은 얼마전 비구 스님을 앞질러 갔다는 이유만으로 경책을 들어야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더욱이 출가 후 “대장부가 돼야 한다”는 이유로 여성속옷 착용이 금지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승풍실추에 해당돼 징계 대상이 되는 등 시대에 뒤떨어진 관습적인 차별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가하면 천태종의 경우 더욱 심각해 비구니 스님은 교구장은 물론 말사 주지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여기에 비구니 스님은 삭발조차 허용되지 않으며, 정월 초하루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법당 출입도 제한된다.

 

이 같은 비구니 스님에 대한 차별은 전통이라는 이유로 사라지지 않은 남성우월주의가 교계 내부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남녀평등이라는 세계적 흐름과 위경 논란에도 비구 스님들의 인식 속에는 비구니팔경계(比丘尼八敬戒)가 잠재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비구니 스님들만이 지켜야 할 8가지 계율인 팔경계는 비구 승가에 대한 절대적인 종속과 복종만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계종 교육부장 법인 스님은 2004년 불교평론 기고문을 통해 “오늘날 바람직한 비구·비구니의 관계정립과 승가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여성은 부처가 될 수 없다는 여인오장설(女人五障說)을 비롯해 정법 감소설, 여인 불성불설(不成佛說), 팔경계 등 태생적으로 비구는 우월하고 비구니는 열등하다는 의식부터 버려야 한다”며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발심했고, 출가해 수행하고 있으며, 수행의 성숙과 깨달음에는 차이가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