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忍苦의 장맛비가 감로수로 내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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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3-07-15 17:02 조회4,9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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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忍苦의 장맛비가 감로수로 내리길…

 

내년이면 지난 1994년 전 세계 미디어를 떠들썩하게 했던 조계종 불교 개혁 불사(사회 일각에서는 사태라고도 부르지만)가 일어난 지 벌써 20년이 된다. 그리고 그 개혁 불사 20주년이 되는 날을 불과 6개월여 앞둔 오는 10월이면 조계종 최고의 행정 수장인 총무원장 선출이 있다.
 
붓다께서는 2600여 년 전 "일체 중생에게 모두 불성(佛性)이 있다" "사해만민(四海萬民)은 평등하다"고 외치셨다. 여기에는 어떤 성차별의 여지가 끼어들 수 없다. 붓다께서는 생존 시에 여성의 출가를 허락하셨다.
 
당시 환경을 고려한다면 참으로 감히 생각할 수 없는 결단이 아닐 수 없다.출가한 비구와 비구니는 10계와 260, 348계를 지니고 산다. 한편 대승보살계에서는 10중대계(重大戒)48경계(輕戒)를 말하고 있다.
 
불교의 계율은 타 종교와는 달리 수행과 해탈을 돕기 위한 자율적 성격이다. 한국 불교는 그 유구한 역사와 더불어 이 둘을 양축으로 하고 있다. 율을 제정하실 때 붓다께서는 "소소계(小小戒)는 버려도 좋다"고 말씀하셨고, 세계적으로 불교가 전파되면서 정법(淨法)제도를 두었다. 정법이란 나라마다 풍토와 환경이 다르므로 약간의 열고 닫는 개차(開遮)를 인정한 것이다.
 
불교의 핵은 붓다이고, 그 말씀이고, 그 승가 즉 제자들이다. 그 핵의 한 축인 승가는 출가 2부승, 즉 비구와 비구니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비구니 승단이 열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비구니 승단이 건재한 곳은 또한 한국이다.
 
아무리 티베트 불교가 서양에 많이 알려졌다 해도 공식적인 비구니 승단은 없다.얼마 전 194회 종회에서 '종헌종법개정안'을 폭넓게 다루는 가운데 호계위원의 자격을 '승려'로 개정해 비구니 스님들의 진출을 가능하도록 한 개정안이 표 대결에서 부결되고, 이에 비구니 의원 10명 전원이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재 종헌종법에서는 각종 자격 기준을 '비구'로 한정하고 있다. 이를 '승려'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비구니계의 중론이다. 이러한 주장을 비구니의 권력화나 페미니즘의 연장선상에서 보는 우려와 의혹이 있으나 이는 기우이다. 일각에서는 비구니를 비구와 동등하게 여기는 것이 율장 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붓다께서 제정하신 계율의 근본정신은 단연코 승단의 '화합'이고 '평등'인 것에 비추어 보면 경직된 문자주의요, 배가 흘러가는 것을 모르는 채 난간에 표시를 하는 각주구검(刻舟求劍)의 어리석음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여성 대법관과 나아가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였다. 세속이 이 정도 수준인데 세속 이상의 가치를 지향하는 불교 내에서 전근대적인 성차별 시각이 존재하고 있음은 큰 스승에 대한 모독이며 자기 부정이 아닐 수 없다. 젊은이들이 무지하고 미숙하다면 어른들이 나설 차례이다.
 
종단의 큰 어른 스님들은 아직도 묵언 수행 중이신지?지루한 인고의 장맛비가 계속되고 있다. 장마는 언젠가 그치게 된다. 그러면 마주하게 되는 찬란한 태양빛이 있음을 우리는 안다.
 
오늘의 이 부당함이 장맛비처럼 사라지고 화합과 평등이라는 상식과 정법(正法)이 밝은 태양빛처럼 비추게 될 그날을 기대해본다. 무엇을 두려워하나? 두려워하면 스스로 갇힐 뿐이다.
 
 
-효탄(전 전국비구니회 기획실장) -
 
조선일보 201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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