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 참종권 확대는 시대적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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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2-09-04 16:31 조회5,291회 댓글0건본문
“비구니 참종권 확대는 시대적 요청”
탁연스님 |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누구나 알고 있듯이 남녀평등은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기본 권리다. 따라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 참여나 성장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평등한 인간의 보편적인 삶의 질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더욱이 오늘날 여성 인력의 활용은 국가 경쟁력의 차원에서도 매우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성(性)평등을 강조하며 ‘여성정책’이나 ‘여성할당제’ 등을 자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이 디지털문명의 최첨단사회에 있어서 양성평등가치관에 기초한 문화운동의 사회정치적 확산은 이미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시대적 조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승가의 구성원 가운데 절반이나 되는 비구니들은 (종정과 원로회의는 차치하고라도) 총무원장을 포함한 교육원장.포교원장 및 호계원장, 하다못해 호계위원 선거에서마저도 철저히 소외되어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산중총회법이라든가 중앙종회선거법에 있어서도 비구.비구니의 차별이 공식적으로 명문화되어 있는데, 이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명백한 기본권 침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또한 1962년 통합조계종단이 성립되기 이전에는 오히려 지금과 같은 비구.비구니의 차별이 없었으며, 개혁종단 이후 거의 2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비구니위상에 있어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사실은 종단이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졌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특히 1994년 이후에 비구니 종회의석수가 5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난 것 이외에는, 거꾸로 종헌종법에 의해 비구니의 각종 선거권을 극도로 제한함으로써 비구니의 참여폭이 더욱 옹색해졌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구니 종무행정 참여는 기회균등 차원서 당연, 종단발전 위한 선결요건
종단개혁시 종단위기에 대한 반성과 함께 비구승 중심의 위계적이고 분파적인 종단운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그 대안 중의 하나로 당시 누구보다 앞장섰던 비구니승가의 역할론이 크게 부상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결과적으로 비구니 권한을 대폭 축소시킨 꼴이 되었으니, 이것이야말로 ‘시대 역행’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종단에서 ‘자성과 쇄신 결사’를 크게 부르짖는다 하더라도, 이처럼 불합리한 내부의 법 개정을 외면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한낱 말로만 하는 껍데기구호에 지나지 않음을 사부대중이 모두 주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구니 역할이 대내외적으로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나 공감하면서도, 쉽게 종단내 개혁을 감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비구니 스스로 노력하지 않은 탓도 있겠으나 아마도 교리적으로는 가장 진보적이면서도, 실제 생활에서는 비구 중심의 기득권을 포기하기 어려운 낙후된 보수관념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지 냉정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법개정에 대한 거부감과 불확실한 두려움으로 인해, 현 종단의 책임을 무한정으로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아야 한다. 아울러 비구니들은 그때 이후로 적극적인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너무 쉽게 자포자기하며 적당히 비구 스님들과 타협하고 안주해버린 것은 아닌지 뼈아프게 각성해야만 할 것이다.
한 마디로 요약해서 말하면 비구니에 대한 차등적인 현행 선거법 제도는 종단과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독소적인 요인이라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종무행정의 비구니 참여와 역할 확대는 기회균등의 차원에서도 당연하지만, 무엇보다 미래지향적인 종단의 발전을 위하여 반드시 먼저 해결해야만 되는 선결요건이라 할 것이다.
비구니승가의 참여확대가 상대적으로 비구승가의 참여축소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바로 보는 ‘열린 마음’과 ‘지혜로운 안목’없이 더 이상 승가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즉 상호 존중하며 발전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향상의 의미로 서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승가의 절반에 해당하는 비구니들이 헌신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함으로써, 교단의 균형 있는 발전은 더욱 탄력을 받아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종단 전체의 사회적 위상 회복과 함께 한국불교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런 차원에서 비구니의 참종권 확대가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청’임을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보다 나은 종단의 미래를 위해서 부조리한 법개정의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는데 다함께 지혜를 모아야할 시점이다.
[불교신문 2798호/ 2012.03.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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