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늘었다고 성평등한 군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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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2-12-07 13:37 조회4,678회 댓글0건본문
여군 늘었다고 성평등한 군대 아니다
군사 중심의 안보 넘어 사회공공서비스 제공해야
최근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6·25 전사자 유해 발굴 현장을 방문한 후 여군과 대화를 하고 ‘안보’를 강조했다.
여성은 이제 안보 혜택을 받는 대상자가 아니라 국가를 지키는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여성이 전투 업무에 참여하는 길이 점점 열리는 것도 세계적인 추세다. 여성 장교들이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 활동한 지는 꽤 됐다.
해군은 그동안 여군이 진출하지 못했던 해군 전투함인 고속정 정장에 올해 들어 여성 지휘관을 배치했다. 또 육군은 GOP에 배치된 여군들을 위해 생활관을 정비하는 중이다.
여성들은 이제 단순히 자녀의 안보의식을 교육하고 남성 군인을 탄생시키는 어머니로서가 아닌, ‘군인’으로서 안보를 담당한다. 이러한 변화는 각 사관학교에 여성 생도를 선발하기 시작한 1990년대 말 이후 두드러졌다.
정부의 여성인력 정책과 국방여성정책, 그리고 변화하는 시대에 드러나는 여성들의 의식 변화가 어우러진 결과다. 더욱이 군사 영역을 자기 능력 발휘의 현장으로 삼는 여성들의 등장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꼼꼼히 본다면 안보의 영역은 여전히 남성 중심성에 맞추어져 있다. 남성 중심의 병역의무 사회에서 군은 여성이 신체적으로 군인이 될 능력이 결핍됐다고 판단하면서 성차를 본질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능력이 뛰어난 여성이라고 해도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로 인해 군사활동 능력이 제한된다. 군은 여군들이 여성 고유의 특성을 살려 좀 더 부드럽고 섬세한 리더가 돼야 한다지만, 군사 활동에서 여성들이 어떤 성격의 일을 담당할 수 있는지에 있어 여성에 대한 선입견을 떠나 분석 검토돼야 한다.
단순히 전투 중심의 남성 중심성을 모델로 삼는다면 여성은 특별한 군인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여군은 ‘여풍’이라는 유행어와 함께 상징적 대표로 여겨지기 쉽다. 또 실제 군 생활에 있어서도 부적절한 장소에 설치된 화장실, 시설의 미비, 사건 발생을 줄이기 위해 여군의 자대 배치를 기피하는 태도들은 여군의 활동 분야를 협소하게 만든다.
여기서 우리는 안보에 관해 곱십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들에게 안전한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좀 더 정교하게 던져져야 한다.
우리의 삶에서 불안감과 두려움은 물리적 힘만으로 해소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안보란 군사력으로서만이 아니라 안정된 남북관계, 불안전하지 않은 고용과 지속가능한 생활력, 사회안전망, 그리고 안전한 먹거리와 밤거리 등을 통해 구체화된다.
여성들의 군 참여는 군사 중심의 안보를 넘어서서 사회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군으로 그 사명을 확대하고 전환하는 시대적 계기가 될 필요가 있다.
9월 6일은 여군제도가 창설된 지 62주년 되는 날이다. 10월 1일은 국군의 날이다. 오늘날의 강한 군대란 보다 유연할 때 이루어진다. 여성들의 군 참여가 증가하고, 동성애자들이 군 생활을 영위하며, 앞으로 다문화 자녀들의 수도 많아질 군이 될 터인데 이 다양성을 인권과 인도주의 정책 안에서 어떻게 유연하게 요리하는가가 강한 군대로 가는 지름길이다.
군이 사회의 민주화와 복지화, 생태계의 보전을 위해 군의 자원을 활용한다면 그 또한 강한 군대의 면모일 것이다. 성 평등한 군은 여군 수의 증가와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군 사명의 방향이 변화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기고: 김엘리 성공회대 외래교수, 여성신문 201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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