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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비구니 팔경법 여성 차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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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2-09-04 16:33 조회5,1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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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비구니 팔경법 여성 차별 논란
 
비구 스님들, 시대적 상황 강조
비구니 스님들, 명백한 차별 지적
 
 
한일불교유학생교류회(공동대표 인환ㆍ현해ㆍ리영자ㆍ원두ㆍ흥선ㆍ강동균)가 출범 2년을 맞아 교단과 계율 연구에 관한 세미나를 11월 5일 동국대에서 열었다.
 
연구회는 또 해방 이후 한국에서 출판된 교단과 계율 관계 논문을 조사하고 대표적 논문을 모아 단행본으로 발간했다. 이날 세미나는 논문집에 게재된 비구니 팔경법과 부동주에 관한 내용을 토대로 진행됐다.
 
“당시의 상황과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팔경법이라는 방편을 통해 성공적으로 비구니 승단을 설립할 수 있었다.” 팔리문헌연구소 소장 마성 스님
 
“팔경법은 명백한 여성차별이자 여성출가자를 억압하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조승미 서강대 종교연구소 연구원
 
팔경법의 여성 차별 문제가 제기된 지 25년이 지났지만 이에 대한 비구ㆍ비구니 간의 견해 차이는 여전했다.
 
제1발제에 나선 팔리문헌연구소 소장 마성 스님은 ‘팔경법 제정의 역사적 배경과 현대적 이해’를 발표했다. 스님은 팔경법은 붓다가 직접 제정했을 가능성이 높고, 여성 출가를 허용하기 어려운 당시 상황에서 고안된 방편이라고 강조했다.
 
마성 스님은 “붓다에 의해 비구니 승가가 성립된 것이 사실이라면 팔경법도 붓다가 직접 제정했을 것이다. 비구니 팔경법이 제정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인도의 사회적 배경에 대해 고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님은 붓다가 여성 출가를 망설인 이유를 바라문들의 반대와 승단 내부의 보수적 비구니들의 반대에서 찾았다. 특히 여성의 지위가 매우 낮았던 당시 인도에서도 여성 출가를 허락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승단 내부에서도 바라문 출신의 보수적 비구들은 여인의 승가 합류를 원치 않았다.
 
마성 스님은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에게 팔경법을 제시하고 이를 준수하겠다는 서약을 받음으로써 승단 내외의 저항을 무마시켰다. 붓다는 결코 여성차별주의자가 아니었다. 팔경법은 당시 비구니승단을 설립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장치였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시간이 경과하면서 보수적 비구들에 의해 팔경법 내용 일부가 수정됐을 것으로 추측되나 이런 이유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논리라면 부처님 후대에 제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대승경전이나 대승계경 모두 폐기 대상이기 때문이다.
 
스님은 “지금 당장 팔경법을 페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팔경법은 비구니계의 바일제법에 명시돼 있으며 이부승(二部僧) 제도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불교승가에서 이부승 제도가 유지되는 한 팔경법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마성 스님은 팔경법 극복 방안으로 현대적 재해석과 비구승가와 비구니 승가의 동등한 지위를 보장하는 별도의 규정 신설을 제시했다. 그러나 스님은 별도의 규정을 신설하는 것도 비구니 승가의 복구에도 반대하는 상좌부 장로들 때문에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마성 스님은 “한국 불교 승단으로만 한정한다면 수정안보다는 제정안이 실현 가능할 것이다. 인도에서 대승불교가 흥기한 이후 당시 부파불교에서 전해져 내려온 성문계(聲聞戒)를 버리고 새로운 보살계(菩薩戒)를 제정했다.
 
한국불교 승단에서도 이런 방법으로 새로운 규정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송광사 율원장 도일 스님은 승가의 일이 세간에서 논의되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율사의 입장에서 원론을 강조했다.
 
도일 스님은 “팔경계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원론적으로는 비구니를 안 하겠다는 것이다. 팔경계 논란은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결점이 달라진다. 승단은 남성ㆍ여성이 아닌 비구ㆍ비구니라는 수행집단이다”고 말했다. 팔경계는 세간의 가치와 다른 출세간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스님은 또 팔경계의 주요 조목인 비구에 대한 공경도 여성에 대한 불이익이 아니라 비구 승단과 비구니 승단의 좌차를 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성인 사미가 여성인 식차마나에게 예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했다.
 
도일 스님은 “비구 비구니들이 자신이 수행을 위한 출가 집단이라는 것을 자각한다면 남녀 평등 문제로 시간을 소모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성품을 잘 닦은 수행자라면 남녀의 상을 떠나 근본적으로 인간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비구니 스님들과 여성 불교학자들은 팔경법이 명백한 여성 차별이라고 반박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조승미 서강대 종교연구소 연구원은 성 평등에 대한 사회의 가치가 달라졌음을 강조했다.
 
조 연구원은 “팔경법 제정 당시의 시대 상황이 끝난 지금에까지 출세간적 위상을 가지면서 견지돼야 할 명분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이 시대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득한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조승미 연구원은 또 서울 YMCA의 여성 참정권 제한 사태를 소개하면서 종교가 일반사회 인식을 가로막는 성역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승미 연구원은 또 현대사회에서 젠더를 근거로 위계를 정하고 그에 대한 비판 자체가 금지되는 조항을 명문화 하고 있는 것은 종교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팔경법이 비구니 승가의 발언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비구에 대한 비방이 종단에 대한 발언과 동일시되면서 비구니의 발언권 약화로 이어지고, 비구니 승가 내부 검열이 강화되면서 의견도출 통로가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 연구원은 틱낙한 스님이 ‘비구 팔경계’를 제정하고, 2001년 달라이라마의 대만 방문을 앞두고 비구니와 불교신자들이 비구니 팔경법 폐지를 선언한 일들을 소개하며 한국에서도 팔경법이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불교의 모습을 재정립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승미 연구원은 “사회적 영향력이 높은 대만 비구니 승가가 적지 않은 비구 스님들의 지지와 찬성을 등에 업고 폐지해 나가는 모습은 새로운 불교시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국 불교 승가의 변화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객석에 있던 해주 스님도 조승미 연구원의 지적에 동의를 나타냈다. 해주 스님은 “스님들이 강원에서 배우는 대승불교와 팔경법은 상충하지 않는가? 한국 비구니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 중 하나가 팔경법이 아닌가 생각 한다”고 밝혔다.
 
 
(현대불교 2011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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