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 중심 종단운영 한계…재가 역할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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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2-12-05 14:46 조회6,914회 댓글0건본문
출가 중심 종단운영 한계…재가 역할 확대해야”
[월간기획] 한국불교중흥을 위한 대토론회 지상중계
한국불교중흥을 위한 7월 대토론회는 출가와 재가의 역할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한국불교중흥을 위한 7월 대토론회가 지난 2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출가와 재가의 역할을 찾다’는 주제로 열린 이날 대토론회에는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일문스님이 발제했으며, 조계종중앙종회 사무처장 성효스님, 윤남진 NGO리서치 소장, 조기룡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교수가 함께 토론했다.
일문스님은 “스님들이 종단운영을 전담하고 종무원들이 스님들을 보좌하는 현재의 방식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재가자들이 종단의 울타리 안에서 일정한 지위를 갖고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전 속 출재가의 관계는 재시와 법시의 관계로 설명된다. 재가자들은 승단이 수행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공양을 올리고, 출가자들은 재가불자를 위해 법을 설한다. 이처럼 승단은 재가의 보시에 의해 설립됐고 운영됐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불교 출재가의 모습은 어떨까.
대승불교 이념 구현위한 사회적 실천을 바탕으로 출재가의 역할 모색할 때
조계종의 종헌 8조에 보면, 비구 비구니 스님과 신도로 종단을 구성한다고 하지만 현실속에서 재가자 역할은 미비하다. 조기룡 교수는 “현대 한국불교에서 신행과 경영 두 관점 모두에서 출가자가 절대적인 우의에 놓여있다”고 봤다.
출가자가 수행자답기보다 세간적인 삶을 살고, 그에 따라 재가자들은 사찰운영이나 신도회 활동에 무관심하다 보니, 수행자 역할을 담당할 출가와 교단 운영을 책임질 재가의 역할을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임희웅 포교사단장은 “종헌종법상 출재가자 역할분담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재가의 역할은 미미하다”며 “포교사들이 종단의 포교당과 같은 시설에서 활동할 때, 주지 스님이 허락한 범주 외에는 활동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통도사 총무국장 보화스님은 “수행자는 수행과 교화의 축으로 옮겨져야 하고, 재가자에게 사찰운영에 권한을 이양해야만 교단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며 “문제는 실제 종단 행정에 이를 반영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윤남진 소장은 “출재가의 역할을 고민할 때 권한 재분배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종단 재구성의 시각에서 문제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승단이 사회와 어떻게 소통할 것이고, 사회에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바를 어떻게 부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속에서 출재가의 역할을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원 교육부장 법인스님은 “출가는 수행과 깨달음에 전념하고, 재가는 신행하고 승단을 외호하는 관점에서 넘어서야 한다”며 “구세대비를 이념으로 하는 대승불교에서 출가와 재가가 어떻게 사회적 실천을 할 것인지에 대한 관점을 바탕으로 출재가의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효스님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복지, 교육, 종교 등 많은 분야에 있어서 출가자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은 제한적”이라며 “출가와 재가를 이분법적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를 함께 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천 청암사 주지 상덕스님 역시 “승가와 재가는 둘이 아니고, 사찰 운영에 있어서 재가신도들과 소통 교감이 잘 돼야 한다는 것을 많은 스님들이 알고 있다”며 “종단에서 합법적인 기구를 통해 재가를 활용하느냐 못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신도회나 운영위원회 등 사부대중 공동체 구성해 사찰운영 참여하게 해야
그렇다면 불교의 사회적 실천을 위해 출재가는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할까. 윤남진 소장은 “재가자로서 현대 사회를 살면서 느끼는 불편함을 스님들은 잘 모른다”며 “종책기구를 폭넓게 구축해서 우리 종단이 사회로부터 어떤 압력을 받고 있고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지 고민하는 통로를 제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변에 불자가 없고, 아이들 보내려고 해도 갈 데가 없는 환경이, 재가자들이 종단을 불신하고 답답해하는 요인이지 중앙종회 의석수를 주느냐 마느냐의 차원은 아니다”며 “대승교단으로서 대승의 목적을 실현하는 것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윤 소장은 “우리 교단이 사회와 간격을 어떤 식으로 좁혀갈 것인지 빨리 답을 찾아야지 지금을 놓치면 따라가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개신교는 이미 사회 전반에 거대한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정부공직자 23% 이상이 개신교이고, 목사는 6000명, 교역직 종사자는 12만 명에 달한다.
시민사회활동에서도 불교계는 전멸이다. 그는 무담보 소액대출을 해주는 방글라데시 그라미 은행을 예로 들며, 불교계도 사회적 기업을 창업할 수 있게 도와주는 투자은행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방과후 교실과 같은 사회적 창업을 유도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또 내부의 문제를 사회법으로 가져갈 것이 아니라, 사회법적 효력을 갖는 분쟁중재기구를 설치할 것을 제안하며 “재가자로서 사회적으로 받는 압력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구 스님 중심의 종단운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교육원장 현응스님은 “비구 스님 중심의 종단운영은 한계를 맞았다”며 “비구니 스님은 물론 우바이 우바새가 참여하는 종단이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스님은 “사찰에서부터 사부대중 공동체를 구성해 사찰을 운영하고, 교구본사에서는 교구신도회 임원들이 교구종회에 들어가고, 중앙신도회 임원진들이 중앙종회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야 한다”며 “5년 정도의 계획을 마련해서 사찰신도회,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활성화하고, 교구본사와 중앙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조기룡 교수는 “출가자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재가의 역할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종단 내부에서 재가자 역할은 사회 접점이 되는 부분, 환경이나 인권 등에서 재가자들이 올바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일문스님은 이번 토론을 출재가 역할을 논의하는 차원을 넘어 1994년 종단개혁의 재평가 과정으로 봤다. 스님은 “1994년 마련한 종단운영체제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고, 계승할 부분과 변화해야 할 부분을 살펴서 큰 틀의 변화를 유도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한편 토론회를 끝까지 지켜본 종회의장 보선스님은 “이번 토론은 사부대중이 공히 참여하는 종단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중앙종회에서도 이런 의견을 수렴해 건전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발제자 일문스님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사찰운영에 신도 참여토록”
불교는 크게 남성인 비구와 여성인 비구니, 재가중인 우바이 우바새로 나뉜다. 출가자는 재가의 보시에 의존해서 생활하며, 생산을 위한 육체적인 노동이나 상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재가자의 보시에 의존해 존재하다보니, 재가의 역할이 컸다.
실제 율장을 보면 교단의 일이라든가 출가자들의 계율 가운데 많은 조항들이 재가자들의 제의와 비판에 의해 비법이라 규정돼 새롭게 제정되거나 수정되는 경우가 있다. 또 코삼비 비구의 다툼이 발생했을 때, 재가자들이 공양을 거부하면서 승단의 화합을 유도하는 등 역사적으로도 재가의 역할은 컸다.
여전히 스리랑카, 미얀마 등 동남아에서 스님은 탁발하고, 사찰 불사는 신도의 보시로 진행된다. 반면 한국불교 전통은 스님들이 탁발하지 않고 토지를 이용하며, 사찰에 필요한 일들은 스님들이 분담해서 처리했다. 그리고 스님들의 역할을 보좌하기 위해 종무원이라는 역할이 생겼다.
분야별 식견 있는 재가불자 활용해 전문성 겸비해야
조계종헌에서 따르면, 조계종은 승려와 신도로 구성되며, 사찰운영을 협의한다고 하지만 유명무실하다. 조계종 신도로서 의무가 있지만 사찰운영에 참여할 법적 근거는 없다.
조계종에서는 재가자들을 사찰과 스님들에게 보시하는 존재로만 생각하지 출가승들과 함께 불교 종단의 구성원이며, 일정한 역할을 하는 불교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의식이 미약하다. 그간 재가자들은 종단활동 참여를 위한 여러 가지 제안과 요구를 했지만 거의 수용되지 않았다.
조계종은 지난 1994년 종단개혁 이후 포교와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님들이 종단운영을 전담하고, 종무원들이 스님을 보좌하는 현재의 방식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불교의 사회적 활동은 보다 여러 분야에서 전문화돼야 한다.
스님들이 결정권을 갖고 불교계의 모든 일을 해나가는 방식의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불교발전은 어렵다. 일례로 종단이 스리랑카에서 벌인 국제구호 사업이나, 수익사업의 경우 문제가 많다.
20억 원의 비용이 든 국제구호사업은 결국 운영이 어려워지자 도선사에서 맡게 됐다. 총무원이 국제구호 전문기관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닌 총무원 직원들이 사업을 진두지휘한 결과다. 총무원이 직접 해야만 조계종이 하는 사업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종단에 소속된 스님이나 재가자, 단체에서 하는 모든 활동이 조계종이 한 것이고 성과다.
출가와 재가가 올바른 역할분담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출재가 모두 원력을 세워야 한다. 관행을 바꾸기 위해서 많은 준비와 시간 노력이 필요하다. 모범적인 사례를 통해 스님들을 설득하고, 최후에는 코삼비의 예에서와 같이 압박을 통해서라도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
또 추진할 조직이 있어야 한다. 종단과 스님들이 재가자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사고할 필요도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식견을 갖춘 재가자들을 예우해 종단을 위해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종단에 대한 재가불자들의 요구는 출가승의 역할은 수행과 교화로 전문화하고, 사찰운영과 같은 세속적 업무는 재가중에게 위임하는 것이다. 재가자의 설법이나 출가자의 의식집전은 불교 근본정신과 전통에 의해 제정하고, 재가와 출가가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교환하는 기구를 만들기를 희망한다.
총무원에서 재가자가 참여하는 종책기구를 구성하고 소임자 스님과 재가종무원 세 축으로 종단운영을 해나가면 불교도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불교신문 2739호/ 2011년 7월27일자, 신재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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