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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여, 그대 이름은 마귀이니’: 기독교의 여성혐오 역사를 반성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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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2-12-05 17:27 조회7,2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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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여, 그대 이름은 마귀이니’
: 기독교의 여성혐오 역사를 반성하며
 
기독교의 여성 기피증은 기독교 자체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다. 창세기에 나오는 하와의 타락은 여성에 대한 경멸과 혐오의 교리적 근거였다.
 
그 원조는 사도 바울이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후서 11장 3절에서 “뱀이 간사한 꾀로 하와를 속였다”고 했다. 뱀에게 먼저 속은 것은 여자이고, 남자는 여자의 말에 넘어갔을 뿐이다. 하와가 속지만 않았어도 ‘원죄’는 없었고 낙원에서 추방되지도 않았으며 죽음도 없었을 것이다.
 
인류의 고통과 불행과 죽음의 모든 책임은 하와에게 있다. 원죄와 고통을 여자에게 덮어씌우는 사도 바울의 ‘원죄 신학’은 초대 기독교 저술가들에게서 흔하게 발견되는 것이며, 중세에는 더 극단적으로 강화된다.
 
사도 바울의 ‘원죄 신학’
 
여성 혐오의 이데올로기적 근거는 구약에 머문 것만도 아니다. 예수께서 잡히시던 날 밤 대제사장의 하녀는 베드로에게 “당신도 저 나사렛 사람 예수와 함께 다닌 사람이지요?”(막 14:67)라고 질문하여 베드로가 주님을 부인하게끔 했다.
 
하녀는 하와의 모습과 겹쳐져서 여성 혐오의 근거가 더욱 견고해졌다. 예수에 대한 신의와 성실을 저버린 것은 근본적으로 베드로 자신의 양심의 문제가 아닌가.
 
베드로의 불신앙을 하녀에게 책임 전가하는 것은 여성을 지배하고자 하는 남성 저술가들의 편협한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3세기의 신학자 테르툴리아누스는 여자가 화장하는 것은 남자를 유혹하여 멸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비하하였다.
 
1∼3세기만 해도 뱀이 마귀이고 여자는 남자를 유혹하는 자에 불과했다. 4세기에 이르러 기독교는 아예 여성됨 자체를 마귀와 동일시하였고, 이런 경향은 특히 수도주의 문학에서 두드러졌다.
 
남성 저술가들의 편협한 사고
 
수도자들이 기도에 전념할 때 마귀들이 여자의 모습으로 변장하는 것은 흔한 주제이다. 안토니오스는 변장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여자의 신체로 나타난 마귀와 싸워야 했다.
 
수도자들에게는 여자들과 우연히 마주쳐 지나가는 것조차도 큰 시험거리이자 구원의 걸림돌이었기에 길가다가 여자를 보면 멀찌감치 피해서 지나가곤 했다.
 
여성을 마귀로 간주하고 두려워하던 수도자들의 신경증은 거꾸로 남자가 성적 본능 앞에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도 된다. ‘사막교부들의 금언집’에는 여성과의 일회적인 만남이 곧장 성관계로 이어지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여자를 마귀와 동일시한 4세기 기독교의 ‘여성마귀론’ 신경증은 중세에 더욱 깊어져 급기야 마녀사냥으로까지 발전한다. 엘리트 지배 계급은 과부, 노파, 하층 시골 여성 등에게 사회적 불안정을 전가시켰다.
 
수천, 수만의 하층 여성들이 마녀로 낙인찍혀 잔인한 고문 속에서 죽어가야 했다. 종교개혁자 루터와 칼빈이 결혼과 결혼 관계 속에서의 성(性)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지만, 주로 홀로 사는 하층 여인들을 겨냥했던 마녀사냥에 대해서는 개신교나 천주교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
 
개신교와 천주교, 이 두 세력의 대결이 마녀사냥의 배후에 짙게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16세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마녀사냥은 18세기에 가서야 계몽주의의 확산으로 종식된다.
 
가부장적 남성우월주의 잔재
 
남녀평등의 개념이 현실적으로 확립되는 것은 여성 참정권의 확대나 남녀에게 평등한 재산상속법 등 권리관계나 정의 문제에 기반을 둔 사회현상이었지 기독교의 공헌은 아니었다.
 
남자만 사제가 될 수 있다는 천주교 신학은 중세 시대뿐 아니라 오늘날도 계속되고 있는 해괴한 미신이 아니던가. 하지만 천주교의 미신만 지적할 것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개신교 안에 남아 있는 가부장적 남성우월주의의 잔재는 또 어떡할 것인가. 하나님이 고아와 과부 등 사회적 약자의 하나님이라면, 기독교 역사 속에서의 하나님은 억압받던 여성의 하나님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일보, 201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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