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면 안전한 나라, 여자면 불안전 나라"
"여혐 콘텐트 생산 마라, 여혐 콘텐트 소비 말라"
 
6일 오후 12시쯤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100여 명의 여성이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포털 카페 '여성 혐오 살인 공론화 시위'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한 엄벌과 여성혐오 콘텐트 생산 중단을 주장했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은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여성의 외모를 품평하는 여혐 콘텐트가 만연해 있는데도 단순한 오락거리라고 주장하는 남성들"과 "여성 혐오에 침묵하고 방조하는 남성들"도 비판했다.
 
지난해 5월 강남역 10번 출구에서는 강남역 인근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여성 혐오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달 5일 강남의 한 왁싱업소에서 혼자 일하던 여성이 손님을 가장한 30대 남성에게 살해하는 일을 계기로 온라인에서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은 모두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모습이었다. 기자가 아닌 시민들은 참가자들의 사진을 찍지 못하게 제한했다. 주최 측은 "몰래 사진을 찍어 악의적으로 합성해 비방 목적으로 유통하는 일을 막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집회 도중 시위 참가자들의 사진을 찍은 남성과 2~3명의 여성 참가자가 '추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남성을 쫓아간 참가자들은 그 자리에서 집회 사진 삭제를 요구했다. 소동이 벌어지고 얼마지나지 않아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에 "강남역 10번 출구 집회현장 갔었는데 사진 2장 찍고 도망가려다 마스크 쓴 여자 2명이 오더니 지워달래서 지워버렸다"는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시위 주최자 A씨는 "여혐 범죄는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데 원인이 있다"며 "기존 여성단체와 일체의 연대 없이, 더 이상 남성들이 여성들을 죽이게 놔둘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익명의 개인들이 모여 준비한 시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왁싱샵 살인 사건보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모였는가에 관심을 가져달라 당부했다. '여혐 살인 공론화' 카페는 이날 현장에서 시민들의 지지 성명을 받아 여혐 범죄 처벌을 강화해달라고 국회에 입법 청원을 할 계획이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대한민국은 여혐민국" 강남역에 다시 모인 여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