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검사의 용기있는 폭로가 희망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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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8-02-01 13:13 조회4,064회 댓글0건본문
검찰 고위 간부 성추행 인사상 불이익 2차 피해도
“당신의 잘못 아니다” #미투 캠페인 확산
진상조사·처벌과 함께 성폭력 근절 계기로
1월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서 검사는 자신이 입은 성폭력 피해 경험을 상세히 털어놨다. 서 검사가 밝힌 당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10년의 10월 30일 토요일. 한 장례식장에서 서 검사는 선배 검사의 권유로 이귀남 당시 법무부 장관이 있는 테이블에 동석하게 됐다.
당시 이 장관을 수행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옆자리에 앉아 허리를 감싸안고 엉덩이를 만졌다고 서 검사는 말했다. 그는 “바로 옆에 법무부 장관도 있었고 주위에 검사들이 많아 손을 피하려 노력했을 뿐 대놓고 항의를 하지는 못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서 검사는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지 않아 환각을 느끼는 거라 생각했다”며 “당시 안 모 검사가 술에 상당히 취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후 소속 검찰청 간부들을 통해 사과를 받기로 하는 선에서 정리했지만, 안 전 국장으로부터 어떤 사과나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오히려 2014년 사무감사에서 검찰총장 경고를 받은 뒤 2015년 원치 않는 지방 발령을 받았다고 했다. 검찰 조직 내에 성폭행 사건도 있었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서 검사는 “피해자가 있기 때문에 제가 함부로 이야기 할 수는 없다”며 “‘성추행 사실을 문제 삼은 여검사에게 잘나가는 남 검사의 발목을 잡는 꽃뱀’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가해자가 종교를 통해 회개하고 종교 구원받았다고 간증하고 다닌다고 들었다.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성폭력 피해 자분들에게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씀을 꼭 해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서 검사가 피해를 입는 동안 검사 선후배들은 곁에서 ‘모른척’ 하며 방관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조직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침묵했으나, 정작 피해자에 돌아온 것은 정황상 의심되는 인사상 불이익 뿐이었다.
서 검사는 지난 8년간 속으로만 삭힌 분노를 이제야 드러냈다. 혹시 모를 또 다른 피해를 감수하고 같은 일을 겪었을 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또 성폭력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용기 낸 서 검사에게 지지와 연대의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폭력 사건에 대해 수사하고 가해자를 엄중 처벌해야 할 검찰 내부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것도 모자라 피해자에게 인사 불이익까지 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성차별적이고 권위적인 검찰 조직 문화 속에서 8년 만에 어렵게 용기내어 사건을 공개한 서 모 검사에게 격려와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서 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직장 내 성폭력과 성희롱을 뿌리 뽑는 데 큰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는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한국사회의 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성폭력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용기를 내어 발언한 서지현 검사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검찰도 1월 31일 진상 조사단을 꾸리고 의혹 규명과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조사단은 여성 첫 검사장인 조희진(사법연수원 19기) 서울동부지검장을 단장으로 하고 여성 부장검사를 부단장으로 임명하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양성평등 관점에서 어느 한 성이 다른 성을 억압하고, 피해를 참고 지내야 하는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성추행 사건 진상 규명 및 피해 회복을 위한 조사단을 발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희진 지검장은 사건이 알려진 30일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더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검찰 조직 문화와 구성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검찰이 자발적으로 바꿔야만 조직 문화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신문 1476호 [사회] (2018-01-31)
이하나 기자 (lhn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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