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시대, 위로와 애도] ④ 나와 너, 우리를 치유하는 ‘지금-여기에서 알아차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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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교와젠더연구소 작성일22-05-04 13:10 조회1,534회 댓글0건본문
인도의 한 사원에서. ⓒ김영란
코로나 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일상생활이 제한되면서 많은 이들이 우울해하고, 무기력해지고, 잠들지 못하는 마음의 병이 생겼다. 일명 블루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카페에서 무리지어 깔깔거리며 웃고 떠들거나, 마음 맞는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거나, 산에 오르며 흠뻑 땀을 흘린 후 산 정상에서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는 등의 일상이 언제였나 싶다. 만약 일자리가 없어져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있다면, 현실은 더욱 암울하게 다가올 것이다. 온라인으로 만나는 동료들과 개인적인 고민을 나누거나 솔직한 대화로 친밀감을 나누고 고통을 나누기에는 여전히 어색하니, 위드가 한없이 불만스럽다.
매사가 무기력하고 사는 게 의미가 없다고 느껴질 때, 마음의 평안을 얻는 방법은 없을까?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나 직장, 관계, 상황을 내가 바꿀 수도 없고, 설령 바꾸려고 노력해도 원하는 만큼 바꿀 수도 없다. 이럴 때 시선을 밖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안으로 돌려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명상을 하면 어떨까? 그러면 사람들이 물을 것이다. 그런다고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흔히 명상이라 하면 조용한 숲속에서 가부좌로 앉아있는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얼마 전 타계한 틱낫한스님은 불교인은 물론, 불교를 믿지 않는 전세계의 사람들에게도 ‘마음의 평화’를 위한명상법을 가르쳤다.
불교적 자비심을 기반으로 고통 받은 이들을 위해 명상하는 방법을 가르친 틱낫한스님은, 평화로운 마음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매우 중시하였다. 왜냐면 “불교는 세상의 모든 것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하는데, 만약 자신의 마음상태가 평화롭지 못하다면 그 누구에게도, 혹은 세상 어디에도 평화를 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스님은 불교 명상 중의 하나인 ‘마음챙김’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알게 됨으로써 어리석음과 부적절한 욕망에서 오는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된다.’, 즉
마음의 평화를 가져온다고 하였다. 명상을 한다는 것은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사람이나 상황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을 단지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의자에 앉거나 바닥에 방석을 놓고 앉아서, 눈을 감은 채 팔은 자연스럽게 무릎에 놓고, 먼저 크게 숨을 세 번 쉰다. 그리고 코에 감각을 집중하면서 숨이 들어올 때는 들어오는 것을, 숨이 나갈 때는 숨이 나가는 것을 알아차린다. 혹은 들숨에 배가 올라오고 날숨에 배가 꺼지는 것을 알아차린다. 머릿속에 다른 생각들이 자꾸 떠오르면, 들숨과 날숨 끝에 숫자를 하나 둘... 해서 여덟까지 세고 다시 하나부터 세어도 좋다. 괴로운 생각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억지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단지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만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편안해지면서, 자신을 힘들게 했던 생각과 감정이 저절로 멈춰지거나 사라지는 것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1분 앉아있었지만, 점차 5분, 10분, 30분 등, 눈을 뜨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에 놀라게 된다.
우리의 마음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지 못하고 늘 지나가 버린 과거에 한탄하거나 오지도 않은 미래를 상상하며 걱정하곤 한다. 이것은 좋고 옳은 것, 저것은 싫고 나쁜 것, 이렇게 이분법으로 구별해놓고, 좋은 것은 끌어당기고 싫은 것은 밀어내려고 한다. 그리고는 좋아하는 것을 얻지 못해서 괴롭고, 싫어하는 것이 내게 닥쳐서 괴로워한다. 명상은 이러한 마음의 ‘자동 반응’을 알아차리고, 현재 몸과 느낌의 경험에 ‘주의’를 두는 것이다. 마음이 억지로 좋고 싫음을 쫒아내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 무엇이든 알아차리는 것을 강조한다.
갈등과 반목, 서로에 대한 분노와 혐오가 만연한 시대에, 명상을 권하는 이유는 단 하나, 우리 모두가 이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자는 것이다. 특별한 도구가 필요하다거나 어디를 갈 필요도 없다. 그냥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그대로 알아차리기만 하면 된다. 명상으로 모든 고통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고통의 본 모습을 알아차리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 리하여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에게 친절한 마음을 키우고, 집착과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할 것이다.
위드코로나 시대에, 언제 어디서든 수시로 명상을 하다보면 『숫타니빠다』의 한 구절이 떠오를 것이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소장. 성평등세상을 위한 활동과 고통, 치유, 명상에 관심을 갖고 수행하고 있다.
출처 : 여성신문(http://www.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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