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시대 위로와 애도] ⑤ 붓다로부터 배우는 코로나19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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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교와젠더연구소 작성일22-05-24 12:07 조회1,590회 댓글0건본문
그림=박제인
지난 2년 동안 지구촌은 코로나 팬데믹과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처음 코로나19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몇 달만 지나면 괜찮겠지”라며 조금은 안일한 마음과 함께, 나와는 상관없는 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뉴스에서 등장하는 감염자들의 고통을 바라봤다. 하지만 오미클론이라는 또 다른 변이가 등장하고, 3차례 예방접종에도 불구하고 누구든지, 언제든지 걸릴 수 있는 상황으로 변해버렸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전날 확진자 수를 찾아보고, 집안 행사를 앞둔 가정에서는 방역지침에 관심을 집중하고, 아이들은 학교에 갈 수 있는 날을 확인한다. 복도에서 어쩌다 몸이 부딪히면 서로 깜짝 놀라 한 걸음 멀어지니,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해 버렸다.
나 역시도 코로나 팬데믹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 해 엄마는 뇌경색으로 인한 편마비를 치료하느라 병원에 계셨는데, 그 때 병원 관계자로부터 코로나19에 감염이 되었다. 처음 엄마의 감염 소식을 들었을 때는 당황스럽고 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에 대한 무력감이 점차 나를 짓눌렀다. 당시 엄마는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기도 힘든 몸 상태였는데, 감염이 되자 간병인도 없이 신속하게 홀로 격리되었고, 시간을 다투던 재활치료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매일 조금씩 치료를 받으면서 나아졌던 엄마의 몸 상태는 다시 재활치료 이전으로 돌아가게 됐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19가 완치됐지만, 엄마는 격리 상태에서 얼마나 우울하고 무섭고 또 혼자 견디는 것이 힘들었던가를 회상하며 눈물을 글썽인다.
코로나 팬데믹은 엄마의 경우처럼 예고 없이 다가온다. 주변을 돌아보면, 가족들에게 인사도 못하고 격리병상에서 생을 마친 사람들도 있고, 또 부모님 손 한번 못 잡아 보고 이생에서의 이별을 통보받았던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불가항력적인 전염병과 같은 재앙이 벌어지면, 우리 인간은 그야말로 나약한 존재 그 자체다. 그래서 자신에게 닥쳐진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겪는 고통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에 시달리거나 분노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현실에서의 무기력함을 도박이나 알코올로 회피하거나, 가족폭력으로 분노를 표출하거나, 안 그런 척하며 또 다른 자아를 작동해서 자신을 위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2600여 년 전 인도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면 붓다는 무엇을 했을까? 붓다는 전염병이 돌고 있는 마을에서, 고통에 대처하는 방법을 몸소 보여줬다. 병자들을 연민의 마음으로 직접 치유하고 경전을 암송하게 해, 그들로부터 두려움과 공포와 분노를 걷어냈다. 경전을 암송하게 한 것은 바이러스나 세균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람들의 두려움과 공포, 분노였기 때문에 심리적 면역체계를 세우도록 한 것이다. 또한 붓다는 전염병이 창궐한 고통의 현장에서 직접 시신을 치우고, 지저분한 거리를 청소하며 위생 상황을 개선하는 등 사회적, 물리적 면역체계를 갖추게 했다.
특히 사찰을 전염병자의 치료 공간으로 제공했으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했다. 또한 붓다는 왕들에게는 가난한 자를 위한 구휼과 부를 적당하게 분배해서 절망에 빠진 백성들을 구제하는 복지정책을 펼칠 것을 주장하셨고, 불자들에게는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 행하는 보시야말로 복을 짓는 행위이므로 나눔의 실천을 가르치셨다.
인류사를 통해 보면, 자본 소유를 위한 인간의 끝없는 탐욕은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고, 성내고 분노하는 마음으로 온 생명에 대한 자비심을 잃으며, 물질만능의 어리석음은 생태계 파괴로 이어졌다. 이미 온 세상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지만, 이 지구상의 생명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살아가고 있지만, 인간의 무한한 욕망 추구로 인한 자연 파괴와 정복의 댓가로 나타난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이제, 단순히 사람들끼리의 접촉을 막는 행위로는 코로나 팬데믹을 해결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아마도 인간중심의 이기적인 삶의 방식이 계속된다면 또 다른 바이러스의 등장은 불 보듯이 뻔하다.
2600녀 년 전 붓다는, 더 많은 물질을 갖고자하는 끝없는 욕망은 절제로, 살아있는 생명들에게 분노나 정복이 아니라 자비심으로, 인간만이 최고라는 이기심을 지혜로, 온 생명을 존중하며 상호 공존할 때만이 전염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가르치셨다. 이제 붓다가 보여준 이 간단한 해법을 얼마나 실천할 지는 우리들의 의지에 달려있지 않을까?
한혜원 불교환경연대 사무국장
출처 : 여성신문(http://www.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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