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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운동의 성과가 있는 곳엔 반드시 백래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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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2-07-21 11:24 조회1,2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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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운동의 성과가 있는 곳엔 반드시 백래시가 있다"


백래시(backlash·반동)의 시대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18년 성폭력을 공론화한 ‘미투’ 운동, 2020년 실태가 드러난 성착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강력해진 청년세대 페미니즘 흐름이 지난 대선 국면에서부터 역풍을 맞고 있다. 정치권은 성별을 갈라치며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를 부인했고, 윤석열 정부는 대선공약에 따라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성폭력처벌법에 무고죄를 신설하겠다는 방침이다.

반여성주의 백래시의 기원은 무엇이고, 어디로 향하고 있으며,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성평등한 노동시장 정책의 학술적 토대를 만들어온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를 지난 6일 서울 광진구 개인연구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신 교수는 “여성운동의 성과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백래시가 나타나며, 정치 양극화와 경제위기 상황에 특히 심각해진다. 현재의 백래시는 전 세계적 현상”이라며 “풀뿌리 여성운동이 있는 한 백래시는 퇴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정치권은 여성을 억압하는 혐오선동보다 실제로 청년세대를 지원하는 정책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반여성주의 백래시가 지난 대선 국면에 두드러졌습니다. 

“미국 저널리스트 수전 팔루디는 1991년 저서 <백래시>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은 여성들이 ‘완전한 평등’이라는 결승선에 도착하기 전에 멈춰 세우는 선제공격이라고 말했습니다. 영향이나 권력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이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거죠. 제가 어릴 때인 1975년 유엔이 ‘세계 여성의날’을 선포했는데, 얼마 뒤 TV 코미디쇼에서 여성의 지위향상을 외치는 주부들을 가정을 팽개친 무책임한 이들로 그리더군요.

1990년대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높아지고 노동시장 진입이 증가할 때 TV 드라마에서 자신의 세계를 개척하는 능력있는 여성들은 이기적이고 속물적으로 묘사되는 문화적 백래시가 나타난 바 있습니다. 1999년 군가산점제 위헌 결정 이후에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일베)’ 등을 중심으로 여가부 폐지 주장이 나왔지만 사회적 지지는 받지 못했어요.

그러다 지난해 6월 이준석씨가 국민의힘 당대표가 되고, 7월 같은 당 대선 예비경선 때 유승민 후보가 1호 공약으로 여가부 폐지를 내걸면서 정치적으로 가시화됐습니다. 국민의힘이 백래시를 정치적 전략으로 이용한 거라고 봅니다. 여가부 폐지 공약은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이어받았죠.”

- 윤석열 정부 장차관급 여성 인사가 10%선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여성장관 비율 30%’ 할당제 방침과 비교됩니다.

“남녀동수 내각은 우리 사회가 가야 할 지향점입니다. 명시적 할당제 없이는 성평등 목표 달성이 어렵습니다. 문제는 보수건 진보건 내각에 등용되는 여성인재는 정계 기득권 남성들인 ‘올드보이 네트워크’와 가깝거나 그들에게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여성운동의 성과로서 고위직에 선발된 여성들은 페미니스트건 아니건 여성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올드보이 네트워크에서 인정받는 이들은 성평등 인식을 내세우기 보다는 순응하거나 묵인하는 경우가 많죠.

그간의 평가가 후할 수 없는 것은 이 같은 선발 과정의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관료주의 남성중심 시각에 새로운 목소리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목소리를 내지 않아야 출세한다는 부정적인 되먹임 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여성을 등용한다는 시늉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적극적으로 인재 발굴을 해야 합니다.”

- 여성의 경제적 진출도 후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기간에 육아 등을 이유로 경력단절 여성이 증가했는데요.

“노동시장 성별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터 안에서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윤 극대화가 목표인 기업들은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남성 중심적인 기업조직에서는 여성노동자를 고용하는 데 따른 경제적·정서적 비용을 부담하면서 성별 임금격차나 유리천장을 깨고 싶어하지 않지요.

결국 변화의 동력은 정부에 있습니다. 국가정책과 공공부문 내 선도적 실행을 통해 성평등 효용을 입증하는 거죠.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기업이 국가경제를 주도하도록 두겠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시간 연장이 큰 문제입니다. 매우 길고 경직된 노동시간은, 출산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여성이 직장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어 그만두게 되는 현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여가부 폐지와 맞물려 가족친화기업 정책에 대한 감독도 현저히 약화될 겁니다.”

- 저출생이 더 악화될 수 있겠군요.

“임신·출산·육아를 하는 노동자가 불리해지면 저출생이 심화돼 초고령사회 일본처럼 쇠락할 수 있습니다. 인구 대다수가 50~60대인데 국가경쟁력이 어떻게 나오겠어요. 장기적으로 성평등을 도외시한 기업들이 반사회적 기업이 되는 겁니다. 국가가 기업들을 사회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데 그걸 놓아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 윤 대통령이 대선 때 성폭력 관련해 ‘무고죄 처벌 강화’를 공약했고, 최근 대검찰청이 관련 연구용역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피해자들은 직장 상사가 한 번 가볍게 추행했다고 신고하지 않아요. 신고하는 순간 불이익이 크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은 정신과 상담하고 약도 먹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에야 신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최근 모 철강기업 사건이 그 예입니다.

그런 피해자들을 상대로 무고죄를 걸겠다? 무고죄는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겁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여성혐오 커뮤니티의 주장을 바로 정책으로 연결하다니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성폭력 대응을 강화하겠다는데, 서지현 검사가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태스크포스(TF) 팀장 자리에서 쫓겨나다시피 사직한 과정을 보면 그리 큰 기대가 생기지 않습니다.”

2017~2018년 성폭력 무고죄로 고소된 사례 중 유죄로 확인된 경우는 전체의 6.4%에 불과했다. 2019년 7월 대검찰청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공개한 ‘검찰 사건 처리 통계로 본 성폭력 무고 사건 현황’이 보여주는 결과다.

- 래디컬 페미니즘이 현재의 백래시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2020년 모 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여성의 입학을 반대하고, 심지어 차별금지법까지 반대하며 남성을 적대시하는 이들이 ‘여성극우주의(페모내셔널리즘)’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페미니즘 내에는 다양한 입장들이 있는데, 사회·정치·경제적 의미에서 약자 편에 서는 원칙은 공유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극단적 래디컬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많은 여성학자들이 걱정하고 있어요. 주로 온라인상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과격한 혐오발언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이 음지에서 세력을 키울 수 있게 된 궁극적 책임은 정부와 정치권에 있다고 봅니다. 성불평등이 심각한 사회인데 정부나 의회 어디에서도 이를 중요한 과제로 해결하진 않고 여성계에 숙제처럼 미뤄놨어요. 정치 광장에서 토론하면 될 것을 배제하다 보니 결국 과격화됐다고 봐야 합니다.”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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