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여성 차별을 뒤엎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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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4-07-23 12:51 조회382회 댓글0건본문
종교의 여성 차별을 뒤엎어야 한다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
‘종교는 왜 여성을 존중하지 않을까’로 글을 시작한다면 우선 못마땅하고 불쾌하게 여길 독자들이 많을지 모르겠다. 이 글을 다 읽고 나서는 어서 반박하고 싶은 독자들이 많을 수도 있다. 제발 그런 세상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만일 어떤 사람이나 단체가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 가르침을 알게 모르게 내세운다면, 그런 사람과 단체가 우리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런 가르침은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그런 단체는 자리잡기 쉽지 않을 것이다.
신도 수 절반이 넘는 여성을 차별하고도 생존에 성공한 종교
그런데 놀랍게도, 역사가 오래 된 이른바 고등 종교들은 여성을 차별하는 가르침을 지속하면서도 조직 생존에 성공하였다. 인간이 만들어낸 조직 중에서 여성 차별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곳은, 내 생각에, 종교다. 어쩌다 종교는 그렇게 되었을까. 종교 창시자들 탓인가.
여성 신도의 숫자는 어느 종교에서나 그 절반을 훌쩍 넘어선다. 여성은 종교에서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면서 또한 착취 당하고 있다. 여성 차별하는 종교에 여성들은 여전히 몰려들고 있다. 평등이라는 오늘의 시대정신을 정면으로 거역하면서도 당당히 버티고 있는 종교의 여성 차별 전략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18세기의 프랑스 계몽철학자 루소는 여성에게 인권은 없으며 인권을 허용해서도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루소와 같은 해에 사망했던 볼테르 또한 여성의 능력을 비하하는 데서 벗어난 사람은 아니었다. 자유, 평등, 박애를 부르짖은 프랑스 혁명 이후 한참 지나서야 근대 사람들은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는 발언으로 유명한, 시몬 드 보부아르 책 <제2의 성>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도 못된 1949년에야 세상에 나왔다.
여성의 이념과 심리 분석에 치중한 보부아르 책과는 또 다른 책 <여성성의 신화>가 1963년 미국에서 베트 프리던에 의해 출간되었다. 여성에게 강요된 부조리와 불평등을 실증적으로 탐구했던 그녀는 ‘여성의 신비’라는 신화에서 비롯된 ‘행복한 현모양처’ 이미지는 조작된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적지 않은 남성들은 그 책에 관심과 호응을 보였지만, 정작 많은 여성들은 반감과 적개심을 보였다. 여성을 자녀, 가정, 교회 성당에 묶어둔다는 히틀러의 여성 차별 전략은 너무나 유명해서, 우리가 따로 인용할 필요도 없다.
종교의 여성 차별 외면하면 사회에서의 여성 차별 문제도 못 풀어
여성학자도 아니고, 여성해방 운동을 깊이 연구한 적도 없는 내가 왜 이 말을 꺼냈을까. 종교에서 여성 차별 현상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현안 중 하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인구 셋 중 하나, 즉 한 가구에 한 명은 종교의 영향을 받고 있다. 좋든 싫든 종교의 영향을 받고 사는 사람을 가정이나 사회에서 우리는 마주치지 않을 수 없다. 종교에서의 여성 차별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면, 사회에서의 여성 차별 문제에 대한 해결의 길을 올바로 찾기 어렵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회에서의 여성 차별이 종교로 들어오기도 한다면, 종교에서의 여성 차별이 사회로 들어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종교에서 여성 차별의 역사는 종교의 역사처럼 오래 되었다. 여성 차별 현상은 아마도 종교에서 가장 억압적인 모습으로 지속되고 있다. 불교나 그리스도교에서 여성 차별의 역사를 그 일부라도 정직하게 언급하려면, 책 수백 권으로도 아마 부족할 것이다. 과거의 사례는 둘째 치고, 오늘 각 종교에서 벌어지는 여성 차별 현상의 모습을 조금만 나열한다 해도, 나는 부끄럽고 슬프다.
90년대 말 중남미 엘살바도르에서 해방신학을 공부하고 있을 때, 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남자들이 가정에서 아내에게 폭력을 가한다는 소식을 나는 적지 않게 들었다. 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가톨릭 신부들이 성당에서 여성 신자들을 하대하고 함부로 말하는 모습도 드물지 않게 목격했다. 너무나 모순적인 모습들에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어찌 남의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겠는가.
남자 스님과 여자 스님 사이의 차별, 여성 목사 안수, 여성 사제 허용 문제 등은 종교 내부 문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종교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남녀 차별의 문화는 종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종교 공동체의 일치와 연대를 기초부터 무너뜨리고 있다. 여성에게 억압적인 종교 문화와 관행이 제도적인 여성 차별보다 더 심각한 문제의 근원이다. 종교의 내부 문화와 풍토는 남녀 차별을 종교적 가르침으로까지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남성은 억압자, 여성은 피억압자의 비인간성에서 해방되어야
남성 우월주의에 찌든 남자 스님이 부처님의 말씀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남성 우월주의에 억압당한 여성 불자나 여자 스님이 부처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남성 우월주의에 물든 목사나 신부가 성서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여성 차별 문화를 당연하게 인정하는 사람이 성서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차별을 받으면서 차별에 저항하지 못하는 여성이 성서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남성 우월주의에 찌든 남자 스님, 목사, 신부들은 여성에 대한 자신들의 잘못된 생각과 관행을 스스로 뒤엎어야 한다. 차별과 억압 문화에 길들여진 여성 스님, 여성 성도와 신자들도 자신들의 잘못된 생각과 관행을 뒤엎어야 한다. 잘못된 문화와 교육의 피해자인 신도들, 특히 여성 신도들에게 자유와 해방의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종교는 여성을 차별하는 제도, 관행, 문화에서 여성과 남성이 동시에 함께 해방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남성은 억압자의 비뚤어진 비인간성에서 해방되고, 여성은 피억압자의 짓눌린 비인간성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종교 경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문맹에서 해방되려면, 여성을 억압하는 문화에서 우리 모두 해방되어야 하지 않을까. 내부의 남녀 차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종교는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신뢰를 잃고 버림받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종교에서 남녀 차별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각성이 갈수록 예민해지고 있다. 종교인과 신도 사이 차별 문제도 마찬가지다. 남녀 차별, 종교인과 신도 사이 차별 문제는 비교적 바람직한 방향으로 논의되고 개선되어 가는 듯하다. 그러나 종교에서 남녀 차별 문제를 정말로 해결하려면, 우리 종교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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