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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로 읽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① 아이돌이 된 명부사자(冥府使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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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5-08-08 12:12 조회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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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로 읽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①


① 아이돌이 된 명부사자(冥府使者)

 

넷플리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 사진 출처=넷플릭스. 얼마 전 공개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아이돌과 K-팝 등 전형적인 한류 문화를 다루고 있지만, 전통문화 요소 또한 짙게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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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사자 보이즈’다. 주인공인 3인조 걸그룹 ‘헌트릭스’와 대결 구도를 벌이는 사자 보이즈는 잘생긴 외모와 오컬트한 매력을 지닌 5인조 보이그룹으로 헌트릭스만큼이나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검은 도포와 갓, 창백한 얼굴까지.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바로 사자 보이즈가 저승사자를 모티프로 탄생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룹명 또한 ‘사자(Saja, 使者)’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검은 도포와 갓’의 저승사자 이미지가 만들어진 건 최근이다.

 

그렇다면 원조는 누구일까? 그 주인공은 불교의 ‘명부사자(冥府使者)’다. 직부사자(直府使者)·감재사자(監齋使者)·사직사자(四直使者)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명부사자는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할 뿐만 아니라, 이승의 소식을 저승에 보고하거나 행정 서류 업무까지 처리하는 ‘지옥의 공무원’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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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부사자도. 조선 18세기. 사진 출처=국립중앙박물관.

 

이승과 저승의 메신저

명부사자의 뿌리는 고대 중국 도교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포박자(抱朴子)> 등 도교 경전에는 ‘삼시신(三尸神)’이라는 정령이 등장하는데 인간 몸속에 살면서 그 죄를 보고하고 수명을 빼앗는 역할로 나온다. 불교에서 명부사자가 보고한 죄에 따라 심판받는다는 개념과 흡사해, 삼시가 명부사자의 시원임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삼시는 불교에 편입되어 명부사자가 된다. 하지만 당시 불교는 시왕(十王)의 개념이 정립되기 전이었기에, 사람의 죄업을 판단하는 역할은 ‘사천왕(四天王)’이 담당했다. <대루탄경(大樓炭經)>과 <기세인본경(起世人本經)> 등 초기 불교 경전에는 사천왕이 명부사자에게 인간들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있는지, 스님을 공경하고 있는지 등을 감시하라는 명을 내리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곧 명부사자가 사천왕의 심부름꾼 역할을 하는 것이다.

 

중국 당나라 시기에 이르면 불교 시왕이 정립되고, 명부사자는 자연스레 시왕의 권속으로 역할이 바뀐다. 불교문화 속 지옥에는 시왕이 망자의 죄를 심판하는 역할을 하며 명부사자와 동자, 판관 등을 두고 있다. 명부의 조직 체계가 갖추어지면서 명부사자는 망자를 인도하는 동시에 그의 죄를 적은 문서를 전달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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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옥천사 오도전륜대왕도의 명부사자. (그림 왼쪽) 조선 1774년. 사진 출처=옥천사성보박물관.

 

불교문화 속 명부사자의 이미지

여러 경전에서 명부사자는 망자를 끌고 가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대보적경(大寶積經)>에는 밧줄로 망자를 결박하는 명부사자를 강도에 비유하고 있으며, <불본행경(佛本行經)>에는 붉게 타오르는 눈이 지옥의 ‘옥졸(獄卒)’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명부사자를 맞닥뜨렸다는 것은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죽음에 이르렀다는 걸 의미한다. 이에 기록에 등장하는 명부사자는 죽음의 두려움이 반영돼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그렇다면 명부사자는 어떻게 생겼을까? 미술로 표현되는 명부사자는 경전 내용처럼 끔찍한 이미지도, 우리가 인식하는 창백한 피부도 아니다. 불교미술 속 명부사자는 토끼 귀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사모(紗帽)’를 쓰고 알록달록한 갑옷 차림에 망토를 두르고 있다.

 

부산 장안사의 두루마리를 든 명부사자상.(조선 1684년) 사진 제공=김용덕.

또 명부사자는 무기를 비롯한 여러 물건을 쥐고 있는데, 용머리 장식 도끼인 ‘월부(鉞斧)’와 종이를 돌돌 만 ‘두루마리’가 유독 많은 편이다. 두루마리에는 직인이 찍힌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아 분명 중요한 문서로 짐작된다.

두루마리의 정체는 바로 ‘명부(名簿)’, 즉 망자의 목록이다. 명부에는 망자의 이름뿐만 아니라 생년월일과 주소, 가족관계 등의 신상정보부터 살면서 지은 선행과 악업까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명부사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이 명부이기에 말을 타거나 죄인을 심문하는 중에도 명부를 손에 꼭 쥐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형 저승사자의 탄생

불교문화 속 명부사자는 민간신앙으로 스며든다. 죽음과 관련된 여러 설화를 살펴보면 명부사자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시간이 지나며 명부 대신 ‘이승’과 반대되는 ‘저승’이란 단어로 교체되어 ‘저승사자’ 또는 ‘저승차사’라는 이름을 지니게 된다. 명부사자의 이미지도 바뀌게 되는데, 바로 검은 도포와 갓, 창백한 피부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저승사자는 언제쯤 현재 이미지로 자리 잡게 된 것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저승사자 이미지는 1970~80년대 납량특집 드라마로 방영된 ‘전설의 고향’부터 시작됐다. 당시 ‘전설의 고향’ 연출을 담당한 PD가 한국형 저승사자를 만들기 위해 죽음을 상징하는 검은 관복에 사모, 주검에서 볼 수 있는 창백한 얼굴빛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이 같은 저승사자 이미지는 이후 상여를 장식하는 꼭두와 무신도 등 여러 근대 민속자료에도 반영됐고, 대중매체 속에도 자리 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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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상여 장식으로 제작된 호랑이를 탄 검은 복장의 꼭두. 사진 출처=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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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따라 모습 바뀌는 명부사자

 

‘전설의 고향’ 제작자가 불교문화 속 명부사자의 존재를 몰랐던 사실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대중매체에 의해 탄생한 새로운 스타일의 저승사자가 오늘날 문화콘텐츠에서 다채롭게 변주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도교 삼시신에서 불교의 명부사자, 대중매체 속 저승사자까지. 시대에 따라 모습을 바꿔 우리 곁에 존재하는 명부사자는 더 이상 무서운 존재가 아닌, 죽은 영혼이 길을 잃지 않게 인도해 주는 메신저 같은 고마운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음 호에서는 ‘케이팝 데몬 헌터즈’에 등장하는 귀여운 호랑이와 까치 그리고 주인공들이 사용하는 무기에 담긴 벽사(辟邪)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글쓴이: 김용덕 /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강사, 한국민화센터 이사 hyunbulnews@hyunbul.com

출처 : 현대불교( https://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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