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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20대 남녀가 보는 ‘두 개의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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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5-09-23 12:29 조회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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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20대 남녀가 보는 ‘두 개의 미국’


기자는 해방 80년 특별기획의 일환으로 우리 국민의 대미(對美) 인식 관련 여론조사를 한국사람연구원 및 한국리서치와 함께 진행했다. 미국과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 국가의 호감도와 한미동맹 관련 입장, 통일관 등을 종합적으로 물었다. 
응답자들은 트럼프 행정부 이후 한미관계 악화를 우려하면서도 미국을 여전히 안보와 경제의 최우선 파트너로 꼽았다. 또 동맹의 가치는 높게 평가 하면서도 미국의 한국 방어 약속은 불신하는, 이중적 입장을 보였다. 어느 정도 예측했던 답변이었다.  
하지만 기자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심지어 당혹케 한 결과가 있었다. 전반적 여론의 흐름 속에서 유난히 ‘튀는’ 답변이 나온 것이다. 바로 20대의 응답이다. 이 세대는 다른 세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20대에는 성별에 따라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거의 정반대에 가까운, 세대 내 균열 현상이 나타났다.

    하나의 세대, 두 개의 미국

20대에서 성별에 따른 차이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것 중 하나는 미국 신뢰도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20대 남성은 응답자의 67%가 미국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반면 20대 여성은 20%만 미국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전 세대를 통틀어 미국 신뢰도가 가장 낮았다. 다른 세대에서도 남성의 미국 신뢰도가 여성보다 높은 경향이 있었지만, 20대처럼 양극단으로 갈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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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연령별 미국 신뢰도
20대 남녀의 대미인식 차이는 다른 주요 현안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미국 호감도 뿐만 아니라 전시작전권 환수, 주한미군 주둔 관련 태도도 성별에 따라 달랐다. 전반적으로 20대 남성은 보수적인 안보관을, 20대 여성은 진보적인 안보관을 드러냈다. 
이런 경향은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압박 관련 질문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났다. 20대 여성 과반(51%)은 ‘국익을 양보해선 안 된다’고 답한 반면, 20대 남성 과반(53%)은 ‘동맹이 훼손된다면 양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계엄은 잘못” 인식은 같아도, 대선 표심은 갈라진 20대

대미 인식처럼 20대 남녀의 정치적 선택도 크게 갈라졌다. 한국리서치 2025년 6월 조사에서는 20대 남녀 모두 압도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잘못됐다(남성 81%, 여성 84%)고 응답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 당시 투표소에서는 다른 선택을 했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여성 58.1%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다른 세대나 전체 평균보다도 높은 수치다. 반면 20대 남성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37.2%)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36.9%)에게 표를 보냈다. 계엄에 반대하는 비율은 비슷했지만 표심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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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2대 대통령 선거 성별 연령대별 지지후보 (출처: KBS)

   공통의 기억과 경험을 쌓아야

기자가 글머리에 말한 대로 20대 남녀의 인식 차이는 너무 두드러진다. 한국전쟁, 그리고 이후 미국의 대 한국 원조 등을 경험한 70대 이상 세대에 미국 신뢰도가 높게 나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능하다. 그러나 20대 남성의 ‘미국 신뢰’ 답변이  70세 이상 남성보다 2%포인트 높게 나온 건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이번에 기자가 수행한 설문 조사는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조사는 아니었다. 다만 20대에서 남녀 사이에 매우 큰 차이가 있음이 확인됐다.  
그렇다고 이런 차이를 바로 갈등의 골로 해석하는 건 위험하다. 차이가 잘못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같은 세대가 공통의 경험과 기억을 공유하지 못하고, 동일한 사안에 큰 인식차를 갖고 있다는 건 그 이유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50·60대는 민주화를, 70대는 산업화와 냉전시대를 함께 겪으며 세대의 정체성을 쌓았다. 반면 지금의 20대는 같은 시대를 살면서도 성별에 따라 다른 기억과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될 20대가 앞으로 수많은 중요 현안에 대해 성별에 따라 다른 입장을 갖게 될 수 있고, 문제 해결에 원활한 사회적 합의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20대 남녀가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안도 있었다. 미국의 한국전 참전 동기를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고 판단한 것이 대표적이다. 차이만 있는 것은 아니며, 논의의 접점을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20대 남녀가 마주한 현실의 위기는 젠더 갈등을 넘어선다. 기후위기, 저출생, 취업난은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는 과제다. 한반도 주변 국가의 갈등 상황도 시대적 도전이다. ‘이대남’ ‘이대녀’라는 자극적 표현으로 갈등을 부추기는 대신, 공통의 위기 속에서 어떻게 세대 공통의 경험과 기억을 쌓아갈지 고민할 때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출처: 뉴스타파, 2025년 09월 05일, https://newstapa.org/article/QYd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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