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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연 2019년도 상반기 정기심포지엄: 점복의 종교학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9-05-14 15:00 조회3,937회 댓글0건

본문

2019년도 상반기 정기 심포지엄

점복의 종교학 

1. 일 시: 2019년 5월 18일(토) 오후 1시
2. 장 소: 용산아트홀 문화강좌실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3번출구)
  하차 도보 5~10분 소요
  반포대교 방면(출구방향)으로 120m
  정도 도보 후 횡단보도를 건너 우측
  으로 50m정도 가면 좌측에 용산구청
  과 복합건물로 되어 있음

⊙ 주관: 한국종교문화연구소
⊙ 주최: 종교문화비평학회

★ 참가비: 1만원
 
 

서울 약사신협 오시는길

발표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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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요지

1.  점복에 대한 연구의 새로운 관점 및 그 의미
                                               
  점을 치는 행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나타나지만, 그에 관한 연구가 그동안 크게 각광을 받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동안 점복 연구가 주로 근대성의 “타자”를 주된 연구 대상으로 삼는 인류학과 종교학에서 이루어져왔다는 점도 그 주변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상식적 관점을 이루고 있는 근대성 체제에 대해 전면적인 숙고(熟考)가 시작되면서 점복도 새로운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생겨나게 되었고, 그로 인한 연구가 서구 학계에서 목하 진행 중이다. 이 논문은 이런 문제제기에 공감하면서 점복에 관한 이른바 새로운 연구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으며, 우리가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통찰력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즉 “점복에 관한 새로운 관점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답을 얻으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미를 점검하는데 사용될 자료는 19세기 말-20세기 초 한국의 종교, 문화적 상황에서 도출된 것으로서, 서구 이론의 비판적 수용을 위해 필요한 절차이다.


2. “씌어지지 않은 것을 읽기”: 점술의 사유와 이미지 사유      

  독일의 미술사가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가 1929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작업하고 있던 <므네모쉬네 아틀라스Mnemosyne Atlas>에는 1000장에 가까운, 인류 역사의 수많은 이미지들이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나란히 배열되어 있다. ‘이미지를 통한 사유’라는 바르부르크의 독특한 관심사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 작업의 첫번째 패널에는 뜻밖에도 고대 바빌로니아와 에트루리아의 점술판이 등장한다. <므네모쉬네 아틀라스>를 시작하는 패널들은, 하늘의 별과 동물의 내장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인간이 이질적인 외부세계의 실재들 사이에서 무엇인가 “친밀하고 비밀스러운 상응관계, 유비관계”를 포착하는 순간 종교적 사유와 예술적 행위가 시작되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이처럼 가장 멀리 있는 것들, 가장 이질적인 것들을 연결하는 인간의 상상력 및 상상력을 통한 지식에 대한 진지한 논의 안에서도 점술은 흔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다뤄졌다. 이는 마치 <므네모쉬네 아틀라스>가 열어 준 새로운 이미지 사유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별개로, 고대의 점성술에 대한 바르부르크의 큰 관심이 대부분 그의 말년의 광기와 연결되어 이야기되고 마는 것과 비슷하다. 이러한 점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종교/점술/주술 구분의 모호함 및 이로 인한 편견들, 고대사의 많은 예들에서 드러나는 점술의 정치적 이용, 서양 고대 점술론을 검토할 때 흔히 적용되는 이성과 비이성의 이분법적 맥락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에 와서는 기존 점술 논의의 틀에서 벗어나, 점술의 사유를 새로운 방식으로 고찰해보려는 노력들이 인류학, 민속학, 인지과학 등의 영역에서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의식하며 이번 발표에서는 종교와 예술을 가로지르는 상상력을 중심에 놓고 점술의 사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자 한다. <므네모쉬네 아틀라스> 속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의 양의 간, 에트루리아인들의 소위 ‘피아첸차의 간’ 모형에서부터, 플라톤과 키케로의 점술에 대한 논의, 그리고 동시대 미술 속 점술의 이미지까지 아우르게 될 이 발표는 아마도 이질적인 시대와 지역, 분야를 넘나드는 상상력과 직관에 의한 또 다른 점술적 사유, 이미지 사유의 몽타주가 될 것이다.  


3. 한국인의 삶에서의 점복의 위상과 의미
                                                   
   이 발표는 한국인의 삶에서 점복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밝히고자 한다. 한국인의 삶에서 나타나는 점복의 위상과 의미를 묻는다는 것은 점복을 한국인의 삶을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 전제한다는 것이다. 이 발표는 점복을 불합리한 미신의 하나로 규정하고 우리 삶에서 배제해야 할 부정적인 현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반대로 점복을 반드시 긍정적인 현상으로 파악하지도 않는다. 이 발표는 점복을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데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점복을 긍정하거나, 부정하기 이전에 그것이 한국인의 삶의 한 부분으로 일정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것이 한국인의 삶에서 어떻게 자리 잡고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밝혀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점복이 행해지는 다양한 삶의 정황과 계기를 포괄적으로 파악하여 유형화하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점복이 우리 삶에 대단히 폭넓게 자리 잡아 온 일상문화의 하나였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흔히 점복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어떤 삶의 문제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또는 비일상적 현상이 초래되었을 때 그것의 원인과 앞으로의 향방을 파악하기 위해 행해지는 비일상적 행위로 이해된다. 이 발표는 점복이 삶의 비일상적 계기에 행해지는 이른바 비일상적 행위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삶의 정황과 계기에서 다양한 의도로 폭넓게 행해지는, ‘일상/비일상’의 도식을 뛰어넘는 삶의 행위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이런 의도에서 넓은 의미의 위기상황에서 이뤄지는 점복뿐만 아니라 연중 세시관행의 하나로 주기적으로 되풀이되거나 하루 생활 중에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점복행위까지 포괄해서 다루고자 한다.
    점복의 일상성은 현대에 오면 올수록 심화된다. 특히 인터넷과 같은 IT기술의 발달로 점복은 이제 더욱 다양한 삶의 계기에 보다 더 자유롭게 일상적으로 행해진다. 원한다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전문 점복자의 도움 없이 자유롭게 점복을 행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에 들어오면서 심화된 점복의 일상화는 점복이 과거의 현상에 그치지 않고 지금도 지속되는 현재적 현상임을 보여준다. 점복을 합리적인 사유가 일반화되지 못한 과거의 산물로 보는 관점이 있다. 이 관점에 의하면 현재도 행해지는 점복은 과거 산물의 잔존물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사회에서 두드러진 점복의 일상화는 이런 견해가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확인해준다. 이 발표는 여러 시대에 걸친 다양하고 폭넓은 점복의 자료를 통해서 점복이 예나 지금이나 한국인의 일상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나름의 역할과 의미를 담당해왔음을 밝히고자 한다.
    기존에 [주로 민간신앙 분야에서] 이뤄진 한국사회의 점복에 대한 연구는 점복이 한국인의 삶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비할 때 충분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충분치 않으나 점복의 역사, 점복의 방식, 점복의 원리, 점복자의 유형, 점복신앙의 실태 등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 왔다. 이러한 주제 가운데 점복자의 유형과 그에 따른 점복의 방식에 대한 연구가 주로 이뤄져왔다. 점복자의 유형에 대한 연구는 주로 무당이나 판수, 역술가 등 주로 전문 점복자에 대한 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한국인의 삶에서의 점복의 위상과 역할, 의미 등에 대한 연구는 미미하였다. 이런 점에서 이번 발표는 기존 점복 연구의 빈자리를 채우는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4. 불교 속의 점복, 점복 속의 불교

   한국의 종교문화에서 점복은 불교와 어떻게 만나왔는가? 불교는 점복의 문화를 어떻게 수용하였고, 또 점복의 문화는 불교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본 연구는 이와 같은 관심에서 시작한다. 이를 위하여 전통시대에 유행했던 불교경전인 <점찰경>과 그 신행양상, 시왕신앙을 바탕으로 조선중기에 등장하여 오늘날까지 활발히 행해지고 있는 예수재(생전의 악업을 본인이 스스로 닦고 사후의 복덕을 기원하는 불교의식. 본인이 살아생전 직접 의식을 설판한다는 점에서, 망자의 사후 후손 등이 대신 치러주는 여타 천도재와 구별됨), 기타 역학이나 해몽 등에 조예가 있는 승려들을 중심으로 알음알음 행해지고 있는 점복 실행의 양상들을 추적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점복의 종교문화적 의미와 함께 그 불교적 변용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도 고찰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5. 도교에 있어서 점복의 자리

    점복은 중국의 가장 오래된 종교적 실천이라 할 수 있으며 도가나 도교의 성립 이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어온 것으로서 중국의 전통 학술 분류체계는 점복을 도교와는 구별된 항목으로 분류해 왔다. 근대 이후 계몽주의 이성에 의해 ‘미신’으로 분류되는 이미지와 달리, 점복은 고대 중국에서 국가 및 공동체의 공식적인 의사 결정 방식이었으며 유교 경전에서 중시하는 정전적 권위를 갖는 것이기도 했다.  
   도교의 초석을 이루고 있는 노자의 사상은 점복에 대해 무관심했으며 교단 조직을 갖추기 시작한 초기 도교는 점복에 대해 비판적이고 배타적인 입장을 취했고, 점술 및 의술의 실천을 모두 도교적 실천으로 대체하고자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중국의 역사서는 역대 왕조에서 왕조의 운명을 예견하는 도사들에 대해 기록하고 있고, 도교 내부에서도 도관의 설계, 의례 및 수행 매뉴얼 속에 점술을 수용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평신도의 역할이 확장되는 송대 이후에는 도교 사원에서 신도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신의 뜻을 점치는 영첨(靈籤)이 유행했으며, 점복은 어떤 의미에서 도교의 일상적 풍경이 되었다.
   본 발표는 도교사 속의 점복의 위상을 개괄하고 도교의 의례적 실천이 어떻게 점술을 대체하고자 했으며, 동시에 어떤 지점에서 점복이 요청되고 수용되었는지를 고찰하고자 한다. 특히 행위의 결정이 요청되는 상황 속에서 의심의 해소 및 의사 결정이라는 측면에 주목하여 점복의 자리를 고찰하고 이를 통해 점복이 가진 보다 보편적인 의미에 대해 환기해보고자 한다.


6. 에도시대의 언어론과 점복 : 신대(神代)문자 논쟁과 『운경(韻鏡)』을 중심으로

   어떤 의미에서 일본 에도시대의 사상사는 언어론의 역사이기도 했다. 그 시대에 언어론은 사상에 영감을 부여했으며 역으로 사상은 언어론으로 수렴되었다. 자국의 고대사가 외래의 한자로 기록되었다는 사실, 문자와 말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인식은 당대의 사람들을 괴롭히는 동시에 자극했다. 언어를 연구하는 소수의 전문가 뿐만 아니라 사상가, 심지어는 학문과 무관한 사람들까지도 언어론의 자장 안에 있었다.
   그렇다면 점복은 에도시대의 언어론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었는가? 본 발표는 두 가지 현상에 주목하고자 한다. 첫째로 신대문자(神代文字)라는 고대문자의 존재를 둘러싼 논쟁에서 점복의 고대성이 신대문자 존재를 긍정하는 근거로 사용되었다. 둘째로 에도시대에 출판붐이 일었던 중국의 한자음 연구서 『운경(韻鏡)』이 그 점복적 가치 덕분에 크게 유행했다. 신대문자와 운경 모두 당대 언어론의 주요한 대상이었던 동시에 점복과도 관련을 맺고 있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양자의 관계를 비유하자면 '언어론'이라는 아이가 '점복'이라는 노인의 등에 업혀있는 형국이었다고 할까. 본 발표에서 제시할 사례가 점복과 언어라는 보다 일반적인 주제를 탐구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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