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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국여성신학회, ‘종교·성·폭력’ 학술포럼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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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8-12-20 13:25 조회3,2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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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성, 폭력을 말하다 8일 한국여성신학회, ‘종교·성·폭력’ 학술포럼 열어

지난 8일, 종교 안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종교·성·폭력’을 주제로 한국여성신학회 학술포럼이 열렸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극복해야 


첫 번째 발표에 앞서 가톨릭여성신학회 이현숙 수녀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과거 여성을 억압했던 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여러 비전을 제시했지만 “무늬만 양성평등”이라면서, “이론적으로는 하자가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도 과거의 구조를 못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숙 수녀는 먼저 2018 세계주교시노드에서 쟁점이 된 항목들(성직주의와 성범죄, 성윤리, 여성 역할의 확대, 독신제도, 교회운영-공동합의성)을 ‘섹슈얼리티 차별’과 ‘젠더 차별’로 나누어 살피면서, “여성의 몸과 성적인 차별이 개선된다면, 젠더 차별이 개선될 것이고, 젠더 차별이 개선된다면 여성의 몸과 성적인 차별도 개선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1888857055_WM23YNfz_lee.JPG▲ 이현숙 수녀 ⓒ 문미정


또한 성직자를 아버지(Father)라고 부르는데, 성직자는 일반신도와 영적·심리적·구조적인 자부적(慈父的) 의존관계를 형성한다면서, “수직적·일방적·권위적인 관계를 맺는데 익숙한 일부 성직자들은 자신들에게 의존하는 여성,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그루밍형 성폭력을 범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족 간의 성폭력이 은폐됐듯이 교회 안에서도 성직자의 아동-청소년, 여성 성폭력은 은폐되어 왔다”고 말했다. 


이현숙 수녀는 각 시대별로 가톨릭 여성의 차별과 억압의 역사를 설명했다. 초대교회 시절 동정생활을 하는 여성과 기혼 여성 사이에 차별이 없었으나 3세기 여성부제들에게 동정생활을 강요하고 병자와 가난한 이들을 위한 봉사로 축소, 지역 주교의 권한 아래 귀속시켰다고 말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그동안 이단시하던 세상의 여성운동과 여성들의 삶의 변화를 수용하기 시작했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남성의 특징과 차별화된 여성 고유의 특징과 모성성의 가치를 강조했으며 가정에서의 역할을 강조했다”고 짚었다. 


여성에게 여러 가능성을 개방한 공의회 정신은 아직 좌충우돌하면서 전개 중


이현숙 수녀는 “가사노동에 대한 적절하지 못한 대우, 출산과 육아의 의무, 경력단절 등 가정과 사회에서 행해지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 폭력은 여성성과 모성에 대한 가톨릭의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현숙 수녀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 ▲가톨릭 여성단체들의 연대와 협력, 더 나아가 한국여성종교인들과의 협력 ▲사제들과 협력하고 남성들이 동참할 수 있는 여성운동 구조 만들기 ▲착한여성에서 예언자적 여성으로 거듭나기를 제안했다. 


교회 공동체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1888857055_lwHoQ354_chae.JPG▲ 채수지 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 ⓒ 문미정


채수지 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은 그루밍 성범죄가 발생하는 종교적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 사회에서 힘에 억눌린 사람들,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일종의 보상을 바라고 교회로 몰려들었다면서, 사회적 좌절을 심하게 느끼는 여성들은 유일한 공적 공간인 교회로 몰려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사회적 인정도 받을 수 없었던 여신도들에게 교회, 특히 남성 목회자의 인정은 ‘하느님의 인정’과 동일시됐다고 지적했다. 


교회가 신도들에게는 자기위안, 종교 지도자들에게는 권력 쟁취의 수단이 됐을 때, 종교는 ‘중독’이 됐고 교회 지도자들의 성폭력은 당연한 결과


교회가 공유했던 마술·신화적 환상이 피해자의 현실 인식을 불가능하게 하고 비판적 사고를 막음으로써 피해자로 하여금 성폭력에 순응하게 했다는 것이다. 


채수지 소장은 한국 교회 안에서 교부 시대 기독교에 뿌리를 둔 여성혐오 사상이 만연하며, 성녀/창녀의 비현실적인 이분법은 가부장제가 여성의 성을 통제하고 억압함으로써 여성들 스스로 그 굴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도록 가두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목회자의 성폭력과 함께 ‘목회 세습’이 교회 문제로 불거지고 있는데 이처럼 권력이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가부장적 종교 권력을 그루밍 성범죄 발생의 종교적 배경으로 꼽았다. 


채수지 소장은 그루밍 성범죄의 대응 방안으로 교회 공동체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거짓 초월이 아닌 진정한 초월 추구 ▲욕망, 규범, 권력관계 질문 ▲타자를 포섭하는 사랑이 아닌 ‘포용하는 사랑’을 실천하며 정의로운 상호 관계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살아있는 신’은 집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의식과 영성, 우리 사이에 있다면서 “우리 각자의 의식 변화와 공진화가 창발점에 다다를 때 비로소 교회와 사회가 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폭력에 정의로운 분노를


1888857055_HT9jGJlD_bu.jpg▲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장(좌)과 원불교 민성효 교무(우) ⓒ 문미정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장은 성폭력에 대한 경전적 해석을 분석하면서 불교의 인식을 살피고 성폭력에 ‘정의로운 분노’를 해야 하는 교리적 근거를 찾으면서, 붓다는 수행자가 아니면서 수행자인 척 하는 자, 악한 욕망에 사로잡혀 악을 행하는 부정한 자에 대해 정의로운 분노를 허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가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적용되는 원리로, 성폭력과 같은 잘못을 범한 사람에 대해 우리는 ‘정의로운 분노’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이 붓다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불교계 성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종단이 성평등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 성인지적 관점의 엄정한 조사 절차 마련, 성평등과 성폭력예방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출가자 대상으로 성 인지 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이수하도록 해야 하고, 성평등 관련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불교 민성효 교무는 성폭력에 대한 원불교인의 인식을 알아보는 설문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원불교의 과제를 살폈다. 


민성효 교무는 양성평등 교리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제도에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이를 바로 잡아나가는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상담소를 설치해 성폭력에 대한 통념을 바로잡는 교육과 피해자(또는 가해자) 상담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전문기관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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