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여성미술, 진흙 속 향기롭게 피는 연꽃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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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4-07-24 11:21 조회338회 댓글0건본문
불교 여성미술, 진흙 속 향기롭게 피는 연꽃 같아라
삼성문화재단 호암미술관에서는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제목으로 대규모 불교 미술전이 6월 16일(일)까지 열린다. 이 전시는 동시대 시각에서 한중일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새롭게 해석했다. 특히 불교 안에서 자아를 찾으려 했던 여성에 초점을 두었다.
연꽃은 불교의 상징이다. 이 꽃은 진흙 속에 자라면서도 그지없이 아름답고 향기롭게 피어난다. 역설이다. 고통의 축적이 오히려 구원의 길이 된다는 불교의 '고집멸도(苦集滅道)' 정신의 상징인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이라는 제목이 그런 분위기를 풍긴다.
이번 전시는 1부와 2부로 나뉜다. 우선 1부 <다시 나타나는 여성>에서는 불교미술 속에 재현된 여성상을 인간, 보살, 대지모신의 모습으로 소개된다. 지난 시대와 사회가 여성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당시 사람들이 불교를 통해 뭘 소원했는지, 이를 위해 어떤 공덕을 쌓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일반인이 불교미술의 본질을 읽어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전시를 통해 여성들이 사회와 제도적 제약 속에서도 나름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청정한 연꽃처럼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가려 한 점을 읽을 수 있다.
'여성의 몸' 1섹션에서는 고려 시대, 불경의 각 앞장에 그림과 글을 새겨 불교 내용을 압축한 '변상(變相)판화', 조선 시대, 석가모니 삶과 중요 사건을 그린 '불전도(佛傳圖)'와 수묵화와는 달리 색채를 사용하지 않고 선으로만 그린 '백묘화(白描畵)' 그리고 일본 '에도 시대' 회화에서 여성의 유형과 의미가 시각화된 작품도 볼 수 있다.
'관음: 변신과 변성' 2섹션에서는 중생을 지옥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자애롭게 품어주고 항상 봐주는 '관음보살'도 소개된다. 가톨릭 성모마리아 같은 분위기다. 이뿐 아니라 보이지 않게 중생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이익을 베푸는 '마리지천(摩利支天)'과 부처의 감화를 받아 '선신'이 된 그림도 선보인다.
물론 불교 종파에 따라 여성이 남성의 몸이 되어야 성불한다는 '변성성불론(變性成佛論)'과 여성은 깨달을 수도, 부처가 될 수도 없다는 '여성불성불론(女性不成佛論)'도 있지만, 불화에는 불교의 '불이(不二)'사상에 따라 깨달음에 있어 성별이 없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2부 <여성의 행원(行願)>, 행(行)은 자비의 실천이고, 원(願)은 욕심이다. 원을 행으로 바꾸려면 마음에 부처를 두어야 한다고 봤다. 이를 지킨 여성들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다른 말로 "부처의 자비로 다른 이를 해탈시키려는 간절한 마음"이다. 여성은 이렇듯 생활 속에서 불교의 후원자와 불화의 제작자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작품으로 보여준다.
'간절히 바라옵건대' 1섹션에서는 깨달음을 얻어야 부처 된다는 '성불(成佛)'과 죽어서도 다시 태어난다는 '왕생(往生)'이 주제다. 기독교의 다시 살아남 사상과 유사하다. 이런 성불과 왕생을 도와주는 부처가 '아미타불'이다. 여기서 '타불'은 '부처가 온다'는 뜻이다. 기독교의 예수 재림이라는 말을 연상시킨다. 부처가 오셔서 내가 쌓은 공덕을 알아달라는 것이다.
죽은 중생을 극락정토로 이끄는 아미타불이 와서 우리를 극락정토로 데려달라고 기도를 올린다. 여기에는 남녀가 없다. 비구니들과 여성의 이런 염원이 담긴 작품이 1383년에 조성한 '(은제)아미타여래삼존좌상'이다. 500명이 넘는 시주자들이 소원을 빌며 만든 불화다.
'암탉이 울 때' 2섹션에서는 불교가 엄하게 통제되어 유교적 가치관으로 살아야 하는 조선 시대 왕실임에도 남긴 '궁중숭불도'를 보면 많은 왕실 여성이 불교 신자였음을 알 수 있다.
한 예로 '문정왕후'가 후원으로 만든 '석가여래(삼존도)'를 보면 알 수 있다. 1563년에 명종(明宗)의 유일한 아들 '순회(順懷)세자'가 12살에 죽자, 왕실 후계자 책임자인 문정왕후는 비탄에 빠져 그 괴로움을 삭이지 못했다. 이렇게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석가모니와 문수보살, 보현보살이 동시에 그려낸 '삼전도'를 통해 이겨내려 한 것인가?
'여공예가(女工): 바늘과 실의 공덕' 3섹션에서는 여성의 일이라 해 지금까지 그렇게 대우를 받지 못했던 자수 공예와 불교 정신을 접목해 만든 작품도 보인다. 그중에는 여성의 일부인 머리카락으로 자수한 '수불'도 있다. 여기서 머리카락은 부처의 공덕으로 얻은 매개체로 부처와 인연을 맺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상징한다.
끝으로 명나라 시절, 불교 행사 때 입는 '자수' 드레스인 '가사(kashaya)'도 소개된다. 불좌상을 연이어 수놓은 띠가 24개나 있고, 또 네 모서리에는 사천왕이 부착돼 있다. 또 34체 불좌상을 정교한 솜씨로 수놓았다. 절묘한 구성은 당시 황실 여성 자수로 추정된다. (중략)
출처: 불교 여성미술, 진흙 속 향기롭게 피는 연꽃 같아라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2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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