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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중립 징병제 – 노르웨이, 스웨덴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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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5-10-17 10:57 조회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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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선미 하랑젠더트레이닝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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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식 성중립 모델의 특징은 징병에서 복무·보상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모든 시민에게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되, 성별 이념보다 현실적 증거에 기반한 공정성과 형평성을 구현하는 데 있다. ⓒOle Gunnar Henriksen Nordli for the Norwegian Military

노르웨이는 2015년, 세계 최초로 ‘성중립적 징병제(gender-neutral conscription)’를 전면 시행했다. 헌법에 명시된 ‘국가 방위에 대한 평등한 책임’ 원칙을 근거로, 2013년 의회 결의와 2014년 징병법 개정을 거쳐 도입된 제도다. ‘성중립’은 성별을 이유로 차별이나 특혜를 배제하는 제도 설계, 즉 기회의 형식적 평등을 뜻하지만, 결과의 평등, 특히 실질적 성평등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노르웨이식 성중립 모델의 특징은 징병에서 복무·보상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모든 시민에게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되, 성별 이념보다 현실적 증거에 기반한 공정성과 형평성을 구현하는 데 있다.

이러한 제도의 도입은 단순한 법 개정이 아니라, 국방 개념과 군사 기술의 진화, 젠더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관계의 변화, 그리고 평등 기회 원칙의 결합으로 가능했다. 노르웨이군은 “선한 목적을 위한 군대(A Force for Good)”라는 모토 아래, 전통적인 전투 중심에서 벗어나 사이버 안보, 재난 대응, 북극 감시, 유엔 평화유지활동 등 비전투 임무의 비중을 확대했다. 군사 기술의 자동화·정보화·AI화로 인해 대규모 병력보다 집중력·협업·판단력을 갖춘 소수 정예와 기술 인력을 우선시하게 되었다. 여성의 고등교육 진학률과 전문직 진출 증가와 맞물려 성별 구분 없는 능력·동기·적합도 평가가 병력의 질을 높인다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됐다.

선발은 성별 제한 없이 만 17세의 ‘예비징병조사(pre-conscription questionnaire)’와 만 19세 병역 의무 부과에서 시작된다. 지원자와 예비 대상자 중 성별·출신·학력 등 배경 정보를 가린 블라인드 방식으로 능력·동기·적합도를 평가하며, 전체 연령층의 약 15~20%만 경쟁 선발한다. 지원자는 희망 분야를 선택할 수 있고, 성별 할당 비율은 두지 않는다. 일부 직무에서 성별 비중 차이가 나타나지만, 국제노동기구(ILO)가 권고하는 동등가치 노동(equal value work) 원칙을 적용해 전투, 기술, 행정, 재난 대응 등 서로 다른 직무를 사회적·국가적 기여 가치 측면에서 동등하게 평가·보상한다.

제대 후 보상과 지원 또한 동일 원칙이 적용된다. 국방부는 복무 기록과 훈련 내용을 바탕으로 ‘능력 증명서(Proof of Competence)’를 발급해 군사기술·리더십·위기관리 역량을 공식 인증하며, 이는 일부 공공기관·민간기업 채용·승진 시 우대 요건이 된다. 복지청(NAV)은 제대 후 취업 알선, 직업훈련, 학점 인정, 부상·트라우마 치료, 직업 재활 등을 지원하고, 공무원연금기금(GPFG)은 군복무 기간을 연금 가입 기간에 포함해 퇴직연금에 반영한다. 일부 지자체는 주택 우선권도 부여한다.

실시 10년 차를 맞은 성중립적 징병제는 성평등을 일차적 목표로 한 것은 아니지만, 여성의 군복무 참여를 꾸준히 확대했다. 병사 중 여성 비율은 2017년 21%에서 2020년 33%로 늘었고, 장교단 내 여성 비율도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이 모델은 평등한 기회와 동등노동가치 원칙만으로도 상당한 성평등 진전이 가능함을 증거 기반 정책으로 입증했다.

물론 성차별 문화와 성폭력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노르웨이는 이를 제도의 실패가 아니라, 지속적인 개선과 문화 변화의 계기로 삼고 있다. 복무 과정에 성평등 교육과 협업 역량 훈련을 필수화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노르웨이 사례를 한국에 그대로 이식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성별 관계의 변화 인정 + 인권기반·증거기반 설계’라는 접근은, 군복무와 성평등 논의를 대립에서 조율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정책적 영감을 제공한다. 

출처 : 여성신문(https://www.womennews.co.kr2025.08.25


스웨덴의 성중립 징병제 – 성평등의 원칙이 작동하는 제도를 향해

강선미 하랑젠더트레이닝센터 대표

스웨덴은 노르웨이에 이어 2018년부터 성중립 징병제를 시행한 두 번째 나라였다. 징병제를 폐지했다가 부활시키는 과정에서 스웨덴은 ‘성중립적 군복무 제도(gender-neutral conscription)’라는 실험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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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성중립적 군복무 제도’는 단지 여성 복무자의 확대가 아니라, 정치·경제·문화·가족 등 국가․사회의 시스템 관리에 성평등의 가치를 제도적으로 통합해 온 역사적 흐름의 연장선 위에 있다. ⓒLouise Stagling/Swedish Armed Forces

1960년대 최대 85만명을 동원했던 스웨덴군은 냉전 종식 후 급격히 축소되어 2010년 폐지 당시 상비군이 1만6천 명 수준까지 줄었다. 그러나 자원병 모집 실패와 러시아의 위협이 겹치자 2017년 다시 징병제를 부활시켰다. 매년 약 9만명 중 4천명만 선발하는 소수정예 체제로 운영되며, 여성도 동일한 조건에서 포함되었다. 2023년 현재 병력은 상비군 2만4400명 포함 약 8만8천명이며 2030년까지 10만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제도의 초점은 병력 보충이 아니라 징병제의 정당성 회복이었다. 남성만 복무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인식과, 유엔(UN) 안보리 결의안 1325가 확산시킨 ‘여성을 안보 주체로 포함해야 한다’는 국제 규범이 주요한 배경이었다. 성 중립은 선택이 아니라 제도의 정당화와 유지를 위한 조건이 된 셈이다. 

그러나 이 제도의 도입은 단순히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결정이 아니었다. 정책 설계의 초점은 ‘누가 복무하느냐’보다 ‘국가가 국방과 군복무의 책임과 의무를 모든 국민에게 어떻게 나누어야 공정한가’에 있었다. ‘성중립’은 성별 집단의 평균적 차이보다 개인의 역량과 동기를 공정하게 평가하겠다는 원칙의 천명이었다. 

이 원칙은 관련 제도의 여러 층위에서 드러난다. 첫째, 스웨덴은 모든 18세 국민을 병역 의무 대상으로 두되, 국가가 정한 소수 정예의 필요 인력을 남녀 구분 없이 적성과 동기에 따라 선발하는 ‘선택적 징병제(selective conscription)’를 운영한다. 체력뿐 아니라 협업 능력과 리더십이 기준이며, 복무자에게는 동일한 훈련과 보상이 적용된다. 

둘째, 복무 형태의 다양성이다. 스웨덴은 이미 1989년 여성에게 전투 직책을 포함한 모든 직무를 개방한 뒤, 여성과 남성이라는 집단적 평균의 차이를 복무 분야를 나누는 기준에서 배제했다. 각 개인의 역량과 의지를 중심으로 책임을 배분하며, 징집 절차, 면제 기준은 투명하게 공개된다. 또한 군사 복무 외에도 재난 대응·구조 지원·사회 서비스 등 민간 복무가 병행될 수 있다. 총을 드는 사람뿐 아니라 의료나 구호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도 국가방위의 일부로 인정된다.

셋째, 성중립 징병제가 사회적 합의 속에 정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랜 기간에 걸친 돌봄·육아·가족 책임의 공동화 문화가 있었다. 1970년대 유급 육아휴직 도입, 1990년대 ‘부모별 할당제’ 시행을 통해 스웨덴은 돌봄과 국방을 모두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다루는 기반을 형성했다. 이러한 문화적 토대가 성중립 징병제를 정당하고 자연스러운 제도로 받아들이게 했다.

결국 스웨덴의 성중립 징병제는 단지 여성 복무자의 확대가 아니라, 정치·경제·문화·가족 등 국가․사회의 시스템 관리에 성평등의 가치를 제도적으로 통합해 온 역사적 흐름의 연장선 위에 있다. 관련 법률, 선발 기준, 정보 공개, 복무 환경 등 모든 단계에서 자유와 평등을 전제한 절차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제도는 ‘자유와 평등이 작동하는 민주주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물론 스웨덴의 성중립 징병제가 일사불란한 합의 속에서 진행된 것은 아니다. 여성 징병은 새로운 비용과 갈등을 동반했다. 위생·생활 시설 보강, 성평등 교육, 성희롱 방지 훈련이 필수가 되자 일부에서는 “군사력과 직접 관련 없는 낭비”라는 불만이 제기됐다. 남성 병사들 사이에서는 여성과 경쟁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스웨덴은 제도의 목표를 ‘효율적 병력 확보’보다 ‘공정한 책임 분담’에 두었다. 

오랜 성평등 정책 실현의 역사 과정에서 얻은 다음과 같은 교훈 때문이다. 제도가 자유와 평등의 원칙 아래에서 설계될 때, 전쟁과 평화에 관한 결정 과정에서도 시민의 참여와 비판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때 징병제는 불평등의 상징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성숙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출처 : 여성신문(https://www.womennews.co.kr202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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