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1조 재산분할... ‘여성 자산 형성 기여도’ 다시 재판대에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뒤집힌 1조 재산분할... ‘여성 자산 형성 기여도’ 다시 재판대에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5-10-21 15:42 조회9회 댓글0건

본문

뒤집힌 1조 재산분할... ‘여성 자산 형성 기여도’ 다시 재판대에


대법원,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파기환송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 기여는 불인정
‘사상 최대’ 위자료 20억 확정


대법원이 16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1조3808억원대 재산분할을 명령한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2심의 주요 근거가 된 ‘노태우 비자금 기여도 인정’은 뒤집혔다. 
법조계는 이를 ‘최 회장의 완승’으로 보진 않는다. 대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노태우 비자금을 노 관장의 기여로 볼 수 있는가’와 ‘최 회장이 이미 증여한 재산까지 분할 대상에 포함할 것인가’이기 때문이다. SK주식을 부부 공동 재산이자 재산분할 대상으로 보는 기존 틀이 유지될 지가 변수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역대 최대 규모의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도 확정됐다. 불륜으로 가정을 파탄 낸 유책배우자에 대한 책임을 물은 셈이다. ‘원점 회귀’가 아니라 ‘계산 방식의 조정’에 가깝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8047563bc1297f298d5101306fa6c9fb_1761028815_1762.jpeg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1~3심 주요 결정 내용. ⓒ심숙연 디자이너

일각에선 비자금 관련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불법적으로 재산을 모았다고 해서 아예 재산분할 대상에서 빼는 게 합당한지, 앞으로 이혼 사건마다 이러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파기환송심을 앞두고 단순히 재벌가의 이혼을 넘어 ‘자산 형성에서 여성의 기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둘러싼 법적 공방도 다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 = 노 관장 기여’ 불인정
대법 “노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법 보호영역 밖”
법조계 일각선 “납득 어려운 논리...
이혼 사건마다 합법적 재산 형성 여부 따져야 하나”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이날 오전 10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2심이 재산분할의 주요 근거로 삼았던 ‘노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은 “뇌물”이므로 기여도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취지다.

앞서 2심 재판부는 노 관장이 법원에 제출한 모친 김옥숙 여사의 메모와 어음 봉투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이 1991년경 건넨 300억원이 최 회장 부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의 자산과 함께 SK의 전신인 선경그룹의 종잣돈이 됐다고 봤다. 또 노태우 정부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사업 진출에 길을 터주는 등 노 관장 측의 유·무형적 기여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 측은 2심 판결 직후 “비자금 존재는 확인된 바 없고 SK 성장과 재산 형성에 기여한 바도 없다”고 반박했다.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이 1991년경 최종현 선대 회장에게 300억 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했다고 보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며 “노 전 대통령이 이를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한 뒤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 추적·추징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은 법의 보호 영역 밖”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민법 제746조(불법원인급여)의 취지가 재산분할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 측 이재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대법원이 ‘SK그룹이 노태우 정권의 불법 비자금이나 지원 등을 통해 성장했다는 부분을 부부 공동재산의 기여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선언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노 관장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법조계 일각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불법 자금으로 재산을 모았다 해도 아예 재산 분할 대상에서 빼는 게 합당하느냐는 지적이다. 일반 이혼 사건에 적용될 경우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인 이현곤 법무법인 새올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역대 모든 이혼 사건에서 재산 형성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고 이를 분할 대상에서 제외한 적은 없었다”며 “이젠 모든 이혼 사건에서 재산 형성 과정의 합법 여부를 따져야 하나? 남편의 불법사업을 도와주면 기여도에서 제외해야 하나”라고 썼다.

안지영 법무법인 가온 변호사도 여성신문에 “앞으로 이혼 재산분할 때마다 시댁이나 처가에서 받은 돈이 합법적으로 번 돈인지 아닌지를 매번 따져야 하느냐”며 “대법원이 정치적으로 판단해, 일반 사례에 적용하기엔 불합리한 법리를 지나치게 밀어붙인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경영권 확보 위한 증여’, 재산분할 대상 아냐...새로운 법리 제시


대법원은 또 2심과 달리 최 회장이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등에게 2012~2018년까지 증여한 SK C&C, SK㈜ 등 주식과 SK그룹에 반납한 급여 등을 재산분할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산 은닉이나 분할 회피 목적이 아닌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 및 경영활동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혼인관계 파탄 이후 부부 일방이 공동재산 형성·유지를 위해 재산을 처분했다면, 이미 처분해 존재하지 않는 재산을 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법리를 최초로 설시했다. 단, 혼인관계 파탄 ‘이후’ 공동재산 형성과 무관하게 처분한 재산은 여전히 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기업 CEO의 경영활동을 위한 증여는 이혼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선례는, 여성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분할받을 수 있는 재산 범위가 축소될 가능성을 뜻한다는 지적도 있다. 관건은 ‘혼인관계 파탄 시점’과 ‘공동재산 유지 목적’ 여부를 어떻게 입증하느냐다.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산분할은 기본적으로 매우 오래 걸린다. 배우자가 그 사이에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게 하는 법원의 여러 조처와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자료 20억원...법조인들 “너무 적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20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한 2심 판결은 그대로 유지됐다. 국내 이혼 소송 사상 최대 위자료다.
그러나 양 교수는 “너무 적다”고 봤다. “노 관장은 이혼에 뜻이 있지 않았던 ‘피해배우자’다. 남편이 불륜을 저질렀고 자신은 이혼을 원치 않았던 사람이다. 노 관장 본인뿐 아니라 그 자녀의 피해도 말할 수 없이 크다”며 이혼 위자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한국젠더법학회 이사)도 “위자료 증액 논의는 오래된 문제인데 대법원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구체적 법리를 제시하지 않아 매우 아쉽다”고 했다.

“법원, ‘여성 기여=가사노동’ 틀 깨고 여성의 실질적 자산 형성 기여 주목해야”

파기환송심에선 노태우 비자금과 경영권 증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 재산분할 비율을 다시 산정하게 된다. 단순히 재벌가의 이혼을 넘어 ‘자산 형성에서 여성의 기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둘러싼 공방이 다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 변호사는 “일반적인 이혼 사건에서는 특유재산이라 하더라도 10년 이상 혼인 관계가 유지되면 재산분할 비율이 50대 50에 수렴한다”고 말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도 “일반 이혼 재산분할에선 남편 소유의 주식도 절반씩 나누는 사례가 많다”면서 “비자금 여부와 상관없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혼인 기간이 30년 이상이고, 최 회장의 부정행위로 가정이 파탄이 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재산은 절반으로 나누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노 관장이 혼인 기간 가사 및 양육을 담당했고, 그러는 사이 이뤄진 최 회장의 경영활동이 SK 주식 가치 상승에 기여했으며, 노 관장은 SK그룹 산하 워커힐 미술관 관장이 된 이후 미술관 후신인 아트센터 나비 관장으로 재직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노 관장이 가사노동 및 양육과 일정한 영역의 대외활동 등을 통해 가족관계를 비롯한 일정한 영역에서 최 회장의 대체재 내지 보완재 역할을 담당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최 회장의 경영활동과 SK주식의 가치 유지 및 증가에 기여했다”고 봤다.

법조인들은 앞으로 법원이 낡은 틀을 깨고 현실적이고 실질적으로 여성의 기여도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양 교수는 “여성의 기여를 ‘가정에의 기여’ 정도로만 여기는 우리 법의 한계”를 넘어 “대외활동, 예금, 부동산·주식 투자 등 현대의 맥락 속에서 여성의 다양하고 실질적인 기여”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또 “여성 당사자들이 자신들이 실질적으로 재산 증식에 기여한 바를 직접 소명하는 문화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했다.

안지영 변호사도 “일·가사·육아를 모두 도맡는 ‘슈퍼우먼’들이 늘면서, 여성의 재산 형성 기여도가 남성보다 훨씬 높은데도 ‘5:5 원칙’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도 늘었다”며 “획일적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폭넓은 판단이 요구된다”고 했다.

출처 : 여성신문(https://www.womennews.co.kr), 2025.10.16, 이세아기자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종교와 젠더연구소서울 중구 동호로24길 27-17 우리함께빌딩 3층Tel. 070-4193-9933Fax. 02-2278-1142

COPYRIGHT ⓒ 종교와젠더연구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