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넷 폐쇄·여성혐오 공론화 이끈 메갈리아와 자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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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6-07-15 14:05 조회4,033회 댓글0건본문
소라넷 폐쇄·여성혐오 공론화 이끈 메갈리아와 자매들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는 기치를 내건 ‘메갈리아’가 불과 1년 만에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여성이슈들을 공론화하는데 성공하며 여성운동의 새로운 물결로 주목받고 있다.
소라넷 폐지를 이끄는가 하면, 페미니즘 관련 도서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려놓았다.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의 추모 시위를 주도하며 ‘여성혐오’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도 메갈리아와 이곳에서 분리된 ‘워마드’ ‘레디즘’이다.
메갈리아의 태생지는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메르스 갤러리’다.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공포가 확산되던 지난해 5월 말 홍콩에서 한국인 격리 대상자 중 여성 2명이 격리 요구를 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남성들이 ‘여자들은 개념이 없다’는 식으로 여성을 비난한 것이 메갈리아 탄생의 시발점이 됐다.
이들은 남성의 여성혐오 발언들을 그대로 따라하는 ‘미러링’(mirror-ing) 방식을 빌려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 분위기에 일침을 가했다. 한국 여성들을 가리켜 ‘된장녀’ ‘김치녀’로 비난하던 남자들이 되레 ‘한남충’ ‘-치’로 불린다. 지난 10년간 여성들이 당한 그대로 되갚아 주고 있는 셈이다.
‘혐오를 혐오로 저항하는 방식’은 의식적으로 혹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성혐오 언행을 해온 남성들에게 충격요법으로 먹혔다. 메갈리아 이용자인 메갈리안들은 온라인에선 ‘좌표’를 찍어 여성혐오 댓글이 넘치는 포털 기사에 ‘화력’을 지원하며 댓글 분위기를 바꿔나갔고,
‘행동하는 메갈리안 프로젝트’로 십시일반 모은 1500만원을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기부했다. 여성 대상 범죄를 미화한 표지를 실어 문제가 된 남성지 『맥심』에게 사과를 받아내는가 하면, 불법 몰카 근절 캠페인과 기부 팔찌 프로젝트도 벌였다.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
대표적인 것인 몰래카메라 영상 유포와 성폭행 모의 등이 유통되던 소라넷의 폐지다. 1999년 만들어져 회원 100만명이 가입된 소라넷은 성범죄 온상으로 지목받아왔지만 경찰은 서버가 외국에 있단 이유로 폐쇄하지 않았다.
하지만 메갈리아가 온라인 서명운동를 벌이고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지원하면서 마침내 소라넷 폐쇄가 결정됐다.
여성들은 메갈리안을 통해 일상에서 겪던 여성혐오적 문화들을 온라인 공간에서 공유하면서 ‘나만 겪은 일이 아니구나’하는 공감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페미니즘의 명제를 깨닫게 됐다.
이러한 경험은 페미니즘이라는 학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영국에서 ‘여성 참정권 운동’을 벌인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자서전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현실문화)에 대한 북펀딩에 메갈리안들이 적극 참여로 사흘만에 목표액을 달성했다.
페미니즘 입문서 격인 『이갈리아의 딸들』(황금가지)은 두달 만에 4000권이 판매됐다. 메갈리아의 이름이 이 책에서 따온 덕에 이 책은 메갈리안들의 필독서로 꼽힌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여성학과 젠더 분야 2월 판매량이 지난해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7월 판매량을 이미 넘어섰다. 또 여성학 분야 서적 연간 판매량은 2010년에 비해 약 2.5배 증가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들의 공감과 지지로 힘을 얻은 메갈리아는 성향과 운동노선의 차이로 올해 초 ‘워마드’, ‘레디즘’로 분화됐다. 소울드레서, 쌍코, 여성시대 등 여성 커뮤니티들도 메갈리아와 워마드의 게시물을 퍼나르며 관련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메갈리아가 뿌린 온라인 페미니즘의 씨앗이 여성 커뮤니티 중심으로 뿌리내리는 모양세다.
‘여혐혐’ 방식의 미러링은 과격한 표현 방식으로 ‘남성혐오’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동안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여성혐오 이슈가 남성혐오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중대한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게다가 ‘이성혐오’ 등의 새로운 단어로 여성혐오와 남성혐오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해 성대결로 묘사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지난해 블로그나 트위터 등에서 한남충(한국 남성은 벌레와 같다는 신조어)’같은 남성혐오를 뜻한 단어가 언급된 횟수는 지난해 1~5월까지 2건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블로그 트위터 등에서 김치녀 등 여성혐오가 언급된 횟수는 월평균 8만회에 달했다. 분석을 시작한 2011년부터 따지면 연 3만~15만회나 됐다.
지난 1년간 많은 여성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메갈리안을 비롯한 ‘온라인 페미니즘’을 통해 인식 자체가 바뀌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대학생 강서연(가명·24)씨는 “메갈리아를 접하고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일상의 여성혐오가 얼마나 심각한지, 내가 얼마나 사회가 만든 ‘코르셋’에 갇혀 있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현희(가명·33)씨는 “그동안 불쾌하고 불편하더라도 괜히 분란만들기 싫어서, 드센 여자로 보일까봐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메갈리아를 알고나서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는’것이야 말로 그동안 당연하게 여기고 지나갔을 여성혐오 문제를 논란으로 만들고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영주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는 “메갈리아가 가부장적인 사회의 변화를 주장하는 매우 뛰어난 공론장이자 여성주의적 연대의 장”이라고 평가했다.
이 겸임교수는 KISO저널 22호에 ‘여성 혐오에 대한 미러링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의 글을 통해 “메갈리아에선 희생당하고 함부로 다뤄지는 여성들의 실태를 고발하거나 현실 개혁을 위한 여성들의 연대 활동에 대한 고민들이 공유된다.
일부 남성들도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함께 나아짐’을 위한 이해를 넓히고자 하는 노력을 발견할 수 있다”며 “공론장이자 여성주의적 연대의 장으로서의 가능성을 더욱 확장시켜 나가는 일 또한 메갈리안들에게 달려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성혐오 발화들을 생산하고 있는 자기 내부의 메갈리안들에게도 또 다른 거울을 비추고 혐오 전쟁이 아닌 여성을 둘러싼 불평등한 권력관계와 사회구조, 여성에 대한 재현과 발화들에 대한 개혁의 연대를 폭넓게 구축하고자 하는 시도로부터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출처: 여성신문 201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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