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폐지 1년, 간통죄 사라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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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6-02-29 13:49 조회4,790회 댓글0건본문
간통죄 폐지 1년
간통죄 사라졌지만 ‘간통 배우자’ 제재는 미흡
형사처벌 불가능해지면서 피해 배우자 보호장치 전무
위자료는 3000만원 이하 대부분 위자료 증액·혼인 중 재산분할 논의 지지부진
간통죄가 폐지된 지 1년이 지났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2월 26일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형법 제241조에 대해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제정 62년 만에 간통죄가 사라지면서 예상대로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간통죄 폐지로 인해 이른바 ‘불륜’으로 인한 이혼 과정은 복잡해진 반면, 부부 간 정조 의무를 져버린 ‘간통 배우자’에 대한 제재와 선량한 배우자를 위한 법적 보호 장치 마련도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헌법재판소는 1년 전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간통죄가 더 이상 혼인생활 유지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간통죄 위헌 결정으로 처벌받을 위기를 모면한 이들은 약 3000명에 이른다. 이들은 간통죄 합헌 결정을 한 2008년 10월 30일 이후 간통죄로 기소돼 형이 확정된 사람들이다. 실제로 전국 법원에는 간통죄 재심 청구도 줄을 이었다.
헌법재판소는 간통죄 위헌 결정을 내리며 재판실무 관행을 개선해 민사상 제도에 의한 피해 배우자의 손해 배상이나 자녀의 복리 보호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길이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부부 간 정조 의무와 피해 배우자 보호는 간통한 배우자를 상대로 한 재판상 이혼 청구, 손해배상청구, 재산분할청구, 자녀의 양육이나 면접교섭권의 제한이나 배제 등 민사상의 제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통죄 폐지로 형사처벌이 불가능해졌지만 민사·가사상 책임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형사처벌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면서 간통을 저지른 배우자에 대한 제재 방법은 사실상 전무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징벌적 차원에서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가 부담할 위자료를 증액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하지만 간통죄 폐지 이후 1년이 흐른 지금까지 배우자의 ‘바람’으로 인한 이혼해도 위자료 액수는 간통죄 폐지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
현직 법관 중 상당수가 위자료의 일률적 증액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당분간 위자료 증액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가사·소년 담당 법관 43명이 한 자리에 모인 전국 가사·소년 법관 포럼에서는 간통죄 폐지에 따라 위자료를 일률적으로 증액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혼 재판은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사안별 특성을 잘 따져 위자료를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현재 이혼에 따른 위자료는 대부분 1000~3000만원대다. 박민수 성균관대 교수 등 3명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2011년 이혼 판결문 1098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위자료액은 2690만원이었다. 1000만원 미만도 22.4%에 달했다.
한 가사 전문 변호사는 “부정행위를 한 당사자의 상대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유책 배우자가 지급해야 할 위자료 액수를 현실화하는 방안을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혼 소송에서 위자료뿐만 아니라 재산분할이나 자녀 양육비 부분에서도 간통죄 폐지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간통 피해자에 대한 보호 장치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1부장은 “과거에는 간통 배우자가 경제력이 없으면 위자료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간통죄 폐지 이후 경제적 보상 차원에서 간통을 저지른 배우자와 간통 여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위자료를 청구하려는 움직임이 늘었다”며 “형사처벌이 어려워지고 사실상 민사적으로 해결하기도 쉽지 않아 직장에 간통 사실을 알리거나 인터넷에 내용을 올리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묻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조 부장은 “간통죄 폐지 이후 경제적 보상 차원에서 이혼 후 부양제도나 혼인 중 재산분할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규정이 모호한 부분이 많아 현행 법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여성신문 201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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