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레고는 다 어디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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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6-02-04 15:18 조회5,022회 댓글0건본문
최근 장난감 업계의 뜨거운 화두는 ‘성별 고정관념 허물기’다.
젠더 의식을 지닌 소비자들이 늘면서, 장난감을 둘러싼 성별 고정관념이나 성차별적 요소에 대한 문제 제기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 레고 인형은 이제 집과 미용실을 벗어나 과학기술 연구소, 우주공간 등을 무대로 삼는다.
‘아이언 맨’, ‘캡틴 아메리카’ 영웅 액션 피겨는 남아용이고, ‘겨울왕국’의 엘사 캐릭터 인형과 드레스는 여아용이라는 관념은 구식이 됐다. 많은 장난감 업체들이 성평등 또는 성 중립적 관점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마케팅 전략을 가다듬는 배경이다.
세계 최대 장난감 업체 마텔은 지난해 미국의 만화 제작사 DC코믹스의 여성 영웅과 악당들을 액션 피겨로 만든 ‘DC 슈퍼히어로 걸스’를 내놓아 호응을 얻었다.
“현실적이고, 운동신경이 뛰어나며 원작 캐릭터의 강인함을 드러내고 모든 젠더의 팬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제작 과정에서 페미니스트, 블로거, 학자 등의 자문을 구했다.
미국 1위 유통업체 아마존은 최근 아동용 장난감 분류 중 ‘남아용’ ‘여아용’ 등 성별 분류를 폐지했다.
대형 유통업체 타겟도 지난해부터 점포 내 아동용 장난감·침구류 등에서 성별 분류 표기를 떼기로 했고, ‘여아용은 분홍색, 남아용은 파란색’이라는 고정관념이 반영된 표시도 바꾸기로 했다.
디즈니도 디즈니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할로윈 복장과 액세서리 등에 남녀 구분 없이 ‘어린이용’만을 표기했다.
북유럽 최대 장난감 유통업체인 탑-토이는 2013년부터 ‘아이들은 성별 고정관념을 떠나 자신이 원하는 장난감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는 가치를 내세워 성 중립적 장난감으로 매대를 채웠다.
이 업체가 발매한 쇼핑 카탈로그에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함께 장난감 총을 갖고 노는 모습, 함께 다림질이나 부엌놀이를 하는 모습 등이 실렸다.
이러한 흐름에 반발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미국의 심리상담사 탐 커스팅은 “장난감에 남녀 구분이 없다면 아이들이 자신의 성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된다”고 우려했다. “성 중립적인 장난감은 아이들이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품게 만들 수 있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일 뿐 쇼핑에는 불편하다” 등의 의견도 나왔다.
여전히 젠더 고정관념에 따른 마케팅 전략을 고집하는 기업들도 많다.
디즈니 공주 시리즈, 레고 프렌즈 시리즈(여아를 겨냥해 출시된 레고 세트 제품으로 미용실, 빵집, 수영장, 주택가 등을 배경으로 제작됨) 등은 높은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입고 즉시 매진됐던 여성 과학자 레고 세트도 한정판으로만 출시돼 추가 생산은 없었다.
많은 발달심리 전문가들은 “성별 고정관념을 탈피한 장난감은 아동의 잠재력 실현과 성평등 사회 문화 조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미국 위스콘신-스티븐스 포인트 대학의 발달심리학자인 에리카 바이스그람은 “남녀 사이에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며 “성별 고정관념은 남녀 모두에게 좋지 않다.
장난감에 관한 성별 고정관념을 깨는 일은 아이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켄터키 대학의 발달심리학자 크리스티나 스피어스 브라운도 자신의 저서 『Parenting Beyond Pink & Blue: How to Raise Your Kids Free of Gender Stereotypes』에서 “장난감에서 성별 표시를 없애는 것이 오히려 아동의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고 주장했다. ‘인형은 여아용, 트럭은 남아용’이라는 고정관념을 아이에게 주입하는 것은 아이의 성별이 그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어떤 능력을 개발할지를 결정한다고 여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그는 설명했다.
“우리 아이들이 젠더 고정관념에 얽매여 장난감 코너의 반쪽에만 갇혀 살도록 가르칠 필요는 없죠.” 미국 오하이오주에 사는 여성 애비 베흐텔은 젠더가 구분된 장난감은 아이들에게 성적 고정관념과 성차별적 인식을 강요한다며, 장난감 성별 분류를 폐지하기로 한 유통업체의 조처를 반겼다.
“아이들은 다양성을 품고 있어요. 우리에겐 아이들이 불안감이나 제약 없이 자신이 흥미를 느낀 것들을 마음껏 탐험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죠.”
<출처: 여성신문, 2016-01-28 www.womennews.co.kr 기사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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