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돌은 ‘보기 좋은 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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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6-02-29 13:47 조회4,893회 댓글0건본문
여자 아이돌은 ‘보기 좋은 꽃’이 아니다
성상품화 논란’ KBS 예능 ‘본분 금메달’
정규 편성 반대 목소리 높아
한국여성민우회 “양성평등 조항 위반으로 방송심의 민원 제기”
“여성은 예쁘고 날씬하고 친절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확대...공영방송 본분 잊었나”
“‘여성 아이돌의 본분’은 대체 무엇입니까? 가수로서의 능력을 보여주는 존재가 아닌 ‘보기 좋은 꽃’인가요? ‘예쁘고, 날씬해야 하며, 늘 리액션을 잘 해줘야 하고, 화를 내지 않는’ 존재인가요?”
여성들이 최근 성 상품화 논란을 부른 KBS 예능 프로그램 ‘본분금메달’(연출 최승희)의 정규 편성에 반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16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본분금메달’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0조 양성평등 조항을 위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방송심의 민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설 특집으로 방영된 ‘본분금메달’은 여성 아이돌들이 어떤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예쁜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내용이었다. 김구라, 김준현, 전현무 등 남성 진행자 3명과 EXID 하니·솔지, AOA 지민, 애프터스쿨 리지, 여자친구 유주, 트와이스 다현·정연, 나인뮤지스 경리 등 여성 아이돌 십여 명이 출연했다.
이날 방송은 체력테스트, 상식테스트, 섹시 댄스 테스트, 집중력 테스트 등 순으로 진행됐다. 실제로는 출연자의 반응을 몰래 촬영하기 위한 ‘무허가 테스트’라서 논란이 됐다.
체력 테스트인 철봉 오래 매달리기는 사실 ‘비주얼 유지’ 테스트였다. 철봉에 오래 매달리려면 표정이 일그러지게 되는데, ‘여자 아이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예쁜 표정으로 일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의도에서, 제작진은 갑자기 출연자의 몸에 바퀴벌레 모형을 던지고는 반응을 살피기도 했다. 기겁한 출연자들은 소리를 지르고 울먹거렸다.
섹시 댄스 테스트란 영하 13도의 날씨에 건물 옥상에서 얇은 옷만 걸치고 3분간 춤을 추는 것이었다. 무대엔 체중계가 연결돼 출연자들의 실제 몸무게를 측정했다. 제작진은 “아이돌은 정직해야 한다”면서 출연자의 프로필상 몸무게와 실제 체중이 일치하는지 확인해 공개했다.
집중력 테스트란 출연자에게 빈 캔으로 탑 쌓기를 시킨 후, 이를 의도적으로 방해하며 출연자의 반응을 살피는 테스트였다. 출연자의 짜증을 유발하고는 인내를 강요하는 테스트였다.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공식 웹사이트 시청자 참여 게시판(클릭)에는 “여성 아이돌을 표정을 찡그리면 안되고 몸무게를 속이면 안되고 섹시해야 하는 인형 취급했다” “아이돌을 괴롭혀서 웃길 생각을 하다니 충격” “여성을 고기처럼 품평하고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공중파’ 방송” “보는 내내 너무 불쾌했다” 등 비판글이 쇄도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최승희 PD는 스타뉴스를 통해 “여자 아이돌들의 외모를 가지고 눈요기를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한 친구, 한 친구의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무래도 예능 프로그램 특성상 웃음이 있는 요소를 부각시켜 편집을 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클릭).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본분금메달’의 내용은 출연자들이 ‘여성’ 아이돌이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여성은 예쁘고 날씬하고 친절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비판했다.
또한 “여자 아이돌을 가수로서의 능력을 보여주는 존재가 아닌, ‘보기 좋은 꽃’ 같은 존재로 전락시켰다”며 “이는 여자 아이돌, 나아가서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대 재생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질타했다.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여론을 반영하여 이러한 프로그램이 계속되지 않을 수 있도록 엄중한 심의를 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본분을 지켜 ‘본분 금메달’을 정규편성하지 않길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여싱신문 201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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