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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리부트’ 10년, “지금이야말로 페미니즘을 성찰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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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4-05-10 10:22 조회7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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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리부트’ 10년,  “지금이야말로 페미니즘을 성찰해야 할 때” 

 

2015년부터 나타난 디지털 페미니즘을 시작으로 한국에서 페미니즘은 역동하기 시작했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18년 성폭력을 공론화한 '미투' 운동, 2020년 'N번방' 사건을 거치며 페미니즘 담론과 의제들이 쏟아져 나왔다.
'페미니즘 리부트(reboot·재시동)'가 일어난 지 약 10년이 지났다. 2024년 지금 페미니즘은 무엇을 준비하고 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한국여성학회 제40대 학회장으로 지난 1월 취임한 이현재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를 만나 물었다.

이 학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여성철학·사회철학을 전공했으며 한국여성철학회 편집위원장, 부회장, 한국여성학회 연구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 학회장은 "지금 페미니즘은 과거에 비해 숨을 고르며 성찰하는 시기"라며 "지금은 페미니즘의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론이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페미니스트가 무엇을 성찰해야 할까. 바로 "연대하는 법"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학회장은 "페미니스트들이 다른 소수자에 대한 연대로 인식을 확장하기 바란다. 여성과 젠더 내부에 존재하는 다양한 차이들을 사유하면서 이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를 모색하고 연대의 균형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 그는 페미니즘 리부트가 일어나기 시작했던 2016년과 2017년 학계와 대중, 오프라인과 온라인, 래디컬과 교차, 그리고 다양한 세대의 페미니스트들이 만나는 '페미 광장'을 모색하는 일에 함께 했다. 몇 번 오프라인에서 포럼을 열었지만 충분한 대화가 이뤄지기는 부족했다.

이 회장은 "트랜스젠더 관련 논쟁을 하면서 너무 상처받는 사람들이 생겼다. 양쪽에서 그 경험을 아직 트라우마로 지닌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다양한 페미니즘의 입장들이 연대하고 균형을 잡을 방법을 찾고 있다.
"연대했던 '우리' 페미니스트가 '그들'이 되었다. 페미니즘들 간의 트러블은 물론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언제나 페미니즘'들'이었다." 이 교수가 『여/성이론』 2017 겨울호에 발표한 글의 일부다.

신자유주의 페미니즘의 대두, 그들이 얻고 잃은 것들

이 회장은 "온라인 속에서 결집한 소위 디지털 페미니스트들은 디지털 성범죄 문제, 미투 등 엄청난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현실 정치에서 변화를 일으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 10년간 운동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온라인 페미니스트들이 '신자유주의 페미니즘'을 노정하는 경향을 띠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캐서린 로텐버그에 따르면 신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여성도 '성공'해야 한다는 것을 지상의 과제로 삼는다. 성공을 위해 여성 개개인이 노력을 통해 자기계발에 정진할 것을 부추긴다. '야망O지'나 '비연애, 비섹스, 비결혼'과 같은 3비 운동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아쉽게도 여기에는 경쟁을 부추기는 체제 자체에 대한 비판은 나타나지 않는다. 체제 안에서 여성들이 경쟁에서 지지 않고 성공하기 위한 운동을 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신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외의 사회적 약자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학회장은 "이들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 혹은 장애 여성, 외국인 여성들과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는 준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8년 예멘 난민 수백 명이 제주도를 통해 입국했을 때, 일부 페미니즘 커뮤니티에서는 난민 입국을 반대했다. 2022년 숙명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여성의 입학도 반대했다.

그렇다면 페미니스트는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할까. 그는 "페미니즘은 사회를 여성주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훈련하는 이론이다. 따라서 소수자와 여성 등을 횡단하는 연대의 정치로 나아가는 것이 페미니즘 정신"이라며 '연대'를 강조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2022년 1월 당시 대통령 후보자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SNS에 올라온 게시글 내용이다 ⓒ윤석열 전 후보 페이스북.
'여성가족부 폐지'. 2022년 1월 당시 대통령 후보자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SNS에 올라온 게시글 내용이다 ⓒ윤석열 전 후보 페이스북.

백래시, 사라지는 성평등 의제들

페미니즘이 숨을 고르는 동안 백래시(backlash·반동)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여경(여성경찰) 무용론', '남성 역차별론', '집게 손가락 논쟁' 등이 대표적인 백래시 현상이다.
정치권에도 백래시는 영향을 미쳤다. 이번 총선에는 아예 '젠더'가 사라졌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걸었던 윤 정부의 장차관급 여성 인사는 10%선이다. 여성가족부 장관직이 두 달 넘게 공석이기도 하다. 

이 학회장은 "(정권이 젠더 이슈의) 씨를 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들이 문제 제기가 되지 않는 것이다. 지금 정권은 조용히 젠더 이슈를 죽이고 있다. 지난 대선 때는 '여가부폐지' 이렇게 전면에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조용히 일을 진행한다. 여성가족부 장관을 그냥 안 뽑고 공석으로 두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방에 있는 여성 관련 기관들은 통폐합되거나, 이름에 '여성'이 사라지고 있다."

"다시 성평등을 의제로 세우기 위해서는 인구정책, 돌봄 정책과 관련하여 젠더가 중요하다는 것을 계속 지적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집권당뿐 아니라 민주당이 젠더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도 비판해야 한다. 여성문제 등 소수자와 관련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라고 압박해야 한다."

이 학회장의 또 다른 화두는 '한국여성학회 40+'다. 한국에서 여성학이 불모지였던 1984년, 여성학의 지적 광장 마련을 위해 '한국여성학회'가 창립됐다. 창립 이후 여성학회는 가부장제, 젠더, 섹슈얼리티, 노동 등을 주제로 크고 작은 행사를 열며 열띠게 활동해왔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났다. 여성학회가 불모지에서 피워낸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2005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세계여성학대회를 개최하며 국제적 학술 교류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대학생들도 참여 가능한 '여름캠프' 등을 통해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 중이다. 현재 학회원수는 1천명이 넘는다.

올해 한국여성학회는 한국여성학 40년을 돌아보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학술대회가 올해 봄과 가을에 열린다.
여성학회 춘계학술대회는 '한국여성학회 40+'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성공회대에서 진행한다. 한국여성학 40년 역사와 성찰을 이야기하는 '백 투 더 퓨처' 세션과 지난 10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이슈들을 살펴보는 '디지털 페미니즘의 이슈들' 그리고 '생태-돌봄'으로의 전환 세션 등을 준비하고 있다. 추계 학술대회는 포스트휴먼 페미니즘과 신유물론 페미니즘의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 이현재 여성학회장은?

이현재 학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여성/사회철학을 전공했으며 한국여성철학회 편집위원장, 부회장, 한국여성학회 연구이사, 대외협력이사, (사)여성문화이론연구소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여성학 발전에 앞장섰다. 2017년 여성가족부 성평등문화확산 TF 민간위원으로 활동하며 정책 개선에도 기여했다.

 


출처: 여성신문, 2024.05.10. 신다인 기자 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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