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삼국유사] (7)선덕여왕이 모란을 품은 뜻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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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4-05-10 10:50 조회731회 댓글0건본문
무엇보다 신라의 스님들이야말로 선덕여왕과 최상의 파트너십을 이룬 인물들이었음도 여왕에게 직접 들어보자.
자장, 명랑, 혜공 신라 스님들에게 들려주는 노래
황룡사 구층탑과 통도사 창건 불국토 프로젝트를 함께 주도한 나의 사촌 자장이여
그대와 고락을 함께 한 왕노릇 보람찼다네
나를 장사지낸 도리천이 불국토임을 증명한 명랑이여
도리천 아래 사천왕사를 지어 당나라 군대를 물리친 명랑법사여
자장의 누이 법승랑의 아들이여 나의 자랑스런 조카여
원효의 스승 혜공이여
짝사랑 지귀가 나를 만나려다 잠들어 불귀신이 되어 영묘사를 모두 태우려할 적에
밧줄로 금줄을 쳐서 영묘사를 살린 혜공이여
서역인일지 모른다고 설왕설래하는 예술가 양지법사여
그 영묘사에 그대가 만든 장륙존상 그리고 사천왕사의 사천왕 모습들을 보면
양지 그대의 서역 기법이 예사롭지 않았지 아주 아름다웠지
지팡이를 날려 법척을 무찌르고 나 선덕의 병을 낫게 한 밀본법사여
이렇게 향기로운 모란, 나 분황 선덕에게 목숨을 아끼지 않는 충성과 사랑을 바친 사나이 대장부들이여
나의 일생이 그대들 덕분에 세계는 한 꽃송이 모란 꽃 한 송이 천지가 향기로 가득하였네
선덕, 도리천에 다시 태어나 불국토의 꿈을 이루다
이제 수많은 전쟁과 당태종의 조롱, 비담의 난에도 불구하고 통일의 기틀을 다진 왕 노릇에 대해 마음속 육성을 들어보기로 하자.
‘왕이 된 첫 해 제일 먼저 환과고독(鰥寡孤獨)의 구휼책을 펼쳤다. 지금도 독거노인과 고아들을 위한 사회복지 제도가 중요하지 않은가. 사회복지야말로 사회와 국가를 건강하게 하는 최우선 기반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거대한 황룡사 구층탑이나 통도사, 분황사 창건 뿐 아니라 생의사의 작은 석미륵에 이르기까지 내실을 다지며 불국토 프로젝트를 완수하고자 애썼지. 백제, 고구려, 당나라와의 숱한 전쟁과 절체절명의 위기도 상생하는 여성의 힘으로 적재적소에 걸맞는 남성들과 더불어 헤쳐 나왔다.’
마지막 예언인 도리천에 관한 이야기는 어떨까.
‘이제 그 남성들에게 삼국통일의 열매를 안기고 647년 도리천으로 떠날 차비를 하던 이야기를 할 때로구나. 잦은 병고로 건강치 못했던 몸의 기운이 다해 가고 왕노릇하며 쏟아 부은 힘의 고갈로 나는 떠날 때를 헤아려 보았다. 어느 해 어느 날 어느 시가 될 것임을 예고하였더니 어리석은 상대등 비담, 덥석 그 날짜에 맞추어 나의 길동무가 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구나. 반역의 탐심으로 구족과 사라지니 오호 애재라.
이미 왕궁에 내제석궁이 있었기에 내가 묻힌 도리천은 외제석궁이라 할 만 했지. 아버지 진평이 원하던 전륜성왕 선덕, 도리천에 가서도 완수해야 할 나의 서원이 있었지. 그 도리천에 명랑이 오색 비단으로 사천왕사를 꾸며 주었으니 당나라 배 오는 족족 침몰했다는 후문은 나, 선덕이 슬며시 그를 도와 분황의 향기를 전한 것일세.’
그렇다면 여왕의 생애를 통해 전하려 했던 여왕의 포부는 무엇이었을까.
나, 선덕
신라의 위기와 기회가 둘이 아님을 불교의 불이(不二) 가르침에서 배웠노라
황룡사 구층탑이 상징하듯 아홉 나라의 외침에 시달렸으나
그 외환 속에서 백성과 신하들이 오히려 나를 돕고 국력을 모았노라
고구려, 백제, 당의 숱한 침략의 위기 또한 기회였느니
훌륭한 춘추,유신 장수들과 선지식들이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인재 등용의 신라 불국토
나를 위험에 빠뜨리면 상대 또한 그만큼 위험 비용을 지불하고 마는 법
그러므로 항상 기회는 오히려 위기 속에 있음을 잊지 말지니
결국 신라보다 더 큰 고구려 백제는 망국이 되고 말았네
신라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국을 통일하였으니 그 이름 통일신라
나, 선덕의 꿈은 지상의 통일에 그치지 않았네
천상천하의 온 세상이 모두 행복하게 사는 것 동서남북 사천왕이 지켜주는 도리천 수미산 꼭대기에서
모든 중생이 불성을 깨닫기를 발원하는 것
모란을 품어 향기로운 황제, ‘분황’의 아름다움으로 전쟁없는 평화의 불국토를 이루는 것
천년이 지나도 이루지 못한 나의 꿈을 이제 그대들이 이루어 주기를
선덕여왕의 이름은 덕만이다. 덕만은 열반경에 나오는 ‘덕만우바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여자로 태어난 보살의 이름이다. 선덕(善德)은 수미산의 꼭대기에 있는 도리천을 주재하는 천신 선덕바라문을 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선덕의 아버지 진평의 다른 이름은 백정(白淨)이며 왕비는 마야부인인데, 이는 석가모니의 아버지 슈도다나(백정왕 또는 정반왕의 뜻)와 어머니 마야부인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어쩌면 선덕은 석가모니를 꿈꾸고 죽어서도 신라 도리천을 구축한 진정한 신라 불국토의 부처였던 것이다.
필자: 정진원 칼럼니스트
튀르키예(터키) 에르지예스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동국대 세계불교학연구소 교수와 헝가리 ELTE대학교에서 한국학과 교수, 서울대 규장각과 고려대 한국학연구소 교수를 역임했다. 2000년부터 20여 년간 해외 한국학 학회 발표와 특강, 외국 학생들과 한국 유적지를 답사하고 있다. 석보상절과 월인석보로 홍익대 문학박사를 받은 국어학자이자 동국대에서 삼국유사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철학자다. 현재 월인석보와 삼국유사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하여 국내와 유럽을 중심으로 강의와 글쓰기를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 <월인석보, 그대 이름은 한글대장경>, <석보상절, 훈민정음 조선대장경의 길을 열다>, <삼국유사, 여인과 걷다>, <자장과 선덕여왕의 신라불국토 프로젝트>, <삼국유사, 원효와 춤추다>, <여행하는 인간 놀이하는 인간>등이 있다.
출처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http://www.interview365.com/news/articleView.html?idxno=107830&fbclid=IwZXh0bgNhZW0CMTEAAR2CvsS20i2doTzLfYd23ty-WCuKApJAsfGPL0S5aF5om9In925BrMiFAVc_aem_AcNj_Iz-lQaBIXy9TilAGV3OuwIrQ2KIsYeo3TGYpzRqbGwCSwY_fFfehFqUrvDFz4V48B4BK-AlyjV7BnanpN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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