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자 극우화? 충분한 증거 없다” [6·3 대선 이후 유권자 인식 여론조사]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20대 남자 극우화? 충분한 증거 없다” [6·3 대선 이후 유권자 인식 여론조사]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5-07-21 08:59 조회5회 댓글0건

본문

“20대 남자 극우화? 충분한 증거 없다” [6·3 대선 이후 유권자 인식 여론조사]

2017년, 소위 ‘20대 남자 현상’이 시작되던 해다. 8년이 지났다. 〈시사IN〉이 20대 남자와 20대 여자를 기획으로 다루고 책을 통해 집중 분석하는 동안, 한국과 미국 모두 두 번이나 대통령이 바뀌었다. 젊은 세대의 남녀 간 정치적 분절이 세계적 현상이 되기 시작했고, 한국이 선도 국가가 된 듯하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는 2030 세대 남성과 여성의 정치를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데이터 전문가인 존 번머독 〈파이낸셜타임스〉 기자가 전 세계 젊은 남성과 여성의 정치적 분화를 그림을 통해 극적으로 표현해 전 세계 독자들에게 화제가 되었다. 지난해에 발표한 이 그림은 한국이 선도국임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번머독 기자는 이번 한국의 대선 결과를 반영해서 새로 그림을 발표했다(〈그림 1〉 참조). 20대 남녀 분화의 심화가 너무 극적이라, 특히 남성의 보수화가 극적이라 그래프를 뚫고 내려가는 것처럼 표현했다. 같은 그림의 미국·독일·영국은 남성의 보수화보다는 여성의 진보화가 특징인 반면, 한국은 여성의 진보화보다 남성의 보수화가 분명하다. 2018년까지 20대 남녀가 정치적으로 수렴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그 이후 극명한 U턴이 일어난다. 2021년과 2023년에 들어 20대 남성 내부에서 보수 우위가 심화되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존 번머독 기자가 그린 그림. 청년 남녀 사이 정치적 분화를 표현했다. ⓒ파이낸셜타임스 갈무리
〈파이낸셜타임스〉의 존 번머독 기자가 그린 그림. 청년 남녀 사이 정치적 분화를 표현했다. ⓒ파이낸셜타임스 갈무리

2030 남성들은 정말로 보수화되었는가, 아니면 극우화되었는가? 이 간단한 질문을 이해하려면 ‘보수’와 ‘극우’가 무엇이고 어떻게 측정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전 세계 흐름과 함께 보아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데이터가 말해주는 결론은 20대 남성이 가장 보수적인 세대이며, 20대 여성이 가장 진보적인 세대라는 점이다. 또한 20대 남성이 극우화되었다는 주장은 충분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이는 〈시사IN〉 제928호에 실린 김창환 미국 캔자스 대학 사회학과 교수의 견해와는 차이가 있다. ‘서울 거주 경제적 상층일수록 극우 청년일 확률 높다’ 기사 참조).

어떤 유권자가 진보인지 보수인지 구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느 후보에게 투표했는지, 지지 정당은 무엇인지가 자주 쓰이는 기준이다. 대선 이후 2030 남성 보수화를 둘러싼 담론도 결국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득표율로부터 시작했다. 문제는 어느 후보에게 투표한다는 행위가 이념에만 기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준석의 보수적 정책을 선호해서 이준석을 지지했을 수도 있지만 무당파로서 제3당 후보에게 투표했을 수도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자기 분류다. 유권자에게 ‘당신은 진보·중도·보수 중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직접 묻는 것이다. 정치학자 크리스토퍼 엘리스와 제임스 스팀슨에 따르면 이것을 ‘상징적 이념’이라고 부른다. 간단하면서도 직관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2024년 10월2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테이트 칼리지의 브라이스 조던 센터에 모인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뒷모습)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 지지자들. ⓒAP Photo
2024년 10월2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테이트 칼리지의 브라이스 조던 센터에 모인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뒷모습)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 지지자들. ⓒAP Photo

 2030 남성 정책 선호, 가장 보수적

이번 〈시사IN〉·한국리서치 ‘6·3 대선 이후 유권자 인식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2030 남녀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20대 남성은 보수라고 응답한 비율이 진보에 비해 22%포인트 높은 반면, 20대 여성은 진보라고 응답한 비율이 보수에 비해 34%포인트 더 높았다. 30대 남성은 보수라고 응답한 비율이 진보에 비해 26%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와, 20대 남성보다 더 보수 우위가 강했으며, 30대 여성은 진보·보수 비율이 비슷했다(진보가 0.5%포인트 우위). 2030 남성들의 보수 우위는 어느 정도로 강한가? 보수가 가장 우세한 70대 이상의 경우 보수층이 진보층보다 29%포인트 더 많다. 2030 남성의 보수 우위(22%포인트)의 정도가 상당하지만 아직 70대 이상에 미치지는 못하는 것이다.

2030 남성의 이러한 보수 우위는 윤석열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던 2022년 대선에 비해 더 심화된 것일까? 2022년의 20대 남성은 보수가 26%포인트, 여성은 진보가 33%포인트 더 많았다. 20대 남성은 보수 우위가 다소 줄어든(26%포인트→22%포인트) 반면에 여성의 진보 우위는 그대로 유지됐다(33%포인트→34%포인트).

상징적 이념이 갖는 직관성에 반해서 단점도 존재한다. 바로 이념에 대한 개인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의 보수는 진짜 보수가 아니고, 한국의 진보는 진짜 진보가 아니다”라는 말이라든가 “내가 원래 진짜 중도 보수인데 우리나라에선 내가 진보야”라는 말을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말들은 각자 생각하는 진보와 보수의 개념이 다르고 그에 따라 자기 분류도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앞에서 소개한 엘리스와 스팀슨도 미국 유권자를 분석하면서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는데, 미국 유권자는 상징적 이념을 보면 보수 우위인데, 정책 선호를 보면 진보 우위라는 점이다. 한국의 여론조사 데이터를 들여다봐도, 복지 축소를 원하는 진보, 대북 강경책에 반대하는 보수 같은 사례를 적잖이 찾을 수 있다. 실질과 형식이 서로 맞지 않는 것이다.

이런 이념 측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엘리스와 스팀슨이 소개한 개념은 ‘기능적 이념’이다. 유권자들이 어느 정책을 지지하는지로 이념을 측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감세, 규제완화, 한·미 동맹 강화 같은 정책을 지지하고 여성할당제, 차별금지법,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면 보수라고 분류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기능적 이념을 더 정교하게 측정하기 위해 정책 지지와 관련한 여러 여론조사 자료를 분석해보았다. 결과는 매우 명확했다. 20대 남성은 가장 보수적인 세대, 20대 여성은 가장 진보적인 세대라는 점이다. 상징적 이념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났지만, 20대 남성과 여성 모두 가장 진보적이거나 가장 보수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책 지지로 측정한 기능적 이념 분석에선 20대 남성의 보수성과 20대 여성의 진보성이 매우 선명하다.

세대별 기능적 이념 점수 분포. 20대 유권자의 남녀 이념 차가 다른 세대의 이념층 간 이념 차보다 더 크다. ⓒ국승민 제공
세대별 기능적 이념 점수 분포. 20대 유권자의 남녀 이념 차가 다른 세대의 이념층 간 이념 차보다 더 크다. ⓒ국승민 제공

〈그림 2〉는 세대별 기능적 이념 점수의 분포를 보여준다.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와 성균관대 좋은민주주의연구소의 ‘한국 민주주의 의식조사’ 자료를 통해 계산했다. 2030 세대의 경우 성별로 구분했고, 40대 이상은 상징적 이념, 즉 주관적 이념 분류로 구분했다. 왼쪽일수록 진보적이고, 오른쪽일수록 보수적이다. 선은 각 집단의 이념 분포의 정가운데(중위)를 보여준다.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사실은 20대 유권자의 남녀 이념 차가 다른 세대의 이념층 간 이념 차보다 크다는 점이다. 70대의 진보와 보수의 중위 유권자가 보이는 거리는 2.1인 데 비해, 20대의 중위 여자와 남자의 차이는 2.4에 달한다. 한국의 중위 보수 유권자와 중위 진보 유권자의 거리가 1.6인 데 비해, 20대 중위 여성과 20대 중위 남성의 이념적 거리는 2.4로 더 멀다.

세대·성별 집단으로 보았을 때 가장 보수적인 집단은 20대 남성이고, 가장 진보적인 집단은 20대 여성이다. 20대 남성의 중위 유권자 이념은 1.1점이다. 가장 보수적인 70대 이상 보수층의 중위 유권자 이념이 1.2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20대 남성은 70대 보수층만큼 보수적이라는 뜻이다(70대 전체 중위 유권자는 0.5). 20대 여성의 경우 다른 세대의 그 어느 진보층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더 진보적이다.

이념 점수를 측정할 때 20대 남성과 여성의 성향을 특별히 두드러지게 하는 정책만 포함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재산 보유세·동성 결혼·최저임금·대외관계·남북 관계·여성할당제 등 여러 정책을 골고루 포함했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시사IN〉·한국리서치가 2023년 12월 실시한 ‘2024 총선 유권자 지형 분석’, 〈경향신문〉의 ‘2024년 한국 사회 정치인식 조사’를 분석해도 20대 남성이 가장 보수적, 20대 여성이 가장 진보적이라는 결론은 동일하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고유의 현상인가? 지난해 미국 대선의 소위 20대 남자 현상은 어땠을까? 미국의 정치 분석 업체인 ‘카탈리스트(Catalist)’의 분석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최초로 20대 남성의 과반(53%)이 공화당을 지지했다. 20대 여성의 63%가 민주당을 지지한 데 비해, 20대 남성은 46%만 지지해, 17%포인트 차이를 보여준다. 2012년 이후 최대 차이고, 다른 세대에서 발견할 수 없는 남녀 간 차이다.

이러한 투표 행태가 과연 정책 선호와 이념에 기반한 것일까? 미국 시민 6만명을 대상으로 한 공동선거 조사(Cooperative Election Study)의 데이터를 갖고 비슷한 방법으로 기능적 이념 점수를 계산해보았다. 〈그림 3〉은 이념 분포를 미국의 네 개 세대별로 보여준다. 미국의 가장 젊은 Z세대를 보면 여성과 남성의 이념적 거리가 거의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이들이 가장 진보적인 세대라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대부분의 Z세대 유권자들이 이념 분포의 가장 왼쪽에 가까이 분포해 있다. 기능적 이념 점수만 놓고 보면,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X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정책 선호만 놓고 보면 청년 세대가 가장 진보적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투표 행태만 차이를 보인 것이다. 한국의 20대 남성이 미국 등 다른 국가에 비해 더 보수에 치우쳐 있다는 점은 한국의 독특한 현상이거나 또는 한국이 트렌드를 선행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제 마지막 질문은 ‘20대 남성의 보수화를 극우화로 결론 낼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극우’라는 개념을 한국의 맥락에서 어떻게 정의할지 명확히 합의되지 않았기에 객관적 논의가 어려운 주제이긴 하다.

우선 스스로를 극우파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는 데서 답을 찾고자 했다. 〈시사IN〉의 ‘6·3 대선 이후 유권자 인식 여론조사’에서는 실험적인 질문으로 ‘나는 극우파다’라는 진술에 대한 동의 여부를 추가했다. 전체 응답자의 9%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20대 남성의 경우 8%, 20대 여성의 경우 7%가 동의했다. 전체 응답자보다 낮은 수준이다. 70대 이상이 14%로 모든 세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전 세대에 골고루 퍼져 있지만, 극우파는 70대 이상의 문제이지 20대 남성의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반민주적 태도, 70대 이상에서 두드러져

정치학자 맷 골더는 극우 정당에 대한 연구들을 정리하며, 극우를 통괄하는 이념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급진·근본주의, 포퓰리즘, 민족주의, 극단주의가 그것이다. 과거 2차 세계대전 이전의 극우 정당들은 민족주의, 극단주의, 포퓰리즘을 섞은 파시즘을 추구한 데 비해, 오늘날의 극우 정당들은 급진·근본주의, 포퓰리즘, 민족주의를 종합한 성격이 더 강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논의를 한국에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미국과 유럽식의 포퓰리즘과 민족주의가 한국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순수한 대중’과 ‘부패한 엘리트’의 대결 구도를 조장하고 현 권력 구조와 지배적 가치에 대한 분노를 기반으로 하는 서구식 포퓰리즘은 한국에 거의 존재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만 존재한다. 동아시아의 민족주의는 미국과 유럽의 맥락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 어렵다.

그나마 한국과 서구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급진·근본주의이다. 급진주의의 핵심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반대다. 극우 정당일수록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에 좀 더 방점이 찍혀 있고, 극좌 정당일수록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데 강조점이 찍혀 있다.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 정국에서 불거진 극우의 부상은 결국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와 규범을 둘러싼 논의라는 점을 감안해서, 자유민주주의적 규범에 대한 동의 정도를 극우와 보수를 가르는 기준점으로 두고 논의를 진행하겠다.

〈그림 4〉는 이번 〈시사IN〉·한국리서치 ‘6·3 대선 이후 유권자 인식 여론조사’ 에서 ‘반민주적 행태에 대한 동의’ 정도를 세대별로 정리한 것이다. 반민주적 태도에 대한 지지 정도가 높은 세대는 20대 남성이 아닌 70대 이상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20대 남성은 대체로 전체 응답자 보다 반민주적 행태에 대한 지지의 정도가 낮았다. 유일하게 높게 나온 문항은 상대 진영 법안을 막기 위한 폭력 사용 동의와 자신의 지지 정당 승리를 쉽게 하는 선거제도 도입 정도이며, 이조차도 전체 응답자의 동의율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20대 여성의 경우 6개 문항 중 2개 문항이 (오차범위를 고려하면) 20대 남성과 유사한 수준이었으며, 4개 문항의 경우 더 낮은 동의율을 보이긴 했으나, 그 차이가 다른 문항에 비해 적은 편이다.

〈br〉
20대 남성들은 자신을 극우로 생각하는 비율도, 반민주적 태도에 대한 지지도 낮은 편이었다. 오히려 극우는 70대 이상에서 두드러졌다. 이는 여러 조사에서 일관되게 보이는 결과다. 미국의 20대 남성 역시 진보적 정책에 대한 지지 성향을 보이고 있다.

분석을 통해 몇 개의 답을 찾았지만, 남는 질문이 더 많다. 페미니즘을 둘러싼 갈등에서 촉발됐다고 여겨지는 20대 남녀 이념적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양상은 앞으로 바뀔 수 있을까. 이번 〈시사IN〉·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주목하는 수치가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진영에서 남성은 대체로 환영받지 못한다’는 진술에 대해 20대 남성의 57%가 동의하고 있다. 정책 선호와 이념은 자기가 신뢰하는 정당과 정치인에 따라 형성된다는 정치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결국 20대 남성은 자신을 대변해준다고 믿는 정당과 정치인의 이념을 따라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20대 남성의 보수화라는 자연스러운 결과를 낳는다. 보수가 20대 여성의 신뢰를, 진보가 20대 남성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 한 이런 구도는 더욱 고착화될 것이다.

국승민 (미시간 주립대학 정치학과 교수)출처: 시사인, 2025.07.09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007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종교와 젠더연구소서울 중구 동호로24길 27-17 우리함께빌딩 3층Tel. 070-4193-9933Fax. 02-2278-1142

COPYRIGHT ⓒ 종교와젠더연구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