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획: 4. 10 국회의원 선거, 그 이후 2024년 국회의원 선거: 정부 심판, 그리고 정치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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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획: 4. 10 국회의원 선거, 그 이후 2024년 국회의원 선거: 정부 심판, 그리고 정치적 과제
본 글은 2024년 한국 국회의원 선거를 두 가지 측면에서 검토하였다. 하나는 한국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를 ‘정권심판’의 도구로 활용했음을 보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이론적 측면에서 민주주의 도구로 기능하는 선거의 4가지 유형론을 제시하였다. 또한 선거제도적 측면과 정당의 실질적인 캠페인 활동의 측면에서 한국 국회의원 선거의 초점은 주로 지역구 국회의원보다 정부라는 거시적 대상에 놓였다는 점과 정당이나 후보자 간 빈약한 정책경쟁으로 인해 유권자들의 관심이 과거 업적에 쏠리는 경향이 강하다는 특징을 설명하였다.
다른 하나는 ‘정권심판’의 선거를 고려할 때, 앞으로 정치권이 어떠한 과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소해 나가야 할지를 살펴보았다. 국내정치적으로는 윤석열 정부가 소통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극복해야 함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소통의 문제가 단순히 윤석열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국내정치의 다양한 특징을 신중히 검토하면서 대응해야 할 문제임을 제기하였다. 대외정책적으로는 정부와 여당이 이번 선거에서 대외정책을 소홀히 다루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거대 야당과 상당한 차이가 나는 대일정책이나 에너지 정책을 정쟁적으로 접근하기보다 공조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접근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024년 국회의원 선거: 정부 심판의 도구
2024년 국회의원 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161석과 더불어민주연합이라는 비례대표선거 위성정당을 통해 14석, 총 175석을 확보하였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장관직을 그만두고 선거를 이끌며 일으켰던 초기 국민의힘의 지지돌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90석, 비례대표 18석으로 총 108석을 획득하는 데 그치며 패배의 참혹함을 맛보았다. 또한 한국 사회 내 제3당이 설 자리는 여전히 넓지 않아 보인다. 개혁신당과 새로운 미래와 같이 창당과 분열의 문제를 겪은 사례는 물론, 녹색정의당, 진보당 등 새로운 사회적 대안 정당들까지 모두 참패에 가까운 결과를 얻었다. 개혁신당이 3석, 새로운 미래 1석, 진보당 1석을 얻었을 뿐이다. 그나마 비례대표 선거에만 집중한 조국혁신당만이 제3당으로서 일부 성과를 맛보았다. 46석의 비례의석 가운데 12석을 얻었다.
위와 같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은 관련 자료가 좀 더 축적되는 시점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다만, 여기서는 현재까지 일부 드러난 자료에 기초하여 이번 선거 결과가 한국 민주주의에 지닌 의미, 그리고 각 정당의 공약에 근거한 선거 이후에 대한 몇 가지 전망을 제시하고자 한다.
정치학 이론적으로 선거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하나의 도구(instrument)일 뿐 목적이 아니다. 특정 선거가 어떤 도구로 기능했는가는 두 가지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하나는 유권자가 선거를 ‘회고적(retrospective) 또는 전망적(prospective)’ 측면에서 평가했는가이다. 다른 하나는 ‘지역구 대표자 또는 현 정부 (대통령과 행정부)’ 가운데 누구를 주요 평가대상으로 삼았는가이다. <표 1>는 이와 같은 두 가지 이론적 기준을 중심으로 하나의 선거가 어떠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지에 관한 유형론을 제시하였다. 예를 들어, 유권자는 선거를 선거 이전 시점의 행태나 업적에 근거하여 현직 국회의원을 평가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현직 국회의원은 선거 이전까지 주도적으로 유권자의 정책적 선호를 파악하고, 대표할 임무를 맡은 신탁자(trustee)로 이해된다.
이에 반해 유권자는 선거를 현직 의원의 과거 업적보다 선거 이후 유권자의 선호를 잘 대변할 수 있는 대안을 선택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표 1>의 오른편 하단과 같이 유권자들은 선거를 통해 지역구 대리인(agent)을 뽑고자 한다. 유권자는 또한 선거를 지역구 대표자가 아닌 현 정부의 평가를 위한 장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유권자가 현 정부의 과거 행태나 업적을 중심으로 평가한다면 회고적 투표에 따른 현 정부 심판의 선거가 될 것이며, 미래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를 중심으로 평가한다면 전망적 투표에 따른 현 정부에 대한 권한 위임의 선거가 될 수 있다.
평가 시점 | |||
회고적 | 전망적 | ||
평가 대상 | 현 정부 | 정부 심판(accountability) | 정부 위임(mandates) |
지역구 대표자 | 신탁자(trustee)로서 대표자 | 대리인(agent)으로서 대표자 | |
<표 1> 정부 통제의 도구로서의 선거 출처: Powell (2000, 8) 그림 2 재구성 |
2024년 국회의원 선거는 위와 같은 선거유형 가운데 <표 1>의 왼편 위쪽 셀의 ‘정부심판’의 도구였다고 하겠다. 이러한 평가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그 타당성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제도적인 측면에서 한국 국회의원 선거는 진정한 지역구 대표를 뽑는 선거로 기능하는데 상당한 제약을 내포한다는 점이다. 우선 한국 국회의원 선거의 입후보자들은 유권자에게 자신을 홍보할 시간과 자원이 충분치 않다. 공직선거법은 한국 국회의원 선거 지역구 후보자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기간을 단 13일로 제한하고 있다. 후보자들은 대략 최소 13만 6천 명부터 최대 27만 4천 명의 지역구민을 짧은 선거운동 기간 내에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지역구 후보 공천이 선거운동 6일 전까지 완료되어야 하는 후보자 등록일 직전까지 이어진다는 사실로 인해 더욱 악화된다.
공천이 확정되기 전까지 공천여부에 신경써야하는 후보의 입장에서 자신을 유권자에게 홍보할 정책은 뒷전이 된다. 급조한 정책은 결국 지난 선거의 정책의 재탕이거나 정당의 정책을 빌려오는 수준에 그치기 일쑤다. 또한 TV 방송과 같은 홍보 범위가 넓은 매체를 이용하는 것도 자유롭지 않다. 각 지역구 주요 후보들의 정책 토론은 공직선거법 제82조의2 3항에 근거하여 구·시·군 선거토론위원회가 선거운동기간 중 공영방송사 또는 종합유선방송사를 통해 개최하는 1회 이상의 토론회 또는 연설회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254개 대부분의 지역구에서 2회 이상 개최되는 경우는 드물며, 토론회의 주된 주제도 때때로 여당과 야당의 전국적인 경쟁 사안이나 정치적 싸움으로 변질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역시 254개 지역구를 통해 총 348건의 토론회만이 개최되어 지역구 평균 1.37회에 그쳤다. 제도적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구 후보 중심보다는 짧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윤석열 정부 심판’, ‘이재명 심판’ 등과 같은 전국 수준의 경쟁 이슈에 초점을 맞춘 선거로 귀결되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둘째, 경험적인 차원에서 역시 한국 정당이나 후보들은 미래 정책을 두고 경쟁하기보다 현 정부의 과거 업적에 대한 평가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에서 주요 양당은 심판론 경쟁에 캠페인을 집중하였고, 군소 정당들도 이에 가세해 현 정부 심판에 대한 요구 이외에 특별한 차별성을 찾기 어려운 캠페인이 전개되었다. 사실 막말 파문, 편법적 대출, 전과 경력과 같은 지역구 개별 후보자의 자질에 대한 의문과 이슈가 상당수 제기되었으나 심판론 경쟁에 묻히고 선거의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번 선거가 지역구에 초점을 둔 정책경쟁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언론 기사 빅데이터를 분석한 후 제공하고 있는 공약이슈트리 정보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이에 따르면, 17개 광역자치시도 가운데 미래 지역발전 및 개발이 언론을 통해 가장 중요한 주제로 보도되었던 곳은 7개 광역자치시도 정도였으며, 나머지 광역자치시도의 언론보도는 과거의 사건, 사고나 행정 관련 거시적 사안을 부각하였다.
이와 같은 회고적 투표에 기반한 ‘정부심판’의 선거가 다른 유형의 선거에 비해 민주주의 발전에 저해가 되거나 더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선거가 ‘정부심판’의 선거였다는 사실은 오히려 이번 선거를 통해 현 정부가 그동안의 정책 및 국정운영 방식을 반성하고 새로운 변화를 선택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반면 미래 대안이 선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거 이후 정쟁의 가능성과 그에 따른 정치적 갈등의 심화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과제를 국내정치적 측면과 대외정치적 측면으로 나누어 더욱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국내 정치적 과제
이번 선거가 ‘정권심판’의 선거로 평가되면서 그 결과를 두고 벌써 윤석열 정부의 레임덕 가능성이 불거진다. 지난 2년 동안 180석의 거대 야당으로 인해 주요 공약의 이행은 물론 의료 개혁과 같은 국정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 정책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이 더 큰 난관을 맞으리라는 예측이다. 이번 선거를 대통령령이나 행정부의 정책 집행 권한에 의존했던 국정운영의 한계를 해소하려던 계기로 삼고자 한 정부 여당의 희망은 사라지고, 오히려 9차례의 거부권을 임시방편으로 삼았던 정부 여당의 행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심지어 대통령 탄핵도 약간의 여당 내 이탈표로 가능할 수 있다는 과감한 위협까지 제기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2년을 평가한 도구’로서 2022년 국회의원 선거가 곧바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반대와 야당에 대한 ‘미래 정치의 위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권심판’의 선거는 정부의 과거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을 의미할 뿐, 미래 정책적 방향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번 선거는 미래 정책을 두고 경쟁한 선거가 아니었다. 선거결과 역시 유권자들이 야당의 정책을 지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증명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 71석의 차이가 났던 지역구 선거는 의석율과 지지율 간 괴리가 심하다. 지지율로 볼 때,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비해 겨우 4% 남짓의 지지를 더 받았을 뿐이다. 다수결 선거제라는 제도의 기계적 특성이 아니었다면 지지율 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비례대표선거의 지지율 역시 유권자들이 더불어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었다.
지역구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전국적으로 50.5% 득표했지만 더불어민주연합이라는 위성정당을 활용한 비례대표선거에서는 단지 26.7%를 득표했을 뿐이다. 두 선거 간 24%에 가까운 득표율의 차이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상당수의 유권자가 비례대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지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와 같이 하나의 선거 결과가 ‘정권심판’과 ‘미래 정치의 위임’의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지 않는다는 점을 정확히 인식한다면, 이번 선거를 두고 현재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지난 2년 동안 윤석열 정부가 어떤 점에서 실패하였고, 그러한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방향과 가능성이라고 하겠다. 다만 여기서 지면 관계상 지난 2년간 국정운영 전반을 검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아래서는 국내정치적 측면과 대외정책적 측면 각각에서 대표적인 국정운영 사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제한하도록 하겠다.
국내 정치적으로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친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국정운영 실패의 사례는 불통의 정치와 물가 상승에 따른 민생고에 대한 대응의 실패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물가 상승의 수준이 현 정부의 기존 지지자 대다수가 정부 지지를 철회할 수준으로 불만도가 높은지를 명확히 판단한 자료가 없지만, 선거 전 ‘대파 한 단에 875원은 합리적’이라는 대통령의 발언과 같이 민생고에 대한 낮은 이해와 등락하는 생활물가에 대하여 정부의 비능률적 대처가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할 것 같다.
또한 지난 2년 동안 야당 대표와 단 한 차례의 영수 회담을 진행한 적이 없다는 윤석열 정부의 불통은 그 나름의 원칙과 이유와는 별개로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리더의 이미지를 축적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통령의 이미지가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확대 재생산되었을 것으로 간주되는 몇 차례의 사건 역시 이번 선거 결과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중략)
출처: 2024년 4월 17일 | 아시아 브리프 4권 13호 (2024년 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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