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도 남성이 여성의 2배… 여성 빠진 ‘연금개혁’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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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4-05-10 10:58 조회729회 댓글0건본문
국민연금도 남성이 여성의 2배… 여성 빠진 ‘연금개혁’ 안 돼
17년 만의 연금개혁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여야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받는 급여) 2%포인트(p)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국민연금 개혁안 마련에 실패했다.
지난 2년간 특위를 구성하고 공론화 조사까지 거쳤지만 22대 국회에서 다시 원점부터 재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 국민의 노후보장이라는 연금개혁 취지에 맞게 성별 연금격차와 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 마련을 위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노후 빈곤이 곧 여성 문제인 현실을 반영해 크레딧 신설 등을 통한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은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견이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며 “연금특위는 사실상 21대 활동을 종료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협상에서 여야는 시민대표단 지지를 받은 ‘더 내고 더 받기’(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까지 높이는 방안) 소득보장안을 반영해 각각 절충안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보험료 13%-소득대체율 43%’를, 더불어민주당은 ‘보험료 13%-대체율 45%’를 제안했다.
양당은 보험료를 9%에서 13%로 올리는 데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 2%p 차이는 결국 좁히지 못했다. 다만, 복지부는 21대 국회 임기(5월 29일)까지 연금 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대, 애 안낳아 소득보장론 선택?
21개월에 걸친 연금특위 활동은 지난하고 험난했다. 갈수록 가입자는 줄어드는데 연금을 받는 인구는 늘면서 재원을 충당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보험료율(내는 보험료)과 소득대체율(받는 급여)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은 여야는 물론 전문가 간 의견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지난 2022년 7월 출범한 연금특위는 1년간 위원회 구성에 힘을 다 빼고, 지난 1월에야 산하에 공론화위원회를 꾸렸다.
노동자, 사용자, 여성, 농민, 소상공인, 청년, 노인으로 구성된 36인의 의제숙의단이 지난 4월 8일부터 10일까지 2박3일간 7개 의제에 머리를 맞대 연금개혁안을 구체화했다. ‘보험료율 9%→13%, 소득대체율 40%→50%’의 소득보장론(1안)과 ‘보험료율 9%→112%, 소득대체율 40% 유지’의 재정안정론(2안) 등 두 선택지를 놓고 시민대표단 500명이 4차례 공개 토론을 벌이고 최종 설문조사가 이뤄졌다. 결론은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론이었다. 시민대표단 56%가 선택했다.
20대(18~29세)의 53.2%가 ‘더 내고 더 받는’ 1안을 골랐다.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 현행대로 유지하는 2안은 44.9%가 선택했다. 40대(66.5%)와 50대(66.6%)도 소득보장론 지지가 우세했다.
특히 20대에선 성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전체 연령대에선 남성(59.4% 대 38.3%)이 여성(52.6% 대 47%)보다 소득보장에 대한 지지가 높았으나 20대는 정반대였다. 20대 여성은 소득보장 지지가 훨씬 높은(69% 대 31%) 반면, 20대 남성은 재정안정을 지지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39.3% 대 57.2%).
20대는 재정안정론을 지지할 것이라는 전문가 예상은 뒤집혔다. 재정안정론자들은 소득보장론으로 가면 미래세대가 보험료 부담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자 일부 언론은 “20대는 자녀를 낳지 않아서”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학습자료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일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지난달 23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공론화 결과, 연금개혁에 대한 연금행동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 국가지급 명문화와 소득대체율 50%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공론화위 의제숙의단에서 활동한 20대 여성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학생 신지윤(23)씨는 일부 언론 보도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제도를 지속하면 2055년에 기금이 고갈되고, 1·2안 어느 것을 선택해도 기금 고갈 시점은 제가 연금을 수령하게 되는 2061년과 2062년으로 조금 늦춰질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면서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연금제도의 필요성도 알게 됐다. 보장성과 지속가능성이 대립할 사안도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기금 고갈 공포’ 조장이나 세대 갈라치기보다는 연금개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언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학생 김민정(23)씨는 “모두의 노후를 위해 지금은 청년 세대를 설득하고 세대 간 연대의 필요성을 알려야 상황에서 오히려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위 친구들에게 국민연금에 대해 물으면 ‘어차피 우린 못 받는 돈 아냐’, ‘곧 고갈된다는데’라는 답변이 돌아온다”며 “연금제도에 대한 편견을 바꾸기 위해서는 언론이 국민연금의 필요성과 연금개혁의 방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공론장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금 사각지대를 보완할 방안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신씨는 “2박3일 동안 연금개혁 의제 7가지에 대해 아침부터 밤까지 토론해야 했고, 정해진 일정도 지연되기 일쑤였다”며 3번 의제인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 등 다른 의제를 논의하기에 시간이 촉박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시민대표단은 자녀를 낳으면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출산크레디트 확대’, 군복무를 가입 기간으로 인정해주는 ‘군복무 크레디트 확대’ 등 사각지대 해소에 대해 높은 지지를 보였다. 다만, 실업크레딧 강화나 돌봄크레디트 도입 등 여성 연금권 보장을 위한 방안에는 공감율이 떨어졌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20대 여성들이 공론화 과정에 참여해 연금에 대해 학습하며 연금의 사회 연대적 측면에 좀 더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실제로 공론화 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들의 낮은 연금 급여액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출산크레디트를 첫째 자녀부터 적용하는 방안과 크레디트 재원 전액 국고 전환에도 찬성하는 의견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수령액 여성 39만원·남성 76만원
실제로 소득이 있는 18세 이상 국민 누구나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지만 노령연금(노후에 받는 일반적인 국민연금)을 받는 여성은 38.3%에 그친다. 남성이 여성보다 1.6배 많다.
수령액을 비교하면 성별 격차는 더 벌어진다. 노령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여성 39만845원, 남성 75만6천898원으로 2배 차이가 난다(국민연금공단 2023년 11월 기준).
국민연금에서 ‘성별 연금격차(gender pension gap)’는 해결해야 할 주요 정책과제로 꼽힌다. 여성은 남성보다 국민연금 수급자 자체가 적다. 2022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수급자 중 남성은 239만5천여명, 여성은 181만9천여명이다.
반면 본인 명의의 연금이 아니라 배우자가 사망하면 받는 유족연금은 여성(84만9473명)이 남성(8만4164명)보다 10배나 많다. 출산과 육아로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이 많은 상황에서 20년 이상 연금을 가입하는 비율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관리하는 ‘성별 연금 격차’ 지표조차 없다.
이다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빈곤·불평등연구실 연금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성별 연금 격차의 현황과 시사점’을 통해 성별 연극 격차를 사회정책의 주요 지표로 설정해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주로 국민연금 남녀 가입률과 수급률을 통해 연금제도 나타나는 남녀 격차를 포착하고 있으나, 실제로 얼마만큼 급여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지를 지표로서 상세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개별적 수급권 확보 및 가입 기간 확대를 위한 정책적 노력 △여성의 경력단절이 국민연금 가입 단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크레디트 확대 △최소 가입 기간 단축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도 최근 발간한 ‘미래사회 성평등 정책의 도전과제: 초고령·4차 혁명 사회의 여성 노후소득 보장’ 보고서에서 성평등 관점에서의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구진은 “성별 연금격차와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불리한 지위, 가족구성 방식의 변화 등이 다양한 세대의 여성과 남성의 노후소득 보장에 다르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가 이뤄져야 한다”며 “출산크레디트뿐만 아니라 돌봄크레디트를 도입해 돌봄을 주류화하고, 1인 1연금을 공식적으로 제도화해 여성의 무연금·저연금 위험을 해소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여성신문(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7903) 이하나기자20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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