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모이고 지치더라도 여성의 목소리 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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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3-04-10 20:15 조회1,117회 댓글0건본문
"자주 모이고 지치더라도 여성의 목소리 내야죠"
의정부교구 시노드, 여성 경청모임을 듣다
한국 교회가 지난해 10월부터 세계 주교시노드를 준비하는 가운데, 각 교구에서는 본당, 단체, 사목 분야별 의견을 모으는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의정부교구는 교회 구성원뿐 아니라 시민사회계의 이야기 등 교회와 지역사회의 의견을 적극 듣고 있다.
2023년 10월에 열릴 세계 주교시노드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규모 공동체와 본당에서 시작되는 상향식 진행”을 강조하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하며, 하느님 사람들의 지혜를 모으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이런 당부뿐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존 교회 흐름에서 인사와 조직 개편 등을 통해 실질적 혁신을 꾀해 왔다. 일례로 지난해 2월 교황은 나탈리 베카르 수녀를 세계 주교시노드 사무국장에 임명했고, 이로써 주교시노드에서 투표권을 가진 첫 여성이 탄생했다.
이에 대해 세계 주교시노드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치 추기경은 언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성이 교회 안의 식별과 의사결정 과정에 더 많이 관여되어야 할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으며, 근래의 여러 시노드에서는, 투표권이 없는 전문가나 옵서버로서 참여하는 여성 숫자가 늘어 왔다"고 말했다.
교황청으로부터 이러한 변화가 시작되는 가운데, 한국 교회는 ‘여성’의 소리를 어떻게 듣고 있으며, 이번 시노드 준비 과정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어떻게 반영되고 있을까. 또 교회 안에서 살고 있는 여성들은 시노드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할까.
4월 30일 의정부교구 마두동 성당에서는 의정부교구 시노드 ‘경청모임’의 하나로 ‘여성 경청모임’이 진행됐다. 의정부교구 경동현 씨(기획분과장, 교구 시노달리타스팀)의 제안으로 마련된 이 자리에는 신학을 공부하는 여성, 본당 활동가(봉사자), 전 교구 임원 등 다양한 자리에서 살아가는 여성 구성원과 3명의 남성, 모두 8명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나눴던 생생한 이야기들을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도 중의 사도”라 불린 마리아 막달레나 기념일을 2016년 축일로 승격시켰다. 이를 계기로 예수를 마지막까지 지켰으며 부활의 첫 증인인 마리아 막달레나의 사도성을 이야기하고, 여성사목의 길을 찾자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고정된 성 역할 관념
교회 내 활동 자격, 범주는 교구마다 달라
이른바 ‘정상 가정’, 안정된 중산층이 아니면 불편한 교회
이날 여성들은 본당에서의 성 역할, 전례 참여 자격 등을 여전히 전근대적으로 인식하는 여러 사례와 경험을 나눴다. 또 마땅히 동참해야 할 부분에서는 여성을 당연히 배제하지만, 낙태 문제 등 인간 또는 남녀 모두가 관련된 사안에서는 여성만의 문제로 보는 태도 등도 지적했다.
“본당 자모회라는 명칭을 학부모회로 바꿔야 한다. 2022년 현재, 모든 초중고등학교는 학부모회가 있지만, 유독 가톨릭교회만 자모회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가톨릭은 여전히 아이를 기르는 건 남자가 아니라 여자의 몫이라고 명칭에서부터 규정하고 있다.”
“성체 분배도 의정부교구는 여성이 가능하지만, 서울대교구는 남성 신자 또는 여성 수도자까지만 가능하다. 성에 따라 특정 역할을 금지하는 문화가 교회에서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다.”
“역할을 맡는 데 남녀 구분도 문제지만, 핵심은 어떤 사람이 소외되고 있는지를 인지하고 바라봐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당 모임은 주로 부모와 자녀가 있는 이른바 ‘정상’ 가정이 모이는데, 자녀가 없는 가정이나 이혼한 사람은 성당 모임 어디에서도 어울리기 힘든 분위기다.”
“성당 청소 봉사를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청소해 주신 분들이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몇 년간 청소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여성들만 청소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몇 년이 흘러 남성들이 대성전 청소를 하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여성 봉사자들이 목소리를 계속 냈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였다.”
이야기는 비단 개인적으로 남성, 여성으로서만 겪는 불평등과 불합리에만 머물지 않았다. 교회가 바라보는 ‘가정상’이 부모, 아이들이 함께하는 것을 ‘정상 가정’이라고 보는 시각은 그 범주에 들지 않은 이들이 교회 안에 머무르기 힘들게 만든다.
“교회에서 좋아하는 가정은 소위 정상 가족이며 한 주거 지역에 안정적으로 거주하는 가족이다. 그렇지 못하면 지역 성당에 어울리기 어렵다. 1인 가구, 다양해지는 가족관계로 살아가는 이들은 교회 안에 존재하기 힘들다. 가톨릭교회가 경제적으로 안정된 중산층, 일반적 가정을 이루는 사람들만이 다닐 수 있는 종교로 인식되는 이유다.”
여성의 자리, 역할, 존재는 역사적으로 계속 바뀌어
교리 밖의 목소리를 직접 들은 적 있는가
여성임에도 ‘여성 사제’ 이슈가 불편한 이유
해법은 당연한 ‘상식’을 뒤집어 보는 것
이들은 교회가 적극 개입하고 입장을 드러내는 이슈들을 여성으로서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야기했다. 대표적으로 ‘낙태죄 폐지 반대 운동’에 대해서, 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그 방법과 태도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교회의) 낙태 반대 운동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생명 존중에 대해 반대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교회의 낙태 반대 운동이 교회 내에서조차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가? 우리 교회가 여성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낙태 반대 운동에서 ‘함께 걸어가는 교회’라는 시노달리타스 정신이 살아 있는지 묻는 것이다.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교회가 돼야 한고 생각하는데, 낙태 반대에 ‘한목소리’를 내는 게 오히려 두렵다. 교회는 용기가 없어 말하지 못하는 이들의 목소리까지 듣고 있는가, 다른 목소리를 들을 자세가 있는가 묻고 싶다.”
“한 프로그램에서 가톨릭, 유대교, 이슬람교의 여성 문제를 다룬 적이 있다. 여성은 뒷문을 사용해야 하고 울타리가 쳐진 곳에서만 예배를 볼 수 있는 이슬람교, 여성이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지 못하게 해서 여성들의 시위로 2016년부터 기도가 허용된 유대교 다음으로 가톨릭의 여성 사제 문제가 나왔다. 그 순간 내 속에서 ‘여성 사제 문제를 꼭 건드려야 하나?’ 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그런데 교회 밖에서 보면 여성 사제가 없는 것은 정말 문제적인데, 왜 나는 불편한가. 그건 교회 체제에 내가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었다.”
“어느 신부님에게 ‘여성 사제가 가능할까요?’ 질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신부님이 ‘가능성을 따지는 건 사업가들의 시각이다. 신앙인은 가능성을 따지는 게 아니라 옳은 일인지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걸 잊을 수가 없다. 여성 사제에 관해 가능성보다 옳은 일인지를 성찰해 본다면 교회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답은 나와 있다고 본다.”
“낙태 또는 임신중단의 가장 중요한 점은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도 그 핵심에 있다는 것이다. 임신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하는 건데, 항상 남성은 사라지고 여성만 남아 책임지고, 심지어 낙태에 대해서도 아이를 살리냐 죽이냐 결정권을 모두 여성의 문제로만 귀결시키고 있다. 출산과 양육도 마찬가지다. 교회는 낙태 문제를 여성으로만 몰아가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인간 전체의 문제로, 사회적인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아우를 수 있는 게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으로 생각의 틀을 깰 수 있고, 또 상황의 맥락을 제대로 알아야 낙태 경험자도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이들은 여성에 대한 전통적 태도, 인간 존중에 완전히 가닿지 못하는 교회의 문화가 결국 여성뿐 아니라 다른 소수자도 소외시키기 쉬우며 결국 이것은 ‘교육’의 문제라고 짚었다.
“한국 천주교 내부에서 여성 시각으로 신앙을 성찰하고 교회를 바라보고 성서를 해석하는 책이 없다. 그나마 개신교 쪽은 여성 신학자의 여성신학 책과 유튜브 강의 영상 등이 있는데, 천주교의 여성신학 책은 몇 권 되지도 않지만 전부 절판으로 구하기도 어렵다. 결론적으로 한국 천주교의 여성관은 현실의 여성을 보지 못하고 ‘성화 속 성령으로 잉태하신 성모 마리아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일 교회의 ‘가톨릭 시민교육’은 신자들이 시민으로서 자신과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하고, 교회를 공론의 장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다. 본당과 지역이 함께하는 가톨릭 성인교육의 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전시회 모습. (사진 자료 = 독일 성인교육연맹 페이스북)
그렇다면 변화는 어떻게?
계속 말하고, 경험하고, 또 말하기
좋은 신자는 곧 좋은 시민이도록
참가자들은 교회의 중심, 최전선에 있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자신이 책임과 신앙, 애정을 가지고 살아가며, 활동하고 있는 교회에 대해 말하면서도 “회의적”이라고 아프게 말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방법, 불편함을 변화시킨 방법은 역시 “말하기”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교회는 쉽게 바뀔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결국 답은 조그맣게 조그맣게 이런 자리를 자꾸 만들어 가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게 필요하다. 사람은 체험이 있어야 바뀐다.”
“본당 안에서 여성 봉사자들이 점점 줄고 있다. 그러나 여성 봉사자들의 봉사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총구역장님께 계속 말씀드렸다. 행사를 위한 인력 동원을 늘 여성으로 생각한다. 행사를 할 때 남성이 무엇을 하겠으니 여성이 무엇을 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고 무조건 여성들에게 봉사를 요구한다. 그런 것들이 조금이라도 바뀌었다면 힘들지만 계속 말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연령대 여성들과 이야기하면 관통하는 정서는 비슷하다. 오늘 같은 경청 자리가 많았으면 한다. 이런 기회들이 젊은 친구들에게 알려져 그들이 이런 자리에 많이 나오면 좋겠다. 젊은이들 중에 페미니즘과 신앙이 충돌해서 성당에 못 나오는 이들이 많다.”
“언어와 문화에서 가부장적 냄새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 자모회를 학부모회로 바꾸고, 교황을 교종으로 부르는 것이 중요하다. 본당에서 가부장제 문화를 성찰하고 일을 성별에 따라 구분하는 걸 없애는 것, 교회가 보지 못하고 놓치는 것들을 계속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소수의 목소리를 묻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수렴되고 반영되는 채널이 살아 있어야 한다. 여성 문제뿐 아니라 성소수자, 장애인 문제도 마찬가지다. 교구 정평위 활동이 일상이 되려면 복음적 가치로 일상을 돌아보며 작은 자의 목소리, 즉 여성의 목소리, 교구 안에서 수용되지 못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예비 신자가 받는 교리로 신자 교육이 모두 끝났다고 보면 안 된다. 좋은 신자는 사회에서도 좋은 시민이어야 한다고 신자 교육의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특히 의정부교구는 교회 구성원뿐 아니라 시민사회계의 이야기 등 교회와 지역사회의 의견을 적극 듣고 있다.
2023년 10월에 열릴 세계 주교시노드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규모 공동체와 본당에서 시작되는 상향식 진행”을 강조하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하며, 하느님 사람들의 지혜를 모으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이런 당부뿐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존 교회 흐름에서 인사와 조직 개편 등을 통해 실질적 혁신을 꾀해 왔다. 일례로 지난해 2월 교황은 나탈리 베카르 수녀를 세계 주교시노드 사무국장에 임명했고, 이로써 주교시노드에서 투표권을 가진 첫 여성이 탄생했다.
이에 대해 세계 주교시노드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치 추기경은 언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성이 교회 안의 식별과 의사결정 과정에 더 많이 관여되어야 할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으며, 근래의 여러 시노드에서는, 투표권이 없는 전문가나 옵서버로서 참여하는 여성 숫자가 늘어 왔다"고 말했다.
교황청으로부터 이러한 변화가 시작되는 가운데, 한국 교회는 ‘여성’의 소리를 어떻게 듣고 있으며, 이번 시노드 준비 과정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어떻게 반영되고 있을까. 또 교회 안에서 살고 있는 여성들은 시노드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할까.
4월 30일 의정부교구 마두동 성당에서는 의정부교구 시노드 ‘경청모임’의 하나로 ‘여성 경청모임’이 진행됐다. 의정부교구 경동현 씨(기획분과장, 교구 시노달리타스팀)의 제안으로 마련된 이 자리에는 신학을 공부하는 여성, 본당 활동가(봉사자), 전 교구 임원 등 다양한 자리에서 살아가는 여성 구성원과 3명의 남성, 모두 8명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나눴던 생생한 이야기들을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도 중의 사도”라 불린 마리아 막달레나 기념일을 2016년 축일로 승격시켰다. 이를 계기로 예수를 마지막까지 지켰으며 부활의 첫 증인인 마리아 막달레나의 사도성을 이야기하고, 여성사목의 길을 찾자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고정된 성 역할 관념
교회 내 활동 자격, 범주는 교구마다 달라
이른바 ‘정상 가정’, 안정된 중산층이 아니면 불편한 교회
이날 여성들은 본당에서의 성 역할, 전례 참여 자격 등을 여전히 전근대적으로 인식하는 여러 사례와 경험을 나눴다. 또 마땅히 동참해야 할 부분에서는 여성을 당연히 배제하지만, 낙태 문제 등 인간 또는 남녀 모두가 관련된 사안에서는 여성만의 문제로 보는 태도 등도 지적했다.
“본당 자모회라는 명칭을 학부모회로 바꿔야 한다. 2022년 현재, 모든 초중고등학교는 학부모회가 있지만, 유독 가톨릭교회만 자모회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가톨릭은 여전히 아이를 기르는 건 남자가 아니라 여자의 몫이라고 명칭에서부터 규정하고 있다.”
“성체 분배도 의정부교구는 여성이 가능하지만, 서울대교구는 남성 신자 또는 여성 수도자까지만 가능하다. 성에 따라 특정 역할을 금지하는 문화가 교회에서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다.”
“역할을 맡는 데 남녀 구분도 문제지만, 핵심은 어떤 사람이 소외되고 있는지를 인지하고 바라봐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당 모임은 주로 부모와 자녀가 있는 이른바 ‘정상’ 가정이 모이는데, 자녀가 없는 가정이나 이혼한 사람은 성당 모임 어디에서도 어울리기 힘든 분위기다.”
“성당 청소 봉사를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청소해 주신 분들이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몇 년간 청소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여성들만 청소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몇 년이 흘러 남성들이 대성전 청소를 하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여성 봉사자들이 목소리를 계속 냈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였다.”
이야기는 비단 개인적으로 남성, 여성으로서만 겪는 불평등과 불합리에만 머물지 않았다. 교회가 바라보는 ‘가정상’이 부모, 아이들이 함께하는 것을 ‘정상 가정’이라고 보는 시각은 그 범주에 들지 않은 이들이 교회 안에 머무르기 힘들게 만든다.
“교회에서 좋아하는 가정은 소위 정상 가족이며 한 주거 지역에 안정적으로 거주하는 가족이다. 그렇지 못하면 지역 성당에 어울리기 어렵다. 1인 가구, 다양해지는 가족관계로 살아가는 이들은 교회 안에 존재하기 힘들다. 가톨릭교회가 경제적으로 안정된 중산층, 일반적 가정을 이루는 사람들만이 다닐 수 있는 종교로 인식되는 이유다.”
여성의 자리, 역할, 존재는 역사적으로 계속 바뀌어
교리 밖의 목소리를 직접 들은 적 있는가
여성임에도 ‘여성 사제’ 이슈가 불편한 이유
해법은 당연한 ‘상식’을 뒤집어 보는 것
이들은 교회가 적극 개입하고 입장을 드러내는 이슈들을 여성으로서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야기했다. 대표적으로 ‘낙태죄 폐지 반대 운동’에 대해서, 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그 방법과 태도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교회의) 낙태 반대 운동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생명 존중에 대해 반대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교회의 낙태 반대 운동이 교회 내에서조차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가? 우리 교회가 여성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낙태 반대 운동에서 ‘함께 걸어가는 교회’라는 시노달리타스 정신이 살아 있는지 묻는 것이다.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교회가 돼야 한고 생각하는데, 낙태 반대에 ‘한목소리’를 내는 게 오히려 두렵다. 교회는 용기가 없어 말하지 못하는 이들의 목소리까지 듣고 있는가, 다른 목소리를 들을 자세가 있는가 묻고 싶다.”
“한 프로그램에서 가톨릭, 유대교, 이슬람교의 여성 문제를 다룬 적이 있다. 여성은 뒷문을 사용해야 하고 울타리가 쳐진 곳에서만 예배를 볼 수 있는 이슬람교, 여성이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지 못하게 해서 여성들의 시위로 2016년부터 기도가 허용된 유대교 다음으로 가톨릭의 여성 사제 문제가 나왔다. 그 순간 내 속에서 ‘여성 사제 문제를 꼭 건드려야 하나?’ 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그런데 교회 밖에서 보면 여성 사제가 없는 것은 정말 문제적인데, 왜 나는 불편한가. 그건 교회 체제에 내가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었다.”
“어느 신부님에게 ‘여성 사제가 가능할까요?’ 질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신부님이 ‘가능성을 따지는 건 사업가들의 시각이다. 신앙인은 가능성을 따지는 게 아니라 옳은 일인지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걸 잊을 수가 없다. 여성 사제에 관해 가능성보다 옳은 일인지를 성찰해 본다면 교회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답은 나와 있다고 본다.”
“낙태 또는 임신중단의 가장 중요한 점은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도 그 핵심에 있다는 것이다. 임신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하는 건데, 항상 남성은 사라지고 여성만 남아 책임지고, 심지어 낙태에 대해서도 아이를 살리냐 죽이냐 결정권을 모두 여성의 문제로만 귀결시키고 있다. 출산과 양육도 마찬가지다. 교회는 낙태 문제를 여성으로만 몰아가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인간 전체의 문제로, 사회적인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아우를 수 있는 게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으로 생각의 틀을 깰 수 있고, 또 상황의 맥락을 제대로 알아야 낙태 경험자도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이들은 여성에 대한 전통적 태도, 인간 존중에 완전히 가닿지 못하는 교회의 문화가 결국 여성뿐 아니라 다른 소수자도 소외시키기 쉬우며 결국 이것은 ‘교육’의 문제라고 짚었다.
“한국 천주교 내부에서 여성 시각으로 신앙을 성찰하고 교회를 바라보고 성서를 해석하는 책이 없다. 그나마 개신교 쪽은 여성 신학자의 여성신학 책과 유튜브 강의 영상 등이 있는데, 천주교의 여성신학 책은 몇 권 되지도 않지만 전부 절판으로 구하기도 어렵다. 결론적으로 한국 천주교의 여성관은 현실의 여성을 보지 못하고 ‘성화 속 성령으로 잉태하신 성모 마리아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일 교회의 ‘가톨릭 시민교육’은 신자들이 시민으로서 자신과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하고, 교회를 공론의 장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다. 본당과 지역이 함께하는 가톨릭 성인교육의 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전시회 모습. (사진 자료 = 독일 성인교육연맹 페이스북)
그렇다면 변화는 어떻게?
계속 말하고, 경험하고, 또 말하기
좋은 신자는 곧 좋은 시민이도록
참가자들은 교회의 중심, 최전선에 있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자신이 책임과 신앙, 애정을 가지고 살아가며, 활동하고 있는 교회에 대해 말하면서도 “회의적”이라고 아프게 말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방법, 불편함을 변화시킨 방법은 역시 “말하기”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교회는 쉽게 바뀔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결국 답은 조그맣게 조그맣게 이런 자리를 자꾸 만들어 가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게 필요하다. 사람은 체험이 있어야 바뀐다.”
“본당 안에서 여성 봉사자들이 점점 줄고 있다. 그러나 여성 봉사자들의 봉사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총구역장님께 계속 말씀드렸다. 행사를 위한 인력 동원을 늘 여성으로 생각한다. 행사를 할 때 남성이 무엇을 하겠으니 여성이 무엇을 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고 무조건 여성들에게 봉사를 요구한다. 그런 것들이 조금이라도 바뀌었다면 힘들지만 계속 말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연령대 여성들과 이야기하면 관통하는 정서는 비슷하다. 오늘 같은 경청 자리가 많았으면 한다. 이런 기회들이 젊은 친구들에게 알려져 그들이 이런 자리에 많이 나오면 좋겠다. 젊은이들 중에 페미니즘과 신앙이 충돌해서 성당에 못 나오는 이들이 많다.”
“언어와 문화에서 가부장적 냄새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 자모회를 학부모회로 바꾸고, 교황을 교종으로 부르는 것이 중요하다. 본당에서 가부장제 문화를 성찰하고 일을 성별에 따라 구분하는 걸 없애는 것, 교회가 보지 못하고 놓치는 것들을 계속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소수의 목소리를 묻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수렴되고 반영되는 채널이 살아 있어야 한다. 여성 문제뿐 아니라 성소수자, 장애인 문제도 마찬가지다. 교구 정평위 활동이 일상이 되려면 복음적 가치로 일상을 돌아보며 작은 자의 목소리, 즉 여성의 목소리, 교구 안에서 수용되지 못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예비 신자가 받는 교리로 신자 교육이 모두 끝났다고 보면 안 된다. 좋은 신자는 사회에서도 좋은 시민이어야 한다고 신자 교육의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성당에 소외된 이웃을 먼저 챙길 수 있는 단체, 직책이 필요하다. 여성 사제가 어렵다면 여성 부제라도 꼭 필요하다. 여성 구역장들은 너무 지쳐 있다.”
“교회의 역사를 보면 교회는 스스로 바뀐 적이 없다. 바뀔 수밖에 없었을 때 교회는 바뀌어 왔다. 이천 년 전 교회는 잘못된 사회의 대안으로 출발했는데, 이 시대 교회는 사회를 향해 대안으로 무엇을 주어야 할까.”
출처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www.catholicnews.co.kr) 202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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