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교문화연구소] 11월 19일 하반기 정기 심포지엄 '괴물의 종교문화'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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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교와젠더연구소 작성일22-11-11 10:07 조회1,247회 댓글0건본문
◎ 온라인(Zoom)개최
https://us02web.zoom.us/j/86292057193?pwd=enVKelVhMHBTczVqajVtall4bHJVUT09
회의 ID: 862 9205 7193
암호: 72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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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괴물과 신: 상상의 인지적 제약에 관한 소고
괴물은 실재 여부와 무관하게 일상적 경험과 직관에 잘 부합하지 않는 존재로 표상된다. 괴물의 표상은 횡문화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즉, 괴물은 다양하게 상상되지만 괴물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중 어떤 이야기들은 종종 하나의 사회를 넘어 널리 그리고 지속적으로 큰 인기를 끌기도 한다. 지금까지 여러 학자들이 괴물 개념의 역사를 서술하거나 괴물 이야기의 사회적, 정치적, 철학적 의미를 탐구해왔지만, 괴물 상상의 인지적 제약과 그 종교문화적 함의에 관해서는 아직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본 발표는 신 표상에 대한 인지종교학의 연구 성과에 착안해 이 문제에 접근한다. 잘 알려진 몇 가지 기존의 실험연구와 이론적 가설을 검토해볼 때, 괴물이나 신의 표상이 동물이나 사람에 대한 상상의 인지적 제약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상상의 동물이나 사람이 괴물이나 신으로 여겨지기 위한 요인을 정교하게 설명하려면 불쾌감, 도덕성, 경외심 등을 고려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2. 현대 한국무속의 비인간 행위자 길들이기
‘괴물’의 출현은 인간의 삶과 질서를 유지하는 분류체계와 그 근저를 이루는 인식론적 세계관의 균열을 표면화한다. 이렇게 이미지화한 ‘괴물’은 동일성 내의 타자성이 인격화된 것이거나, 구축된 사물의 질서 내에서 ‘의미화된’ 비정상적 특징들일 수도 있다. 다양한 문제들이 ‘의미화된’ 기호가 됨으로써 행위자들의 성찰과 담론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동시에 사회적 실재로서의 존재론적 지위를 부여받는다. 물론, 현존하는 사물의 질서 내 균열은 일종의 고통이나 혐오를 조장할 수도 있으며, 기성 분류체계(classificatory system) 혹은 기호 이데올로기(semiotic ideology)의 작용을 통해서 특정한 사회문화적 영역에 재배치될 수도 있고 소거될 수도 있다.
본 발표에서는 한국무속 내에서 무당 자신을 비롯한 고객의 ‘문제’를 정의하는 문제틀을 형성하는 기호로써, 이른바 ‘쳐내야 할’ 비인간 행위자들을 다룬다. 특정한 문제상황에 봉착하여 이 문제를 설명할 때 작동하는 기호로서의 ‘살’이나 ‘잡귀 잡신’은 세대와 성별에 따라 다르게 의미화되고 작용한다. 따라서 ‘괴물’로 대표되는 문제상황 및 이와 관련된 특정 집단의 문화적·종교적 기호는 서로 다른 존재론적·윤리적 수반물을 동반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발표자는 ‘살’과 ‘잡귀 잡신’ 중 일부 비인간 행위자들이 상이한 경력을 가진 무당의 무업에서 어떻게 기호 작용을 하고 있는지 비교 검토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 발표는 현대 한국 사회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정체성의 무당 및 무속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3. 좀비의 기원과 변형: 한국 대중문화에서의 재현 및 인종주의에 대한 재고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종교문화 연구자들은 대체로 좀비, 즉 죽음에 이른 후 되살아나 산 사람을 해하는 초자연적인 존재의 기원을 서아프리카 요루바 지역 및 콩고 인근에서 기원한 것으로 본다. 본디 좀비는 특정 인물을 지정해 탈바꿈시키는 주술의 결과였으나, 20세기 영미 대중문화에서 바이러스성 전염의 요소가 가미되었다. 이 글은 먼저 좀비의 기원 및 연구사를 간략히 소개한 후, 한국 대중문화에서의 좀비 재현 사례들을 <킹덤 (2020-) >, <지금 우리 학교는 (2021 -)>, <부산행(2016)>, <창궐 (2018)>, <기묘한 가족 (2019)>, <#살아있다 (2020)> 등을 통해 분석한다. 이 때 좀비로 표상되는 종교문화 재현이 인종 및 젠더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 중점을 둔다.
4. 일본의 요괴와 재해
현대 일본문화를 이야기할 때 ‘요괴(妖怪, 요카이)’라는 용어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 들어온 애니메이션과 게임이 큰 인기를 얻게 됨에 따라 ‘요괴’라는 소재가 일본문화를 읽는 키워드로 부각되었고 학자들도 ‘요괴’ 통해 일본문화와 일본인의 심성을 읽으려는 다양한 분석을 시도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요괴’를 통한 일본 문화읽기의 시도 속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은 제대로 던져지지 못했다. 바로 ‘요괴란 무엇이고 어떤 상황에서 왜 등장하는가’하는 점이다. 즉 ‘요괴’라는 용어가 칭하는 대상이나 현상의 정의가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채, ‘인간은 아니지만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존재’를 칭하는 용어로 일본에서 사용하고 있던 ‘요괴’라는 단어를 그대로 수입해서 사용해온 것이다. 그리고 이 대다수의 논의는 현대 일본 요괴학의 창시자라고 평가받는 민속학자 고마쓰 가즈히코(小松和彦)에 크게 의거하고 있다.
본 발표에서는 한국에서의 요괴의 개념을 둘러싼 논의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과 고마쓰 가즈히코의 요괴학을 중심으로 논의되어 온 요괴론에 대한 문제제기 또는 문제의 환기라는 측면에서 ‘요괴’와 함께 언급되어온 여러 유사 개념들을 함께 살펴보며 재해 발생과 관련하여 등장한 두 ‘요괴’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는 1855년의 지진재해 상황 속에서 등장하는 ‘나마즈(메기)’라는 존재이며, 두 번째 사례는 2019년부터 2022년 현재까지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서 등장한 ‘아마비에’라는 존재이다. 전근대와 현대의 재해상황 속에서 요괴가 등장하고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으며 문화현상화되는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요괴’가 ‘요괴’가 되는 과정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5. 현대 대중문화에 나타나는 괴물의 시각적 표상
본 연구는 영화나 만화 등을 중심으로 현대 대중문화에서 소비되고 있는 괴물의 시각적 표상방식과 양상을 분석하고, 그러한 표상의 스타일이 드러내는 심리-문화적 의미를 탐구하고자 한다. 괴물은 수용적 이해도 힘들고 주체적 제어도 곤란한 대상이다. 괴물은 상식의 직관적 범주를 벗어나는 기괴한 모습을 통해 범주와 경계의 안정적인 체계를 때로는 위협적으로 교란시키거나 전복시키고 때로는 타자에 대한 소외와 배제를 통해 체계를 유지하는 타자적 기제로도 기능한다. 전자가 영화 <에일리언>의 포식자 괴물처럼 공포스러운 포식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면, 후자는 영화 <쉐이프오브워터>의 주인공들처럼 마녀사냥의 대상인 마녀-여성-이방인-흑인-동성애자-장애인 등처럼 혐오스런 국외자 혹은 서발턴의 표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공포와 혐오는 그로테스크와 판타지라는 장르적 속성으로 연계되기도 한다. <드라큐라>처럼 그로테스크는 포식자-지배적 권력이 타자의 희생 위에 기생하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일본의 괴물 그림이나 이토 준지의 만화처럼 혐오와 배제로 인해 밀려난 희생자로 등장하기도 하며, <E.T.>나 <쉐이프오브워터>의 괴물처럼 우주로부터 온 괴물 혹은 물로부터 유래한 수중괴물처럼 괴물이 공감적-희생적 구원자로 초월적 신의 캐릭터로 나타나서 기이(uncanny)한 느낌을 새로운 구원의 판타지적 표상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한편 신화적 위계질서의 구조 내에서 초월적 신, 일상적 인간, 주변-저변적 괴물은 각각 상-중-하로서 중심-주변, 정점-저변의 위상을 차지하는데, 괴물은 대체로 비일상적 하이브리드적 캐릭터라는 점에서는 신화적 영웅과 유사하지만, 신을 욕망하고 지향하는 인간에 비해 괴물은 인간을 욕망하고 지향하는 존재인 경우가 많다. 예컨대 <서유기>를 비롯한 동양적 신화나 대중문화적 서사에서는 신, 인간, 괴물이 순양, 반음반양, 순음으로 존재하면서, 인간이 순양의 신선이 되기 위해 수행의 정화과정을 거치거나 귀신이나 괴물이 인간으로부터 양기陽氣를 얻고자 노력하는 양상이 부각되는 반면, <에일리언> 등을 비롯한 괴물 이야기에서는 인간의 범주에서 배제된 괴물들은 인간에 의해서 혐오의 배제를 당하거나 인간을 생존을 위해 숙주로 삼는 포식자 혹은 지배자로서 나타난다. 결핍과 잉여 혹은 생존의 투쟁이라는 대결 구도에서 그것은 다시 완전과 결핍, 보편적 사랑의 하나됨과 개체적 욕망의 분열의 모티브와 연결되면서 다양한 신화적 서사를 대중문화적 스토리텔링과 이미지와 캐릭터의 표상으로 전개된다.
본 연구에서는 이야기, 이미지, 캐릭터를 중심으로 대중문화에서 전개되는 괴물의 시각적 표상을 통해서 위와 같은 양상들을 분석하고 그 종교-문화적 의미를 탐색하고자 한다. 특히 놀이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괴물의 시각적 표상에 극명하게 부각되는 하이브리드의 혼성적 변용과 호문쿨루스에서 잘 드러나는 이미지의 과장과 생략 등은 소위 ‘정상적’ 범주와 경계를 지키는 금기의 규율을 지키는 루두스(ludus)적 순수와 경계를 넘어서는 파격적 파이디아(phaidea)의 변용 사이에서 형성된 긴장관계의 역동적 모습을 형상화하는 한편, 그것이 사회문화적 구조의 이야기적 반영인 플롯의 구조와 기승전결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수용하거나 감내하기 힘든 사회-심리적 현실을 안정적으로 순응-해소하기도 하고, 새로운 타자적 가능성을 향해 모험적으로 개방-초월하기도 하는 양상을 음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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