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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 vs 이대녀 갈등 부각 이제 그만해야” -장필화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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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1-11-11 16:25 조회1,7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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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 vs 이대녀 갈등 부각 이제 그만해야”


[인터뷰 사이] 장필화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설거지론’과 ‘퐁퐁남’(순진한 남성이 연애 경력이 있는 여성과 결혼해 경제권을 뺏기고 퇴근 후에는 설거지까지 한다는 내용), 도쿄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의 짧은 머리 논쟁, GS25 포스터의 ‘집게손가락’ 논란…. 최근 몇 달 새 온라인을 달군 젠더 관련 이슈들이다. 젠더 전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는 청년세대 간의 젠더 갈등과 4·7 재보궐선거 이후 정치 주체로 주목받고 있는 ‘이대남’(20대 남성)의 반페미니즘 성향에 관한 생각을 듣기 위해 ‘한국 1호 여성학 교수’인 장필화(70)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장 이사장은 1984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개설된 여성학과(이화여대 대학원)의 첫 전임교수로 부임해 30여년간 500명 넘는 여성학자를 키워냈다. 사회운동가로서 한국성폭력상담소와 여성신문을 세우는 데 핵심 역할도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여성혐오나 남성혐오 같은 대결 구도가 아닌 ‘공감을 통한 공존’을 강조했다.

-대선을 앞두고 야당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나왔죠. 이대남의 표심에 호소하는 선거전략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대선 후보로 확정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모두 여가부 명칭에서 ‘여성’을 빼고 업무와 기능도 개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가 1998년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했어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에 여성 정책에 가장 이해가 깊으신 분인데도 말이 대통령 직속이지 실제로는 집행력이 전혀 없었어요. 그 위원회를 하나의 부처로 만들어내는 데 2년이 걸렸어요. 지금까지 20년을 오면서도 전체 예산의 0.2%를 쓰는 미니 부처로 남아 있고요. 가장 약한 부처를 정치적으로 주목받기 위해 공격하는 걸 보고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어요. 마음이 답답합니다.”

-처음 교단에 서셨던 80년대에는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성희롱 같은 개념조차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와 비하면 놀랄 만큼 달라졌지만 올해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성격차지수를 보면 한국은 153개국 중 108위입니다. 이런 기사에도 한국 사회에는 오히려 역차별이 있다는 댓글이 달립니다.

“저는 댓글 내용보다 댓글의 남녀 비율을 봐요. 대부분 20대 80, 30대 70으로 남성의 발언이 훨씬 더 많죠. 남성의 의견이 몇 배 더 강하게 표현되다 보니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남성의 목소리가 더 반영되고 과대 대표되고 있고요. 그렇다고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사회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여성 전반의 목소리를 무시하면 잘못 판단하는 거죠. 여가부 폐지 같은 주장이 일부 남성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그 주장에 대응하는 의견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있는지 균형 있게 다뤄야 하지 않을까요.”

-20대 남성 전체에 하나의 정체성을 부여한다는 게 조심스럽습니다만, 안티페미니즘을 포함한 이대남 담론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대남에 대해 갖는 관심만큼 이대녀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되지 않잖아요. 그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거의 똑같은 비중으로 교육한,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여전히 간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거죠. 정치와 정책, 언론, 여러 영역에서 여성에 대해 다루지만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인구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라고 질문한다면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이대남 현상을 젠더 갈등이 아닌 세대 갈등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과거 여성 차별로 인한 혜택은 기성세대의 남성이 누렸는데, 그 대가를 왜 지금 20대 남성에게 요구하냐고 분노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들의 기준은 어머니보다 아버지잖아요. 아버지를 비판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아버지와 동일시하고 비교하게 되는데, 아버지의 삶과 지금 자신의 삶이 다르죠.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가 자신과 젊은 여성의 관계와도 다를 테고요. 윗세대의 남성이 누렸던 기득권을 자신이 가질 수 없을 것 같은 데서 오는 그런 것들이 있을 수 있죠. 그런데 갈등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공감 능력이나 소통과 수용, 공존의 요령 같은 단어가 더 많이 강조될 필요가 있지 않겠어요. 그중에서도 저는 남녀노소를 화합할 수 있게 하는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9년 20대 남성 설문에서 ‘페미니즘은 남성혐오’(65.8%) ‘페미니즘은 여성우월주의’(59.9%)라는 응답이 나왔습니다. 이사장님은 여성학을 통해 ‘여성과 남성 모두가 행복한 상생과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씀하셨죠. 페미니즘에 대한 이런 반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저도 페미니즘 하는 사람이지만 한 번도 남자들을 적대시한 적이 없어요. 이게 사회 구조와 역사적인 문화유산의 결과이기 때문에 남성 개개인에 대한 적대감이라는 식으로 접근할 문제가 전혀 아니잖아요. 남성혐오라고 하는데, 그 이전의 가부장제 사회가 여성혐오 아니었을까요. 여성을 열등한 존재, 소유물로 보는 게 인간으로서 여성의 존재를 무시하는 거였죠. 지금 남성혐오라고 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뭘까요. 존엄성을 무시당한다는 것? 저는 남혐이라는 이슈를 키우고 싶지 않아요. 그런 싸움을 지속할 필요도 없고,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젊은 여성들이 더 긍정적이고 더 적극적인 어젠다를 찾아보겠다고 여성의당도 만들어보고, 채식도 하고, 동물권을 얘기하고, 귀농해서 살아보기도 하고, 다양하고 포괄적인 운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20대의 50.5%가 반페미니즘 성향이지만 25.7%는 성차별주의에 반대한다는 여성정책연구원의 설문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성차별주의에 반대하는 남성들을 주목할 필요도 있을 텐데요.

“지금 생각이 조금 더 많이 기울어졌고 그 비율이 높다고 해도 그 속에서 간과된 다른 남성도 있잖아요. 함께 연구하고 운동을 지원하는 남성도 많아요. 예를 들어 우리 사회의 성 상품화 문제는 다른 사회와는 굉장히 다른 양상이고 풀기 어려운 문제예요. 이 문제는 남성들이 나서서 풀어줬으면 하는 기대가 있어요. n번방 같은 사이버 성폭력 문제도 남성의 힘이 필요하죠. 같이 합시다, 이렇게 얘기하고 싶어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는 한국에서 성평등이 실현되면 202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이 9% 추가 성장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베스트셀러 ‘팩트풀니스’의 저자인 통계학자 한스 로슬링 교수는 페미니즘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남녀의 기대수명 차이가 적다는 얘기를 했더군요.

“그렇죠. 제가 1999년부터 에이펙(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에 새로 생긴 여성자문기구(AGGI) 초대 의장을 했어요. 각국을 다녔는데 경제를 논의하는 곳이니까 인권이나 성평등을 얘기하지 말라는 저항이 있었어요. 그래서 궁극적으로 인권 보장이 되고 성평등 수준이 높아지면 경제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게 정론이라고 설득했죠.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성평등이 이뤄지면 노동시간이 줄어들어서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할 수 있고 가족관계도 친밀해져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고요.”

(이하 생략)

권혜숙 인터뷰전문기자 hskwo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17723&code=11131100&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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